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얄란 또 숙제 안했데~요.” “그래? 얄리야, 너는 네 숙제 다 했니?” “네~, 아빠.” “그럼 다음부턴 네 숙제 다 했는지 안했는지 만 애기해주렴. 얄란한텐 아빠가 직접 물어볼 테니, 알았지?” “오케이~~.”
남매 이상의 절친한 친구처럼 놀다가도 걸핏하면 서로의 잘못을 일러바치곤 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어떻게 대처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어지러울 때가 있다. 한국에선 ‘간첩’ 같아 보이는 사람, 이곳에선 ‘테러리스트’ 같아 보이는 사람을 무조건 가서 일러바치라 떠들어대니. 그런 와중에 얼마 전 신문에 그 다음날까지 심기 불편했던 기사 두 개가 나란히 위 아래로 게재 되었다.
‘무면허 미용인 고발 계속’- 메릴랜드 미용인협회원들이 모여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고, 사진도 찍고, 또 내친김에 새 회장으로서 ‘올해 포부 겸 사업계획’ 등으로 인터뷰까지 했다. 그런데 나랑은 무관할 수밖에 없는 이분들이 한 말 한마디가 저녁 후 소파에 깊숙이 쑤셔 박혀 있고만 싶은 내 엉덩이를 은근히 지펴댄다.
“…협회 차원에서 불법으로 미용업을 하는 무면허 미용인은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해본다. 한인미용인협회원들이 협회 차원에서 불법 미용인을 고발해 단속하겠다면 그 상대는 또 다른 한인 미용인일 것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의 기사는 미용협회 기사 상단에 자리 잡은 기사다. ‘워싱턴한인연합회 역점사업 추진- 한인경제 살리기 시동’
얼마 전 새 회장님 선거철에(34대였던가 35대였던가 그저 가물가물) 열심히 신문지상을 장식하시던 분들이 다시 똘똘 뭉쳐 카메라 앞에서 활짝들 웃으신다. 새해를 맞아 여유가 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분들이 새 연합회의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동포사회가 미국의 불황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 경제 활성화 등 동포들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에 역점…” “저소득층 한인 자녀 교육 프로젝트도 추진… 처음엔 소수에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타 한인회와 협력을 통해 파급효과를 높일 것…” “경제 살리기 캠페인은 한인업소 이용하기 운동 등을 담으며 구체적 내용은 추후 청사진이 완료되는 대로 발표…” 한인들끼리 주고받고 도와가며, 또 한인들끼리 바자회 등을 열어 수익금은 어려운 한인들에게 되돌려 주고….
좋은 생각들이다. 특히 ‘파급효과’라는 말도 멋있게 들린다. 근데 ‘구체적 내용’은 없다 하니 조만간 한번 다시 모이겠구나 싶다. 헌데, ‘타 한인회와 협력을 통해 파급효과를 높일 것’이라 했는데 그 ‘타 한인회’ 분들과는 사전 이야기는 된 건지, 아니면 대충 말 그대로 ‘소수에 혜택’을 돈 몇 푼 풀어 조장해준 다음, 사진 한번 찍고 나머지는 ‘타 한인회’들이 알아서 따라하겠지 하는 약은 기대인지, 기사를 접했을 그 ‘타 한인회’ 임원들 심기가 궁금해진다. 좋아서 하건 ‘옆 단체’가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어 하건 간에 많은 혜택을 많은 어려운 한인들에게 돌려 줘 경제를 살려 보겠다는데 나쁠 건 없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 분들이 그런 귀한 ‘혜택’을 돌려주기 전에 확인, 또 재확인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혜택’을 받을 ‘어려운 한인’과 ‘어려운 한인들의 자녀들’이라 하면, 우선 먼저 그 어려운 한인들이란 자들이 불법체류자나 불법체류 부모의 자녀들이 아닌가 먼저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특히 이 힘든 때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불법 미용업까지 행하는 자들이라면 그런 ‘혜택’을 받을 자격도 없는, 남의 밥벌이나 넘어다보는 도둑‘님’들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아이들 엄마에게도 확실히 얘기해두어야겠다. 우리도 한인 경제를 살리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가는 곳 미용실 언니들이 무면허인지 확인 꼭 하고, 혹시 또 불법체류자는 아닌지, 그리고 그 불법 언니들의 자녀가 있는지, 있으면 혹시 신분을 속이고 내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곳 공립학교에서 식권 받아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고 고발 하도록.
“얄리하고 얄란 이리와 봐. 너희들 똑바로 대답해, 알았지. 오늘 누가 이 소파위에 이렇게 시뻘건 물감 칠해놨어, 어, 누구야? 빨리 대답 안 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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