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줄 아는 것도 생활의 지혜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자녀교육
금주에는 밥 조그렌과 제럴드 로빈슨(bob Sjogren, Geral Robinson)이 함께 쓴 ‘강아지와 고양이의 신학’(Cats and Dogs Theology)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강아지와 고양이 하면 가장 사랑받는 애완용 동물이라 그런지 책으로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십년 전부터 5시간짜리 세미나로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현재는 30개국에서 16개의 팀이 이 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내용은 개나 고양이의 건강서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딱한 신학서적도 아니다. 단지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양이와 개의 차이점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보다 축복받는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가르쳐 줄 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하면 필자도 느끼는 바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 공통점도 적지 않은데 막상 키워보면 두 짐승이 얼마나 다른지 깨닫게 된다.
처음 우리 딸이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고양이 새끼를 가지고 왔을 때 무슨 고양이냐고 당장 다시 돌려주라고 호통을 쳤지만, 그 앙증맞도록 귀여운 모습에 “그럼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당장 갖다줘!”로 바뀐 것이 어제 같은데 어언 2년이 되어간다. 고양이는 성격상 그리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이가 워낙 깔끔하고 또 손이 덜 가기 때문이리라.
고양이를 키우면서 아직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양이는 항시 모습이 흐트러진 적이 없고 아주 식사를 절제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육포주머니만 열면 언제 어디서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한 조각 줬더니 아주 잘 먹어서 다음에 또 다른 육포주머니를 열었을 때 한 조각 줬더니 이것은 냄새도 안 맡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 전에 것은 테리야키였지만 이것은 훗추가루가 묻은 것이라 그런가 보다”하고 훗추가루를 톡톡 잘 털어서 다시 주었지만, 역시 단호하게 고개를 돌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건강상의 이유로 절식을 해본 사람들은 절식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는데, 그까짓 후추냄새 때문에 고개를 싹 돌려버리는 고양이를 보면 감탄 안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대조되는 것이 강아지의 식욕이다.
강아지는 어찌나 식욕이 왕성하고 게걸스러운지, 매일 주는 먹이인데도 먹이를 갖다 줄 때마다 이리 깡충 저리 깡충, 주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춤을 추어댄다. 고기는 잘 안 주지만 가끔 먹다 남은 생선뼈라던가 하다못해 감자 껍질을 걷어다 주어도 얼마나 싹싹 잘 핥아 먹는지 모른다.
한번은 무엇인가 열심히 입에 물고 우물우물 하기에 입을 열고 봤더니 흑이 잔뜩 묻은 돌맹이었다. 개는 뼈같은 것을 주면 땅에 묻어 두었다가 두고 두고 먹는다고 하더니 흙이고 무엇이고 전혀 거부반응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차이점은 주인에 대한 태도이다.
고양이는 아무리 잘해 줘도 자기가 기분이 내킬 때가 아니면 절대로 손 한번 섣불리 대지 못하게 한다. 대개의 경우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강아지는 어떤가. 집에 오면 반갑다고 달려드는 것은 물론, 한번은 교회의 젊은 부부가 팜스프링스의 고급 리조트에서 전화를 걸어 왔다.
1주일간 완불된 호텔 스위트가 아직 5일 남았는데 어차피 집에 가야 되니까 며칠이라도 와서 쉬어 줄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사유를 들어보니 젊은 부부가 모처럼 애들을 데리고 휴가를 갔는데 문제는 이웃집에 부탁을 하고 간 강아지였다고 한다. 조석으로 밥만 챙겨 주라고 부탁해 놓고 갔는데, 밥을 주었는데도 사람이 그리운지 하루 종일 울어댄다는 것이다.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 없다고 빨리 내려오라는 전화였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가족만 예정에 없던 3일간을 5성 리조트에서 잘 쉬고 올 수 있었지만 며칠 정도는 물하고 먹을 것만 있으면 주인이 있나 없나도 모르는 것 같은 고양이와는 크게 대조된다.
그래서 저자가 하는 말이 강아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다 많이 필요로 하고 또 갈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귀여워해 주고 먹여주고 보살펴주면, “날 이렇게 귀여워해 주고 잘 보살펴주는 당신은 나에게는 하나님과 같아요!”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반면에 고양이는 보다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똑같이 귀여워해 주고 잘 보살펴주어도, “날 이렇게 귀여워해주고 보살펴주는 당신에게는 내가 하나님 같은 존재인 것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는 듯, 오히려 도도하게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개가 보여주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예화가 많지만 고양이가 누구를 위해 희생했다는 얘기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이것이 고양이에게도 이롭게만 작용하지 않는 것은, 고양이의 강한 독립성은 결국 주인과의 관계에 제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예로 캠핑장을 보라! 개는 많이 데리고 오지만 고양이는 거의 집에 두고 다니지 않는가!
이 책은 보다 적극적이고 관계 중심적 신앙생활을 하면 보다 큰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역설하지만 그 원칙은 사회생활 전반에도 해당이 된다고 본다. 더구나 문화의 차이가 큰 사람들끼리 모여서 사는 요즘같은 다민족 사회에서는 고양이 같은 사람들보다 강아지 같은 사람들을 많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전주에 소개한 ‘홍익인간’도 결국 홀로 서기보다는 남을 필요로 하고 섬길 줄 아는 강아지 성도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는” 사람이고(누가복음 6:31) 이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약속해 주시기를,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다(38절). 여러분의 자녀들이 이와 같이 후히 받는 자들이 되시기를 기도한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213) 210-3466, johnsgw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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