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쿠사의 작품. 붉은색은 변화에 대한 오바마의 실천 의지를, 푸른색은 아프리카와 오바마가 처한 현실을, 노란색은 희망의 시대정신을 나타낸다.
아산 닝의 그림. 검은 얼굴에 희끗희끗 보이는 흰색이 혼혈아로 태어나 겪는 오바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화제의 전시
인사동 동이갤러리‘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기념해 서울 인사동의 동이갤러리는 오는 2월24일까지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라는 주제의 재미있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혼혈아의 굴레’ 케냐서 정체성 깨달아
꿈을 현실로 바꾼 그의 시대정신 담겨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흑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림으로 설명한다. 갈등의 연속이던 그의 삶은 케냐 방문 이후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자신을 홀로 내버려 둔 아버지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 화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느끼지 못한 삶의 의미를 아프리카에서 발견했다.
이 전시회는 아프리카 미술관을 운영하는 정해광 관장이 기획했다. 정 관장은 “방황 속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던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과 변화를 다뤘다”며 “그가 흘린 눈물이 보통 사람들의 눈물이었고 그것이 아프리카 흑인과 우리의 눈물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이번의 기획 전시 내용을 세 부문으로 설명한다.
▲아버지로부터의 꿈-정체성의 인식과 확장
흑인과 백인 사이를 줄 타듯 했던 오바마의 어린 시절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아프리카 작가인 아산 닝의 그림에서 검은 얼굴에 희끗희끗 보이는 흰색은 그런 오바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버려진 병뚜껑으로 만든 가슴의 훈장은 혼혈아로 태어나 겪는 운명의 굴레를 상징한다.
오바마의 꿈은 아버지에 대한 환상에서 시작된다. 목동의 아들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조국 케냐로 돌아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한 것처럼 오바마는 아버지의 꿈에 자신을 일치시켜 나갔다. 아버지는 아산 닝의 그림에서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예술가로 각인된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케냐를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국가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아버지의 삶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바마는 아버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화해하고 아버지의 땅, 케냐에서 정체성을 깨닫는다.
차별의 유산은 그러나 현실이었다. 흑인은 백인으로부터, 현재는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오바마는 화해를 역설했다.
▲시대정신은 믿을 수 있는 변화
오바마에게 변화는 국가와 개인에게 부여된 중요한 의무다. 시카고에서 풀뿌리 사회운동을 전개하면서 시민들의 실천을 강조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레마쿠사 작품의 주조인 붉은색은 오바마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아프리카에서 붉은색은 실천과 의지의 상징이다. 푸른색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색이다. 아프리카나 오바마가 처한 현실에 비춘다면 푸른색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차별의 유산과 불합리, 부조리가 오바마의 푸른색이다. 오바마에게 붉은색은 변화라는 시대정신의 색이고 노란색은 모두가 함께 하나되는 희망의 색이다.
무깔라이의 그림에는 원, 물결, 물고기, 빗 등 다양한 문양이 등장한다. 아프리카 신화에 여신이 빗질을 해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면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깔라이의 소망처럼, 오바마의 소망은 거창하지 않다. 현실을 떠난 허구나 관념이 아니라 쉽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변화다.
무깔라이의 그림. 아프리카 여인들과 다양한 문양을 통해 소박한 희망과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담대한 희망-누구나 꿈꿀 수 있다
오바마에게 진정한 희망은 그 속에 현실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비현실적인 희망은 허공에 떠있는 구름처럼 바람이 불면 곧 흩어지기 때문이다. 두츠의 그림에서처럼 오바마가 그리는 세상은 언제 어디서든지 두 팔을 벌리면 어느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다. 흑백에 구애됨이 없이 각자의 능력이 그대로 발휘되는 평등한 세상이 바로 오바마가 꿈꾸는 희망이다. 오바마의 희망은 사람들의 시선을 멀리 고정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실현 가능한 희망이다.
정해광 아프리카 미술관장은 “아직도 흑인과는 악수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소외받는 이웃의 어려움을 돌봐주고 옆 사람이 넘어지면 손길을 내밀어 일으켜주는 것이 희망과 소통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속에 빠졌다”는 정 관장은 매년 방학 때마다 아프리카 탐구여행을 떠난다. 현재 서울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정 관장은 작년 5월 세네갈에서 열린 다카르비엔날레의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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