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선 북미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에 관한 원칙적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북·미간 관계 정상화가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 위협이 제거되고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이 없어질 때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조선반도 비핵화이며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고 주장하면서 핵 폐기의 전제조건을 제강조했다.
북측의 기본 논리인 한반도 ‘비핵지대화’에 근거해 “조선반도 전체에 대한 동시 검증”을 재확인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오바마 새 정부에게 보냈다.
이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미 간 관계정상화 문제와 북핵문제는 별개 문제라고 강조하고 북미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된다고 하여도 미국의 핵위협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의 핵 보유지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강변하면서 향후 북미 간 고난의 외교협상이 될 것을 예고하였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북한이 합의한 9.19공동성명에 따라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6자회담 2단계 핵불능화 조치를 마무리 짓고 3단계 핵폐기 조치로 진입하는 기존의 단계적 접근 방식보다는 오바마 신 행정부에게 북미간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일괄 타결하자는 새 제안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의 제안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못 박고 4가지 현안(플루토늄 생산, 우라늄 농축, 핵 확산 활동,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북미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해 북측의 입장과는 상이한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또 “만약 북한이 그들의 의무를 충족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해제했던 제재도 다시 가해야 하고, 새로운 제재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응수했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인준 청문회에서 군사력과 경제제재 등 ‘하드 파워’와 정치·외교·문화적 접근 등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킨 ‘스마트 파워’ 외교를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과 우라늄 농축활동에 관해 철저히 확인할 것이고 북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검증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므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은 똑바로 읽어야 한다. 힐러리 국무장관의 비핵화 없이 북미 적대관계 청산은 없다 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9.19공동성명(제1항), 2.13와 10.3 6자간 합의도 무시한 북미관계 정상화 비핵화 입장을 고집하면 북미 간 외교충돌은 불가피하다. 향후 6자 회담 틀을 깰 조짐도 있어 보인다. 북이 6자 합의를 성실히 준수하는 것이 북미관계 정상화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신기자클럽 초청 연설(1.15)에서 제시한 한반도 현안 해법은 시의적절하다. 먼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를 중지시키고 6.15, 10.4선언을 인정·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한은 남한 정부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중지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준수를 강조하는 북한이 그에 역행하는 비난을 일삼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정부가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면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해서 대화 재개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DJ 정책 제언을 수용하면 경색된 남북관계는 풀리게 될 것이다. 남북 지도자들이 6.15 정신을 존중한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은 ‘우리 민족끼리’ 풀자는 약속을 이행해야 하고 언제까지 북도 미국만 쳐다보고 MB 대통령을 ‘역도’라고 비난할 것인가. 북한은 ‘자주나 주체사상’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미국에 매달리겠다는 근성을 버려야 한반도 문제는 우리민족 끼리 풀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 명시된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런 대남 도발 위협을 자제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 김 위원장은 DJ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생존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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