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어? 하버드에 들어가네!’라는 책을 소개한다.
이순근 목사와 이애식 사모가 저자로 되어 있지만 두 딸도 함께 참여해서 흥미롭다. 또 실제 저자는 하나님이라고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저자의 주장이 분명했다. 즉 이 책은 어떻게 하면 하버드같이 경쟁률이 치열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보다 우선 ‘천국클럽’에 들어가는 것이 첫째이고, 천국클럽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하버드 대학 같은 좋은 대학도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딸이, 대학 졸업 후 높은 지위나 봉급을 추구하지 않고 하나님의 종이 되기 위해서 신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도, 또 저자가 딸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왜 제목을 어?, 하버드에 들어가네!로 했는지 그 사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주지하고 싶은 사실은 하버드는 모두 하나님을 잘 믿는 학생만 모아 놓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아라는 딸이 졸업을 앞두고 부모와 친지들에게 쓴 open letter에 밝히고 있지만 “지식과 실력을 쌓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다른 하버드의 학생들과 다름없었던” 그리고 “예수님을 잊어가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 신학교를 가기로 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하버드에는 오히려 아직 하나님을 모르는 아이들과 교수들이 다수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저자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필수이지만 꼭 한국 사람은 언제까지 비빔밥에 김치찌개만 먹고 있어야 올바른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사람은 무엇을 먹어도 한국 사람임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다른 음식을 먹음으로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경제학과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일본은 꼭 한자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 나온 단어는 그대로 카타카나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어와 유사한 일본식 신어를 만들어 배우고 있어서 외국에서 온 사람이 이해하기도 쉽고 또 그들이 외국 서적을 읽을 때도 훨씬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비빔밥을 좋아해서 기분이 좋다면 우리도 그들의 음식을 먹어서라도 그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아량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 오래 전의 이야기이지만 이 기회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인타운의 연말경기 활성화의 일환으로 ‘한인 비즈니스 애용하기’ 캠페인이 있었는데 TV에서 보고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4.29가 얼마나 오래되었다고 벌써 잊었나 싶었다. 같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한인 비즈니스를 보다 개방해서 간판도 그렇고 메뉴도 그렇고 점내 분위기를 한인들만 의식하지 말고 좀 더 많은 대중을 겨냥하는 캠페인을 하면 어땠을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타운 내 점포들은 대부분이 한인으로 치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살면서 좀 더 미국인을 의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지난해 올림픽 때 극히 불쾌했던 것은 유도 중량급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의 자세였다. 너무나 도 소극적이어서 유도의 진수를 대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오른쪽 주먹으로 상대방의 옆구리를 잔뜩 밀어붙인 자세로 버티면서 상대방의 실수만 기다리는 그런 소극적 선수가 금메달이라니! 유도협회 주선으로 규칙을 개정해서 그런 자세를 불법화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많은 사람들이 유도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각설하고, 그래도 이 책이 끝까지 흥미 있었던 것은 수아라는 아이와 우리 딸과는 너무나도 닮은 점이 많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졸업도 같은 해에 했고 전공도 같았고 연구 지역도 같았다. 성격도 똑같다. 그 날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로링(JK Rowling)이 연설할 때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니 과연 세상은 좁다고 느껴진다.
그 책은 딸이 왜 하버드 대학에 합격 했나로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입학원서와 함께 써낸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 ‘존경하는 사람’이 유명하거나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시간을 더 들여서야 겨우 학교 숙제를 마칠 수 있는 민철이라는 학생이었다. 그 아이에게 자원봉사자로 상담도 해주고 영어도 가르쳐 주면서 자신의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 모습을 정말로 존경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에세이의 주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리기를 하버드 대학이 찾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런 홍익인간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영달의 조그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의 이익을 추구하는 학생을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동의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주장처럼 꼭 신앙인이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진실한 신앙인일 때 이런 자세는 부수물이지만 말이다. 어째든 수아라는 학생은 이 에세이 때문에 학교 성적도 최고가 아니었고, SAT 스코어도 그리 높지 않았는데도 하버드 대학 입학 사정관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두 자녀를 하버드에 보낸 아빠로써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버드 대학은 정말 고마운 학교라는 것이다.
4년간 뽑은 학생들을 정말로 책임지고 잘 돌보아준다. 그래서 너무나 유별나게 특별대접을 받다가 졸업하고 나면 차가운 현실에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버드 대학 졸업장은 꼭 고소득자를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아주 중요한 면에서 일반 고소득자들도 쉽게 가지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이미 가지게 해준다고나 할까? 내주에는 ‘강아지성도 고양이신자’라는 책을 소개하고 홍익인간에 대해 또 다른 관점에서 다루었으면 한다.
학부모 칼럼.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213)210-3466, johnsgw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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