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인터뷰-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
2009년은 한국미술이 LA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매우 중요한 해다. 미 서부지역 최대의 박물관인 LA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이 6월말부터 석달 동안 한국현대작가 12인전(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을 개최하는데 이어 현재 리노베이션 중인 한국미술 전시관(Korean Art Gallery)이 올 가을 재개관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동시에 조명하는 이 프로젝트를 앞두고 마이클 고반 라크마(LACMA) 관장은 2월9일부터 13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김현정 라크마 아시아 미술 큐레이터를 동반한 이번 방문을 통해 고반 관장은 세계 미술무대에서 급부상하는 한국 미술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고 친해지며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강력한 리더십으로 라크마의 위상을 나날이 드높이고 있는 마이클 고반 관장을 방한 직전 그의 오피스에서 인터뷰했다.
6월 현대작가 12인전·가을엔 한국미술 전시관 재개관
“방한 통해 미술계와 교류… 라크마 운영에 한인 참여를”
-한국 방문의 목적은
▲올 여름 현대미술전과 한국관 재개관을 앞두고 다양한 업무를 보기 위해서다. 작가들도 만나고 앞으로 추진할 프로젝트와 투자 유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한두 가지 특정한 목적보다는 한국 미술계와의 만남을 통해 ‘관계’를 쌓기 위해 가는 것이다. 뮤지엄은 영속하는 기관이므로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미술관에 투자하는 기업은 어떤 곳들인가
▲라크마는 전 세계의 미술품이 전시되는 국제적인 뮤지엄이다. 따라서 LA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남미계 기업들의 투자도 많고 한국의 대기업과 개인들도 있다. 예를 들어 한진, 대한항공, 아모레, 그리고 미주한국일보가 그들이다(고반 관장은 투자 investment를 후원의 개념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한국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가
▲2006년 처음 방문했을 때 여러 뮤지엄과 고궁들을 돌아봤는데 너무 즐거웠다. 특히 한옥과 고궁 건축물의 구조가 대단히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서울은 에너지가 넘치고 예술이 살아 있으며 음식 맛도 환상적인 국제도시다. 앞으로 매년 혹은 적어도 2년에 한 번씩 방문하면서 더 많은 교류를 갖고 싶다.
-올 여름 열리는 한국현대작가 12인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국의 현대미술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소개되는 첫 번째 기획전이니 만큼 대단히 뜻 깊은 전시회가 될 것이다. ‘당신의 밝은 미래’(Your Bright Future)라는 제목 자체가 많은 의미를 가졌다. 이상향을 뜻하는 북한 선전문구를 차용한 박이서의 작품에서 따온 제목이지만, 정치적 의미 외에도 단순히 한국 현대미술의 밝은 미래를 말하기도 하고, 밝고 낙관적인 도시 LA에도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좋은 작품의 제목은 늘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한국의 현대미술을 어떻게 생각하나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현대 미술을 봤지만 한국 작가들은 굉장히 세련(sophisticated)됐다. 세계에 대한 개념과 이해도 놀랍고 수준이 매우 높다고 본다. 아티스트의 사명이란 국제적으로 읽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서로 다른 문화를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볼 때 한국작가들은 아주 국제적이다.
-너무 심각하지 않은가
▲아니, 그렇지 않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미국 아트에 없는 유머와 아이러니가 풍부하다. 양혜규의 작품을 보면 자기 스튜디오를 포장해서 세계 곳곳에 들고 다니는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 자체가 대단한 발상이며 아주 멋지고 깊이 있는 유머(deeply funny)다.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잇는 다리가 보이는가
▲물론이다. 그 두 미술을 잇는 분명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도호의 설치미술 ‘떨어진 별 1/5’은 그가 어릴 때 살았던 서울의 한옥이 유학 와서 살던 뉴욕 브룩클린의 아파트에 충돌한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세계와 부딪치는 현대 젊은이들의 문화적 충돌, 그 안에 전통을 담은 예술이 바로 국제적인 컨텍스트다.
-LA에 살고 있는 미주 한인작가들도 그들만의 독특한 배경, 코리안인 동시에 아메리칸인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아시안 이민작가들의 쇼를 기획할 생각은 없나
▲작년에 개최했던 ‘치카노’(Chicano) 전시회가 좋은 예인 것 같다. 미국에서 태어난 멕시칸들의 독특한 문화예술을 조명한 치카노 전은 대성공을 거둔 기획전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수적으로 LA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민 역사도 수십년이 넘기 때문에 경우가 조금 다르다. 하지만 아시안 이민자 아트에 관한 프로젝트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전시관이 어떻게 재단장될 지 궁금하다. 이번 방한으로 컬렉션이 더 보강되는가
▲라크마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국미술 컬렉션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한국미술품 소장처가 되기 위해 계속 수집하고 노력할 것이다. 전통 미술품뿐 아니라 젊은 현대작가들의 작품 수집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는 한국 전통미술품을 대여 전시하는 일을 추진하려 한다. 한국으로부터 정기적인 미술품 대여를 통해 순회 전시함으로써 보다 많은 작품을 LA에서 보여줄 수 있기 바란다. LA는 해외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한인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의 미술관들은 대부분 정부 운영기관이지만 라크마는 카운티가 운영하고 개인들이 후원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러니까 대중의 자산이며 누구나 투자하고 후원하며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인사회와 한국 미술은 라크마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방한도 우리가 이곳 한인사회를 얼마나 케어하는지 보여주는 한 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도 그렇고 라크마 내 한국 전시관이 지금은 아주 작지만 앞으로 더 커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한인 커뮤니티가 많이 참여하고 그 관심이 반영되기를 원한다.
●마이클 고반(Michael Govan)
미국 뮤지엄 세계에서 ‘스타’로 불리는 45세의 문화예술계 리더로 2006년 라크마의 관장으로 부임한 이래 혁신적인 추진력으로 라크마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의 부관장을
지냈으며 컨템포 미술관인 ‘디아 비콘’(Dia: Beacon) 설립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명성을 얻었다. 큐레이터 출신이라 예술적 감각도
남다르지만 기부금 모금과 박물관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이내믹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신선한 기획을 많이 선보이며 특히
현대미술에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
● LACMA 한국미술 컬렉션
박정희 대통령 기증‘첫 발’
1965년 육영수 여사가 라크마를 방문하고 다음해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도자기 23점을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1985년 당시 주한대사인 그레고리 헨더슨으로부터 연대 추정이 확실한 850여점의 도자기 파편을 기증받았고, 2000년 로버트 무어로부터 250점의 한국미술을 구입하면서 컬렉션이 크게 보강됐다.
1999년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아만슨 빌딩 내 56평 공간에 한국미술전시관을 오픈했으나 2006년 1월 문을 닫고 현재 라크마가 진행중인 ‘변형’(Transformatio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사중이다. 오는 가을 해머 빌딩 내 훨씬 큰 공간으로 확장 개관하게 된다.
글 정숙희 ·사진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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