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연방정부의 엄청난 재정보조를 받는 회사들의 최고경영자들의 보상에 대한 제한조치는 그야말로 무책임의 극치 에 대한 지금의 부정적 미국여론을 대변한다. 미국은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나라이고 가진 것과 가진 자에 대한 일반적인 경원시함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통령은 2008년의 엄청난 영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챙긴 월스트릿의 뻔뻔스러움에 대해서 경고하면서, 경제적 성공에 대한 보상이 아닌 실패한 업적에도 자기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긴 최고경영층의 탐욕에 대해서 정부는 제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액수인 50만 달러의 급여제한규정은 최고경영자들이 정부의 채무를 우선주 배당금과 이자와 함께 보상하고 남는 이익잉여금이 있는 경우에만 제약이 가해진 주식형태의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50만 달러이상의 보상제공시에는 주주들의 투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골든 패러슈트라고 불리는 과도한 퇴직금지급을 금지하고, 회사용 제트비행기사용 등의 호화로운 혜택 제공시에는 일반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도록 하고 있다.
어쩌다 월스트릿의 급여산정에까지 대통령이 간여하게된 것일까, 그 배경을 살펴보자. 그럼 먼저 월스트릿에서는 인간의 기본양심조차 없는 것일까 물어본다면 우리의 대답은 무엇일까. 그건 간단하다. 월스트릿에서는 부끄러운 마음이 없다. 동양에서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하는 미덕이 미국회사문화에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월스트릿의 망신이 있기 전에, 우리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우를 보자.
지금은 거의 망하게 된 디트로이트 자동차3사의 최고경영자 급여는 옛날부터 자동차조립 임금노동자들의 급여의 수백배가 되었다. 그들의 업적이 놀라워서가 물론 아니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던 도요다 등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의 최고경영자 급여는 임금노동자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수십배가 넘은 적이 없었다.
거기에다가 경기가 어려우면 구조조정이라고 시간제 노동자들을 툭하면 영구적이나 임시로 해고하고, 그들의 임금을 깎은 다음 적어진 비용으로 회사의 이익이 올라가면 최고경영층에서는 이익금 곱하기 몇 프로로 계산되는 보너스로 수백만 달러씩 챙겼다. 지금은 자동차노조의 비현실적인 후생복지비용등으로 자동차 3사들의 채산이 맞지 않는다지만, 경기가 안 좋다고 툭하면 자기들을 해고하는 그런 경영자들의 밑에서 무슨 애사심이 생기고 충성심이 생겼겠는가. 그러니 노조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무슨 수를 쓰건 단체협약에 그들에게 유리한 조항들을 넣다보니 지금 이 모양이 되어 버린 것이다.
메릴린치에서는 지난해 150억 달러가 넘는 영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40억 달러어치 보너스를 지불했다. 사장인 존 테인의 공식해명이 극명하게 월스트릿의 몰염치한 성격을 말해준다. 유능한 직원들을 쓰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어야하고, 그렇게 못하면 그들은 항상 떠나버린다. 물론 이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메릴린치는 이익대신 손실을 내었고, 합병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게는 정확한 영업실적을 알리지 않았다.
미국의 시장문화는, 너희가 받을 수 있을 때 받으라는 것이다. 동양에서처럼 내가 이렇게 성실하게 일하면 나중 무슨 보상이 있겠지 라는 건 바보들의 얘기로 치부한다. 보통 직장에서도 잘 따지고 봉급 올려달라고 시끄럽게 하는 이들이 항상 더 받는 게 사실이다.
이번 대통령의 제한조치가 무슨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까. 그에 대한 답은 회의적이다. 이번 조치에서도 수많은 빠져나갈 구멍들이 있다. 제약을 둔 주식제도를 눈치 있게 쓰면 상한선인 액수를 넘어갈 수 있고, 최고경영층이 아니라고 조직차트를 영리하게 고치면 되고, 낮은 주가로 휴지가 된 주식옵션을 다시 바꾸어 주어도 되고, 급여보상의 시기를 조정해서 연금형식으로 주어도 되는 등 회사들이 정부의 제한 조치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100% 정치인이다. 그도 이번의 최고경영층의 급여제한이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 한다는 건 아마 알 것이다. 그러나 일반대중들이 지금의 선언으로 조금 시원하게 여기게 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아마, 이런 부정적 분위기가 정부보조를 받지 않는 회사들에서까지 이사회에서 앞으로의 최고 경영층 급여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될 것도 사실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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