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미 연방 상원은 고전적 의미로 보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기관이다. 우선 1인1표의 대표정치 원칙과 동떨어진다. 하원의원 수는 각 주의 인구에 비례되어 정해지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에는 50명 이상이고 몬태나 등 인구가 적은 몇 주에는 단 한 명뿐이지만 상원의원 수는 각 주마다 일률적으로 2명이다. 그러니까 하원의 투표에서 표명되는 ‘민의’를 상원이 묵살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지금은 1913년에 채택된 헌법 개정으로 각 주 시민들이 상원의원을 직접 뽑지만 그 이전에는 각 주 의회에서 상원의원을 선출했으니까 그것도 직접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관행이었다.
그리고 법 제정에 있어서도 하원은 과반수 즉 50%만 넘으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원에서는 60표가 있어야 통과되기 때문에 단순한 다수결 정치가 아니다. 또 법안이 심의될 때 상원에서 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방해 장광설(filibuster) 규정을 이용한다면 그것을 봉쇄하는데도 60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원 분포도는 민주당 의원들 56명이고 두 명의 무소속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도합 58표는 되지만 그 수만으로는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다.(미네소타 주의 민주당 후보가 2008년 선거에서 이긴 것으로 법원에서 결정이 나면 59가 된다) 따라서 오바마가 열심히 초당파적 정치를 역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경기부양법안이 하원에서는 민주당만으로 문제가 없이 통과되었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 중도의원들 3명이 민주당에 가세를 했기 때문에 간신히 60대 39로 통과를 보게 되었다.
케네디 의원이 두어 주 전 첫 번째 상원 표결 시에는 뇌수술 이후의 회복 휴식의 중요성도 무시한 채 참석해서 61표였지만 상하 양원의 차이점이 임시 합동회의에서 조정된 다음의 진짜 표결 때에는 불참했기 때문에 2월13일의 상원 표결에 있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오후 5시경 공화당 소속인 메인 주 출신 두 명의 상원의원들인 수산 콜린스 여사와 올림피아 스노우 여사,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출신 아렌 스펙터 의원을 포함한 59명이 가표를 던졌건만 결정적인 마지막 찬성표를 던질 의원이 모친상을 당해 오하이오에 가 있었기에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의 텅 비다시피 된 상원의 회의장에는 민주당 원내총무 등 몇 의원들만이 의석을 지키다가 세로드 브라운(오하이오) 의원이 밤 10시45분에야 입장하여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찬성을 표시함으로써 7,870억불이 소요되는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이 통과된 것이다.
그날 브라운 의원은 미국 습관대로 88세 노모의 시신참관식(Viewing)에 온 조문객들을 맞던 중 찬성표를 던지려고 클리블랜드 발 여객기를 찾았으나 다 놓쳐버린 시간대라서 백악관이 급송한 정부 비행기를 타고 앤드류 공군기지에 오게 된 것이다. 브라운으로서는 경기부양법이 더욱 자기 어머니 생각을 절실하게 상기시켰을 것이라는 게 신문보도이다.
대공황 시절 조지아 주의 소읍에서 자란 에밀리 브라운 여사는 흑백 평등 등 사회정의감이 투철했던 사람이었단다. 그는 하퍼 리의 유명한 소설 ‘입내새(조롱하는 새)를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를 몇 번씩 숙독하고 나서 자기 아들들에게 흑인 어른들의 첫 이름을 부르지 말고 꼭 Mr. 또는 Mrs. 라고 존대해서 부르도록 가르쳤다는 것이다. (췌언(贅言)하자면 그 소설은 그레고리 펙을 주인공으로 영화화 되었다. 백인 아이들도 흑인 어른들을 ‘니거’ 아니면 boy 라고 부르던 시절에 억울하게 누명을 쓴 흑인 청년을 변호하는 정의감 있는 변호사의 어린 딸이 동생과 더불어 관찰한 남부 소읍의 풍경이다.)
브라운 의원은 자기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죽어간다는 것을 발견한 작년 12월 중순 이후에 어머니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하이오와 워싱턴을 수도 없이 왕래했단다. 며칠씩 병원에서 밤샘을 하면서도 주요한 안건의 표결이 있으면 워싱턴으로 달려왔다가 어머니 곁으로 급히 가곤 했다니까 효자 중의 효자면서도 자기 공직 수행에 대한 의무감도 철저한 사람인 듯하다. 여러 의원들이 한결같이 그를 칭찬하는 것은 그들이 속한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인 클럽(The Most Exclusive Club)이라 불리는 상원에 대한 소속감 때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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