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다는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일본 시마네 현에 자리 잡은 인구 6만의 작은 도시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자 축제를 벌였던 일본 오바마 시에서 그리 멀지 않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인 이 자그마한 마을에는 고속도로와 대학, 아동 미술관과 교도소, 하마다 스포츠 센터, 방문자 환영 센터, 스키장, 벨루가 고래를 수용하고 있는 수족관 등 없는 것이 없다.
이 도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총 인구 74만의 농촌 지역인 시마네 현에는 공항이 3개나 있고 작은 도시마다 체육관과 미술관이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지은 하기 공항의 경우 하루에 뜨는 비행기는 2대뿐이다. 1999년 이미 다리로 연결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섬에 놓은 1,006피트 규모의 해변 다리 공사에는 7,000만 달러가 들어갔지만 교통량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경기 불황이 시작된 90년대 초 이후 지난 18년간 일본에서 시마네 현만큼 정부지원을 많이 받은 지역은 없다. 이것이 이미 작고한 다케시다 노보루 전 총리가 이 지역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이곳 주민의 연 평균 소득은 2만6,000달러로 일본 47개 현 중 40위다. 온갖 공사를 하느라 현 정부 부채가 110억 달러에 달한다. 연 예산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시마네 현은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이런 사정은 일본 전체로 봐도 비슷하다. 90년대 불황이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본 정부는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 중 상당수는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데 들어갔다. 그러나 90년대 일본의 웬만한 지역은 이미 잘 포장된 도로가 있었고 다리가 필요할 정도로 인구가 있는 섬들은 다리를 갖고 있었다.
이들 공사를 하느라 인부를 채용하고 물자를 쏟아 부어 일시적으로는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그 때뿐이고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는 무관했다. 이에 필요한 돈을 채권 발행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정부 빚만 잔뜩 늘었다.
일본 정부가 1991년~1995년 사이 공공 건설 부분에 쓴 돈은 2조1,000억 달러, 1991년부터 작년까지 쓴 돈은 무려 6조3,000억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흥청망청 돈을 쓴 바람에 지금 일본의 국채는 GDP의 2배 가까운 10조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선진국 충 최고 비율이다.
이렇게 빚은 늘었지만 아직도 일본 경기는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일부에서는 처음부터 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풀었어야 하는데 찔끔찔끔 돈을 쓰는 바람에 효과는 못 보고 빚만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토목 공사로 경기를 살리려 했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일본 경기가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인 전통적으로 강한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을 발판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에 대한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비 부양이란 이름으로 숱한 돈이 낭비됐으며 경기 부양이란 대의명분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쓰는지에 대한 감시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천문학적인 혈세가 공중으로 날아가고 이제 와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오바마의 경기 부양안이 사실상 민주 공화 양당의 합의하에 거의 확정된 채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부양안에는 3억 달러의 성병 교육부터 이미 인구가 줄어 학교가 비어 가는 미네소타의 교사 증축, 4억 달러의 지구 온난화 연구비 지원 등 경기 부양과는 아무 관련 없는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세금 감면이나 인적 자원 개발 지원 등은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게다가 이와는 별도로 위안화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미국 산 철강사용을 의무화하려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등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65% 달하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와 의회와 언론의 협조적 분위기 등 지금이야말로 최대한 미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호기임에도 오바마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는 엉뚱한데 돈을 쓰며 어영부영 20년이란 세월을 낭비하다 지금까지 온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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