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한인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들의 운영은 전국적으로 난감해지고 있다. 연방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문의는 가중되고 타 소수인종들과 경합이 벌어지고 있으나 서류미비나 미숙한 경험으로 낙오되거나 탈락하는 케이스들만 늘고 있다.
정부보조금을 신청하는 단체장들마다 의기양양하게 과거 활동과 장래 계획을 자부한다. 말 많은 집의 장맛이 쓴 듯하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미국 이민 3, 40여 년을 경험한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낙심하는 이유 중의 대부분은 ‘회계보고’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정부보조금액을 결정하는 데는 총수입과 지출 내역의 기록이 필요하다. 단체마다 회비를 받고 찬조금, 기부금에 의지하는 기관이면 지난 3년간의 투명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결산보고서는 미래 계획과 발전의 어음이라고 한다.
정부지원(Grant)으로 독자적인 사무실, 건물, 교실, 회의실, 부엌 등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땅 파다가 은을 얻은 단체들의 체험이다. 열악한 형편은 뒤늦게 정착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모아 인 등으로 한인보다도 앞서도 있다.
한인회장 선거 때마다 목소리는 높아지고 한인회에 대한 인식 전환, 주류사회 진출, 노인 복지정책 강화, 투명한 도약, 의견 청취와 개혁 등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마음에도 없는 염불이라고 비아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인사회가 성장하면서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인회나 여러 단체들의 변천과정은 ①봉사기관으로 시작하여 ②회장 감투로 군림하는 권위기관으로 둔갑되고 ③과도한 선거비용의 낭비는 ④자질 미달 후보를 당선시켰고 ⑤회원들의 무관심으로 벼랑 위에 서면서 악순환은 반복되어 수십 년의 역사는 뿌리마저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공신력으로 한인회 무용론과 한인센터들의 비난은 봉사- 감투- 경비- 무관심 속에 사라질 조짐이다.
한인단체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비영리단체(Not-for-profit)라면서 사리사욕에 눈먼 기관들이 “동포를 위하여”라는 말은 “(한인들) 장래를 망치고” 죄지을 선전포고라고들 한다. 처음부터 자기 조직을 팔아 자기이름, 얼굴, 푼돈이나 챙기는 철면피들일 수 있다.
권익옹호라고 하면서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유린하며 실망과 혐오를 주고, 봉사센터라고 남의 고통을 팔아 자기 이익이나 취하며, 문화 활동도 남의 약점을 헐뜯거나 끌어내리며 비생산적인 소모만 부추기고, 종교적 기관들도 초심을 잃고 타락과 부패로 얼룩진 배신자들이 득실거리며, 학교 명목으로 깨우침보다는 학생을 인질로 잡아두고 닦달치는(insulting) 지도자들에, 전문기관은 이익집단으로 둔갑되고, 친목도모라고 하면서 분열조장에 분주하다.
이런 기관들이 DC 전역에 총 690여 곳이 존재하고 있다. 한인회(11곳), 공공기관(7), 경제단체(19), 교육기관(9), 동문회(28), 문화단체(27), 봉사기관(46), 일반단체(정치·취미 75), 종교단체(선교·아버지학교 등 51), 체육단체(44), 향우회(15), 교회·천주교·사찰·기도원(358)을 포함하고 있다.
한인인구를 총 20만 명으로 분석하면 10명 중 4명이 조직생활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소 한인행사의 참여도는 겨우 100여 명에 불과하다. 대체로 결산보고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업보고서나 결산보고서가 알려진 단체는 굿스푼 선교회, 카리타스, 봉사센터, 여류수필가협회, 예진회에 불과하다. 한인사회의 다른 680여 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회칙 목적에 명시된 공신력을 보여주는 투명성을 묻고 싶은 것이다. 받은 ‘쌈짓돈’에 최소한의 책임완수는 수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비밀문서가 아니지 않은가.
미국을 움직이는 유태인은 이방인이지만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이런 특권은 신중한 노력의 결과로 단합, 지도력, 장기계획과 투자로 빛을 보는 것이다. 상생의 원리를 습득해볼 만하다. 한인들도 황소걸음이 필요할지 모른다.
오바마의 대통령 선거비책(Play Book)에는 “신중함으로 안전성을 고수하라”고 실용노선에 우호적인 유색인의 신념을 강조했다. 유세 때마다 그는 “여러분 한명 한명이 마음을 바꾸고, 나라를 바꾸고, 세계를 바꾼다”고 민초들의 힘을 하나로 묶어냈다.
연방정부는 동일한 목적의 단체들이 하나로 뭉쳐서 다른 소수민족과 함께 큰 뜻을 이루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동반자들의 협동정신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국익을 도모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는 아름다운 힘인 것이다.
우람한 나무 하나하나는 뭉쳐야 수풀이 되고 아름답다. 앞에 있는 파도가 뒤에 따라오는 파도를 보고 “우리는 깨지고 말거야”하고 말하니 뒤의 파도는 “아니야, 우리는 바다의 일부일 뿐이야”라고 했다 한다. 한인들도 뭉치자. 책임을 생명같이 알자. 빛을 발하자. 빛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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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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