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세계적 경제위기는 오랫동안 계속된 유동성(돈)의 도에 지나친 팽창에서 시작되었다. 부동산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이러한 상승을 금융시장이 도왔다. 주택융자가 증권화 되어서 투자 상품이 되고 이러한 금융상품이 미국을 위시해서 전 세계로 판매되었다. 미국에 사는 내가 은행에서 받은 주택융자를 중동의 어느 투자가가 살 수 있는 금융시장이 생긴 것이었다.
이러한 증권화 시장을 통해서 창출된 막대한 유동성은 주택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증권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막대한 거품은 다시 말해서 막대한 유동성을 만들어 냈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 위기는 막대한 유동성(돈의 유통량)이 수축되는 과정에서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태풍의 눈 속에 있는 은행은 담보물의 가치하락으로 인한 악성대출의 증가에 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형편이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은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규모와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에 맞는 부양책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은 우리가 겪게 될 고통을 좀 덜어주고 경기후퇴의 기간을 좀 단축시킬 정도의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는 절실하게 새로운 지도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경제 모델 속에서 경제를 영도해 갈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새 경제모델에서 은행은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대형은행들은 정부의 투자로 연명해야 할 형편이고 악성대출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 국유화는 시간문제이지만 관리들이 은행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인은행들도 획기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은행 간 출혈경쟁이 없어져야 하고 너 죽고 나죽자는 식의 단순경쟁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위주의 경영전략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직원 쟁탈전을 통해 타 은행의 고객을 빼오곤 하던 원시적인 경쟁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식의 경쟁은 은행가 전체의 자살행위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은행 이사진이나 경영진은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의 광장을 만들어 우호적인 경쟁풍토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새 경제 모델 속에서는 기업도 많은 변화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수요가 급감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스트 절감과 아울러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경영자의 비상한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경영자 자신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당면한 위기를 이겨나갈 수 없다.
이번 경제위기는 대기업 총수들의 부당한 보수 지급에 대한 사회여론을 예민하게 부각시켰다. 지금까지 용납되어온 대기업의 귀족경영 제도는 앞으로 대폭적 수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소수만의 배를 불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맹점이 이번 경제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사회적인 비난을 경영자들은 절감해야 한다.
미국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자들 즉 우리 개개인도 새 경제 모델을 슬기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재산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고 수입도 30% 정도 감소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오바마 정책은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산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못할 것이다. 그동안 거품경제로 인해 낭비가 많았던 생활에서 알뜰한 생활로 바꿔야 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의 자원을 독차지해서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더 이상 이러한 방만한 경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 20년간 유럽의 소비자가 겪었던 절약의 생활습관이 비로서 미국에도 찾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같은 거대한 경제를 경제정책만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자들이 경제정책에 동조해야한다. 불안과 의심에 가득 찬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심리가 언제 풀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쪼록 오바마의 정책이 국민심리의 전환점을 제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에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지도자들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벤자민 홍
금융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