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영화 중심으로 합법 다운로드 크게 늘어
부가시장 살릴 대안으로 기대
온라인에서 영화를 합법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생겨난 지 불과 반 년. 위축된 부가시장을 살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웹하드나 P2P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모델로는 현재 영화전문지 씨네21이 만든 씨네21i의 즐감, KT의 자회사 KTH의 FM(Fine Movie), 컨텐츠로드 등이 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수준이지만 ‘추격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킬러 콘텐츠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영화를 공짜로 받는 것은 불법이라는 인식도 늘고 있다.
◇커진 합법 다운로드 시장 = 씨네21i는 지난해 6월 3개 웹하드 업체와 제휴를 맺고 즐감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제휴 업체를 40여개까지 늘리면서 영화 300여 편을 비롯해 드라마, 성인콘텐츠 등 1천여 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개월간 총 다운로드 건수는 200만건에 이른다.
영화 ‘미인도’가 씨네21i에서 지난달 29일 서비스된 이후 3일까지 하루 평균 3천만원을 벌어들이자 제작사 및 투자사는 이를 통한 매출이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식 출범한 KTH의 FM 역시 40여개 웹하드 및 P2P 업체와 제휴해 영화 및 콘텐츠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 하루 평균 다운로드 횟수 3천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의 89%가 영화이며 매출의 95%도 영화 다운로드가 올리고 있다.
컨텐츠로드는 지난해 4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해 40여개 웹하드 및 P2P 업체를 통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4천편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부가판권 시장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직배사가 모조리 홈비디오 사업을 철수할 정도로 가파른 내림세에 있었다. 그 주요 원인으로 불법 DVD와 다운로드가 지목됐기 때문에 온라인 합법 다운로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인도’ 제작사인 이룸영화사는 일부 P2P 사이트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간혹 발생했지만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실시한 뒤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씨네21i의 김보경씨는 즐감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중반보다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이 3배 이상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돈 내고 내려받자 인식 확산 = 현재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은 별도의 웹사이트를 두지 않고 있고 기존 웹하드나 P2P 업체들과 제휴를 맺은 뒤 이들을 통해 영화를 내려받으면 과금하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를 합법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웹하드는 위디스크, 폴더플러스, 파일노리, 클럽하드, 짱파일 등 수십개다.
요금은 영화와 업체별로 모두 다르지만 대체로 1천~3천원 정도다.
씨네21i는 DVD로 출시되지 않은 ‘프리미엄’ 신작의 경우 3천500원을 받지만 DVD 출시된 영화들은 2천원,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는 500~1천원을 받기도 한다.
KTH도 신작 위주의 ‘전략 콘텐츠’는 2천500~3천500원에, 그 밖의 콘텐츠는 500~2천원에 제공하며 컨텐츠로드 역시 2천원 안팎에 신작을, 개봉한 지 어느 정도 지난 영화는 1천~1천500원 정도에 서비스한다.
영화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 사이에 돈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한다는 인식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범상 컨텐츠로드 대표는 처음에는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래도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를 돈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합법 다운로드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단계라 올해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추격자’, ‘우생순’, ‘울학교 ET’ 등 인기 = 최근 영화 ‘미인도’가 초반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씨네21i의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는 지난해 6월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시한 ‘추격자’로, 초기에 하루 평균 1천100만원 가량을 벌었고 총 20만건의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했다.
씨네21i는 그 밖에 중화권 톱스타 저우제룬(周杰倫)의 음악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인기 작품으로 꼽았다.
KTH FM에서는 정확한 다운로드 횟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미쓰 홍당무’ 등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던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컨텐츠로드는 한국 코미디 ‘울학교 ET’, 판타지 어드벤처물 ‘님스 아일랜드’, 에로틱 스릴러 ‘색, 계’가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미인도’, ‘추격자’, ‘우생순’, ‘놈놈놈’은 극장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던 영화들이며, ‘울학교 ET’, ‘미쓰 홍당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극장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영화들이다.
◇관건은 영화 판권 확보 = 영화계는 합법 다운로드 시장의 미래는 상당 부분 콘텐츠 판권 확보에 달려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선뜻 돈을 내고 받아보고 싶을 만한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 볼거리가 풍부해야 손님들이 떠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찾는 콘텐츠가 없으면 언제든 불법 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H의 월별 ‘톱 20’ 콘텐츠가 전체 매출액의 60~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씨네21i 역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추격자’가 올려줬다.
씨네21i의 김보경씨는 가장 큰 과제는 좋은 영화의 판권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범상 대표 역시 지금이 형성기인 만큼 영화 수급이 얼마나 잘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극장 상영 이후 부가시장에 언제 공개할 것인지의 ‘홀드백’ 문제, 다운로드 영화 한편당 적정 가격, 저작권 보호 및 복제 방지 등 과제는 많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8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서 2008년은 기존 부가시장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모델이 본격적으로 시도된 한해였지만 온라인 상영 시장이 기존의 부가시장에서의 감소분을 메울 수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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