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정일봉’에는 몇 마리의 제비가 날라들었을까. 올해에도 216마리의 제비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장관을 연출하지는 않았을까. 혹시 또 쌍무지개는 뜨지 않았을까.
하늘이 낸 지도자라고 한다. 그 지도자는 특히 6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6을 세 번 곱하면 216이 된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생일이 2월16인 것도 그러므로 우연이 아니다. 조선 인민공화국은 조선반도에 세워진 6번째 국체(國體)다. 그러므로….
김정일 탄생을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이런 식으로 풀어나간다. 6·6·6, 다시 말해 216은 북한에서는 신성시되는 숫자다. 관련해 전설이 해마다 쌓인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생일인 그날 김정일 출생지(사실은 소련에서 태어났지만)인 백두산 밀영 뒷산 ‘정일봉’에는 한 겨울인데도 제비가 216마리가 날아올랐다는 식으로.
올해도 여간 떠들썩한 게 아니다. ‘김정일리아’라고 하든가, 온통 김정일 꽃으로 장식된 가운데 충성서약 행사가 벌어진다. 매체들도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김정일 찬양선전이다.
‘장군님께서는 매서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인민을 위해 원산을 방문해 현장지도를 하셨다’- 상투적인 김정일 찬양나팔이다. 그러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어딘가가 이상하다. 김정일이 올해 들어 무려 23회나 현장지도에 나섰다는 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차례 현장지도를 나갔다. 그런데 한동안 유고 설까지 나돌던 김정일이 한 겨울에 이처럼 강행군을 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갑작스런 군 수뇌부 인사가 발표된다. 미사일 발사위협은 계속되는 가운데.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하나.
김정일 시대 15년은 한마디로 실패의 연속이다. 우선 경제가 그렇다. 다 아는 사실이니까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지만 중국이, 뒤따라 월남이 개혁개방을 하는 동안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 결과 최소 백만이 넘는 주민이 굶어 죽었다.
잠시 개혁정책을 도입하는 듯 했다. 그러나 다시 반(反)시장정책으로 돌아섰다. 시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것을 모면했는데도.
독재체제의 아킬레스건은 권력승계문제다. 이게 삐끗하는 날이면 그 체제는 무너지기 십상이다. 이 권력승계문제에서도 김정일은 실패했다. 세 아들 중 누가 후계자인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때문에 김정일 이후 북한의 장래와 관련해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김정일 사망과 함께 북한 체제는 바로 붕괴 된다’- 그 한 전망이다. 서방측의 지나친 희망적 관측일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에이던 포스터카터는 이런 식으로 북한체제 붕괴의 필연성을 말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현 국제세계는 포유동물을 위한 세계에, 서식지다. 이 세계에서 진화가 안 된 조그만 식육류 공룡인 북한이 장기적 생존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억지다.”
김정일은 시간과의 싸움에서도 패배하고 있다. 세계의 신문들은 한동안 ‘김정일 사망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김정일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제 그럴 필요가 없나. 그렇지도 않다는 게 많은 관측통들의 주장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뇌졸중을 보였을 때 1년 내 사망할 확률은 25%에 이른다. 김정일은 실제 나이가 68세다. 거기다가 심한 당뇨증세도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5년 내 사망가능성은 50%가 넘는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김정일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그러면 왜 김정일 현장지도방문을 그토록 과대선전을 하고 있나. 김정일의 건강이 여전히 안 좋다는 것을 역으로 반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동시에 후계문제와 관련이 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북한전문가들의 지적사항이다.
돌연한 군 수뇌부 인사도 그렇다. 김영춘이 군부의 ‘원톱’으로 부상한 것은 군 장성들이 이미 권력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포스트 김정일 시대는 벌써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이렇다. 김정일 시대 15년,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갔다. 남은 것은 핵에, 선군정책뿐이다. 그 마당에 후계문제가 겹쳐 내부가 몹시 혼란스럽다. 뭔가 대책이 없나. 있다. 일수사타(一手四打)의 노림수를 던지는 것이다.
혼란을 조성해 남남(南南)갈등을 유도한다. 이명박 정부를 흔들어댄다. 오바마 미국 정부에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불안정한 내부를 다잡는다. 그래서 나온 잇단 대남 강경발언이고, 미사일 발사위협이다. 문제는 그게 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지난 14년간 그 김정일 식 전략은 모두 노출됐으니까.
2월16일이면 북녘 땅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그 해괴한 우상숭배 의식도 멈추어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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