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가 안돼 빈 상태로 방치된 맨하탄 어퍼 웨스트사이드의 한 상가 빌딩
불경기로 뉴욕시의 렌트 수요가 급감하면서 랜드로드들이 임대료를 낮춰주거나 아파트 중개비 또는 첫 달 임대료를 내주는 등 세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올초 임대 계약 또는 재계약 하는 세입자들이 뜻하지 않은 혜택을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가나 아파트를 임대하려는 세입자들은 주위에서 거래되는 실제 계약 상황을 살펴보고 임대료
를 할인받거나 중개비 면제된 사례가 있다면 이를 언급해 유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거용 아파트 임대료 급락
경기침체 영향으로 맨해탄을 비롯한 브루클린, 퀸즈, 북부 뉴저지 지역의 아파트 임대료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들이 많아 렌트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하탄 및 브루클린 하이츠, 윌리암스버그,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 아스토리아, 북부 뉴저지 호보큰, 뉴포트, 저지시티 등 맨하탄과 거리가 가까운 지역의 아파트 임대료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타 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뉴욕타임스는 1일 지난해 여름까지도 강세를 보이던 맨하탄 지역의 아파트 임대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떨어지면서 임대료를 낮추거나 첫 달 임대료를 면제(one month free)해주는 랜드로드가 늘고있다고 보도했다.
맨하탄 부동산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리얼에스테이트그룹(Real Estate Group)’도 1일 맨하탄 부동산 임대 시장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맨하탄의 원베드룸 아파트 임대 가격이 평균 5.7~6.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맨하탄 지역 아파트의 임대료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하락세를 보여 도어맨이 있는 콘도의 원베드룸 아파트 임대료가 5.7%, 도어맨이 없는 콘도는 6.5% 하락했다. 특히 최근 몇달새 실제 임대 거래가 이뤄지는 아파트의 임대료는 랜드로드가 원하는 가격(asking price)보다 최고 20% 정도 낮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달 임대료를 면제해주거나 심지어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이 보통인 아파트 중개비(broker’s Fee)를 랜드로드가 대신 내주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계약이 만기된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현재 임대료를 낮춰주는 랜드로드도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할스테드(Halstead)에 따르면 한달 임대료를 무료로 주거나 아파트 중개비를 내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맨하탄의 평균 아파트 임대료가 예년 동기간 보다 15~20% 가량 떨어졌다.이처럼 임대료가 하락해 세입자 주도의 시장(renter’s market)이 되자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여러가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됐다.
임대료를 10~20% 낮춰달라거나 보통 세입자가 지불해야 하는 아파트 중개비를 랜드로드에게 내달라는 요구사항은 이제 기본이 됐다. 또 첫 달 렌트비를 면제해달라거나 계약 보너스(signing bonus)를 요구할 수도 있다.
만일 랜드로드가 이를 거부하면 요구사항 가운데 한 두가지 정도를 절충할 수도 있고 꼭 그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원하는 아파트를 찾아 임대계약을 해도 된다.이밖에 현재 임대하는 아파트를 재계약할 경우에는 임대료를 낮춰주면 1~2년 연장 계약을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
▲상가 임대료 하락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놔도 상업용 건물 매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임대 거래율도 크게 하락했다.
그럽 & 엘리스(Grubb & Ellis)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의 소매상가 공실률은 아직도 타 대도시에 비해 낮은 4.7% 수준이지만 불경기가 장기화되고 소비지출이 낮아지면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스몰 비즈니스의 폐점 비율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매디슨 애비뉴 같이 인기가 높은 샤핑 구역의 임대률도 최고 30% 정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가 좋았던 최근 5년간 소매상가나 레스토랑 자리를 임대 계약할 시 랜드로드가 계약조건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태반이었으나 공실률과 파산신청이 늘면서 세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안하는 사례가 늘었다.
어떻게든 현재 세입자들을 잡으려는 랜드로드들은 임대료를 낮춰주거나 세입자가 지불하는 부동산세도 일부 부담해주고 있으며 심지어 장사가 안된다는 경제적 뒷받침(financial statement)이 있는 경우 임대료 지불을 몇개월 동안 연기해주고 있다.맨하탄 지역에 상가 임대를 담당하는 프루덴셜 더글라스 엘리만의 페이스 호프 콘솔로 회장에 따르면 세입자를 못찾을 경우 자금난에 시달릴 것을 우려한 랜드로드들이 최고 10% 정도 임대
료를 낮춰주고 있다.
상가를 재계약하는 스몰비즈니스의 경우 불경기로 인해 장사가 안돼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부탁하거나 재정 서류를 제시해 임대료 지불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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