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소재로 한 영화 ‘슬럼도그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라는 영화가 좋다고 해서 한번 보았습니다. 영화가 작품성, 예술성을 떠나 과거 20년간의 시대가 무대였기에 내가 인도를 방문하였을 때와 같은 세대로 나의 당시 인도여행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하는 인도인에 대한 호기심일까,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가 전 세계 인구의 거의 4분의 1이 사는 광대한 땅의 인도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쯤이면 세계 올림픽대회에 금메달 몇 개쯤 딸만도 한데 몇 회 되도록 눈여겨보았으나 금메달은커녕 은, 동메달이라도 몇 개 있었나 하는 점 입니다.
둘째로 인도에서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든다고 하기에 인도의 문화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도영화 비디오를 몇 편 빌려보았습니다. 모두가 시골의 한 어린 남녀가 사랑했는데 여인이 도시의 부자(?)에 팔려가고, 남자는 도시에 쫓아가서 어느 정도 성공해서 재회를 하는데 눈물 속에서 만났으나 재결합이 못되어 눈물로 헤어지는 정도에다, 거기에 춤과 노래는 시도 때도 없이 집어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꼭 같은 영화를 1,000편씩이나 찍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진정 나의 호기심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대인에게는 종교가 있고, 희랍인들에게는 철학이 있다고 했지만, 인도인들은 종교도 있고, 철학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그들이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의 종교인 힌두교, 불교를 만들어냈습니다. 또 세계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2x2=4 하면서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동안 인도 어린이들은 12x12= 144하면서 12단을 넘어 24단까지 외운다 합니다. 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도사회가 카스트라는 계급계층을 만들고, 부자와 절대 빈곤의 사람들이 어울려가면서 그렇게 몇 천 년 오랜 기간 동안 큰 탈 없이 어떻게 그렇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나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러한 호기심으로 거의 20여 년 전 밤늦게 뉴델리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입국절차를 끝내고 공항 청사를 들어서는 순간 청사를 거의 메울 정도의 노숙자들이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넓은 거리에 인력거, 손수레, 마차, 오토바이, 삼륜차, 자동차에 뒤범벅으로 한 덩어리로 엉키면서 도도히 움직이는데 놀랐고, 소를 숭상하는 것이 아니라, 비쩍 마르고 꼭 염소만한 소들이 거리의 쓰레기를 다 먹어대면서 거리청소를 하고, 그 분비물을 땔감으로 쓰면서 소와 인간이 서로 공존하는 모습도 놀랬습니다.
그러나 진정 놀란 것은 뉴델리에서가 아니라 구델리의 재래시장에서였습니다. 극도의 무질서, 혼란 속에서 무엇이 엉키며 흐르고 있었고, 그곳에서 장사하는 사람, 손님들은 말할 것도 없이 거지까지도 모두 깊고 평온한 검은 눈을 가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니 거지의 눈빛이 당당하기도 했습니다. “거지라는 나의 존재가 있으므로 적선을 하는 너의 존재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듯 했습니다.
지금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탐욕’이라는 ‘마약’으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또한 탐욕의 세계에 승자와 패자랄까,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나의 모국인 한국이나 특히 중국을 보면 언젠가 빈부의 격차가 빌미가 되어 사회질서가 폭발해버릴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봉건시대 영주, 사무라이와 백성의 계급사회에서 몸에 배어온 일본이 최고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영주쯤으로 알아, 몸소 검소의 표시로 작은 집에 살며,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한편 한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알고 있는 일본의 서민들의 사회개념도 더 이상 버팀목이 될 수 없습니다.
한편 한때 내가 교묘하고 음흉한 지배계급이 ‘체념’을 가르쳤다고 인도의 지배계층을 나쁜 놈들이라고 매도할 때도 있었으나, 이제 어찌 보면 오늘의 세계 경제 위기의 한 출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도인들의 한 줄기인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게 하기도 하고, 북부 아시아에서 한 무리는 독일, 한 무리는 이란, 또 하나의 무리는 인도로 갔다는 아리안 족,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민족보다 자기네가 우수하다던 바로 그 ‘아리안 족’이었기에 그들이 절묘한 사회구조를 만들지 않았나 때로는 나로 하여금 그러한 생각을 하게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저는 다시 인도를 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가난한 사람들, 천민 계급의 사람들의 검고 평안한 눈을 다시 보아야하겠습니다. 그 속에서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읽었으면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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