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는 말이 인사가 되었다.
독일의 수필가 안톤 시나크(Anton Schnack)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Things That Make Us Sad)에서 이렇게 열거하였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어찌 이것뿐이랴. 오뉴월의 장의 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린 색과 그리고 회색의 빛깔들.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져 있는 비둘기의 깃, 자동차에 앉아 있는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살다가 보면 정말 슬프고 힘든 일들을 만나게 된다. 몇 시간을 기다려야 끝나는 면접, 보기 싫어도 매일 보고 만나야 하는 사람, 은행통장의 잔고와는 관계없이 받아야 하는 고지서, 가기 싫어도 가야하는 학교, 참아야 하는데 참지 못하는 욕망, 아픈데도 나가야만 하는 일터, 걷고 싶은데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불편함, 화를 내어야 하는데 내지 못하게 하는 절제력, 기다려도 다시 오지 않는 떠난 사람, 아낌없이 사랑해도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한 연인, 영어 잘 못한다고 은근히 무시를 당하는 경멸, 보고 싶어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 오래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게 막아서는 중병, 잡으려고 해도 잡지 못하게 도망가는 돈 등이다.
그러나 정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우리 자신이 갖고 있다. 우리 자신이 힘들지 않다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결코 우리 안에 침투해 들어 올 수 없다. 큰 집을 가진 사람이 마음이 큰 것이 아니며, 얼굴이 예쁜 사람만이 여자가 아니며, 돈을 많이 가진 사람만이 부자가 아니며, 학벌이 많다고 지식인이 아니며, 오래 뛴다고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아름다움과 부유와 지식과 건강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눈에 보이는 것에 취하여 살고 있다. 좋은 옷을 입으면 여유 있게 보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풍요를 누리고, 오래된 차를 타고 다니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머물게 되면 참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구태여 신앙에서 가르치는 마음의 평화와 영적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나친 물질주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풍요를 잃어버릴 수 있게 된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0장에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사람은 강도를 만나서 있는 돈도 빼앗기고, 매도 맞고 거의 다 죽게 되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그 길을 종교 지도자였던 레위인과 제사장이 지나갔지만 그들은 그냥 지나가고 당시의 사람들이 비난하고 멸시했던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주었다.
사람을 살리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업이나 그 사람을 장식하고 있는 어떤 외적인 모습이나 모양이 아니다. 충분히 도와 줄 수 있는 형편에서도 도울 수 없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질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에서 사랑이 나오고, 마음에서 풍요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밖의 것이 아니라 안의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설령 있을지라도 그것을 다스리는 힘은 마음이다. 같은 진수성찬이라도 마음이 기쁘면 그 음식이 맛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면 그 음식은 입에 쓰게 마련이다. 어머니는 자기 옷을 사기는 어려워도 자식이 입는 옷은 기쁘게 사는 이유가 다 마음에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먼 천리 길도 군에 간 자식 보기위해 머리 위에 떡을 지고 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다.
인생이 힘이 들지 않을 때가 없다. 이것이 편하면 저것이 힘들고 저것이 힘들면 이것이 편할 수 있다. 어떤 일을 만나도 늘 마음에 여유와 편안한 마음, 그리고 사람으로서 사람에 대한 도의를 다할 때 그 사람은 힘든 인생을 걷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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