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방치책 없어 혼란예상
현지 선거운동 규제도 문제
유권자수 등 주먹구구식 통계
20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외국민에게 대통령선거와 총선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유학생과 일시 체류자들은 물론 19세 이상 한국 국적을 가진 영주권자들은 2012년부터 대선과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참정권 회복이란 빅뉴스가 전해지면서 한인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진적 한국 정치의 병폐가 재미 한인사회를 오염시키고 갈라놓을 것이란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선거절차나 방법에서의 실무적인 문제점들도 거론된다. 재외국민 투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진단해본다.
▲부정확한 재외 유권자 수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미성년자 포함)은 모두 304만2315명. 이는 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것으로, 이 중 영주권자는 145만5845명이며 공관 및 상사 주재원과 유학생, 해외여행자 등 일시 체류자는 158만6470명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19만8899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59만7992명, 중국 51만9242명 등이다.
정부는 전체 재외국민 중 투표권이 주어지는 19세 이상의 영주권자 및 일시 체류자는 24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의 재외국민 통계에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통계의 자료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대다수의 공관이나 한인회에서 자의적으로 추산한 숫자를 집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워싱턴 지역만 해도 한인회나 공관은 실제 15만 내외의 한인 수를 20만 명으로 부풀리고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유권자 수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1차 자료임에도 아직 주먹구구 통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2007년 센서스는 한인 수를 134만 명으로 잡고 있다. 센서스에 참여하지 않은 수를 30%로 잡으면 180만 명 내외가 된다. 이중 시민권자는 43% 가량으로 약 100만 명중 19세 이하를 제외하면 실제 투표권이 주어지는 한인 수는 60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뻥튀기된 예상 투표율
중앙선관위는 240만 명의 재외국민 중 13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표율을 50% 이상으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생업을 미뤄놓고 멀고먼 투표장으로 달려갈 한인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미국 선거나 한인회장 선거 참여율 등을 감안하면 투표율은 3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번거로운 투표 절차
투표를 하려면 선거일 150일부터 60일 전까지 공관을 통해 사전에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일반 유권자들이 귀찮은 이 절차를 얼마나 수긍할 지 의문이다. 또 재외국민들은 각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가령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인이 투표를 하려면 관할 공관인 애틀란타까지 달려가야 한다. 결국 미국에서는 공관이 설치된 주요 대도시 위주로 투표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생긴다. 이 경우 참정권 회복이란 의미가 어느 정도 빛을 바래게 된다.
▲ 선거운동 제한
개정법안은 각 정당 후보자의 현지 유세 등 직접 선거운동은 금지하고 있다. 현지 수신이 가능한 위성방송·라디오 및 인터넷을 통한 간접 선거운동만 허용했다.
이는 한국의 현실에 어둡고 대부분의 한국 관련 정보를 현지 신문 등을 통해 접하는 한인들을 무시한 처사다. 이는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차단한 채 투표에 임하라는 주문과 다름없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위성 방송을 보지 않는 한인들은 투표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 부정선거 방지책
문제는 클린 선거다. 선거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선거는 그 과정에 탈법행위와 운동권들 간의 충돌, 선거법 위반 사범 등의 가능성을 늘 안고 있다.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선거가 진행되는 만큼 불법행위를 누가 어떻게 단속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또 막상 단속을 해도 처벌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도 연구 대상이다. 또 이중국적을 가진 시민권자의 투표도 우려된다. 본인이 스스로 밝히기 전에는 이중국적자를 판명할 방법이 없다. 여기에다 한국의 선거운동이 금지된 시민권자가 선거운동이나 불법행위를 했을 경우 처벌 문제도 한미 간의 사법 현안으로 대두할 수 있다.
▲ 동포사회 갈등 고조
개정법은 현지 한인회와 지역향우회 등 단체의 선거관여 행위도 금지하고 처벌조항을 뒀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한인회나 한인 단체들의 한국 정치 예속화가 충분히 예상된다. 대도시 한인회장 선거에는 한국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용해 대리전 양상이 될 것이다. 한인회나 향우회의 주된 관심사나 업무도 상당 부분 한국 선거에 쏠린다. 평통도 한국 정치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또 미주 지역의 몇몇 선거꾼들이 한국 정치세력과 연계해 활개를 치면서 동포사회가 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된다.
지역주의의 대두도 우려된다. 선거철마다 동포사회가 여야로 갈려 이념적, 지역적 벽이 생기고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 현지화 억지
한국 선거는 미국에 뿌리내리고 적응해야할 영주권자까지 한국 정치 지향적으로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이 되면 그동안 한국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까지 미국사회 적응에 쏟아야 할 에너지와 관심을 한국 정치판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영주권자들에 한국 정치 참여는 현지화를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마치 재외동포 사회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준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대다수의 동포들은 ‘참정권 회복 사안’에 무관심하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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