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시내에서 한인이 운영하던 주류업소가 최근 1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문이 닫혔다. 영업재개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법적투쟁을 위한 자금 확보의 문제뿐이 아니라 당장 생계문제마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린던바 앤드 리커스’(업주 임창근)라는 이름의 주류업소가 ‘패드락법’ (Padlock Law), 즉 ‘공공불법행위법’이 적용돼 시 경찰국에 의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시경은 이 업소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했고, 주변이 각종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로 ‘패드락법’을 적용했다. 다른 도시에는 이 법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며, 임씨의 업소가 동포들의 업소 중에 처음으로 처벌 대상이 됐다.
그동안 동포들은 개인적으로나 단체의 이름으로 영업정지 처분에 반대하는 시위를 줄기차게 했었고, 법적 대응도 해봤으나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허인욱 메릴랜드 한인회장과 김길영 메릴랜드식품주류협회 회장이 주축이 돼 대규모 한인사회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그들의 아낌없는 물심양면 지원은 놀라왔으나 영업재개에 미치기까지는 역부족이라고 보여진다.
볼티모어 순회법원이 지난 7일 ‘영업정지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연방법원에 위헌 신청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신기한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요, 목에 걸면 목걸이’가 되는 것으로 시도 때도 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도깨비 같은 법이라고 사람들이 지적한다.
80년대 말, 거의 같은 시기, 워싱턴 지역에 2개의 캐리아웃 식당 폐쇄를 위한 주민들의 시위가 여러 날 계속됐다. 하나는 중국계 식당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동포의 식당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역 주민인 한 고객과 업소 간에 음식으로 인한 아주 작은 언쟁이 급기야 지역 주민으로 확대된 사건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중국인 소유의 캐리아웃 식당은 조기에 수습돼 영업을 재개했으나 우리 동포의 것은 오랜 진통을 겪은 끝에 결국 문이 닫히고 말았다. 당시에도 한인회를 비롯한 많은 동포들이 한인 업소 폐쇄에 대해 항의를 하고 시위도 줄기차게 했으나 재개를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에서 메릴랜드 대학에 교환교수로 오게 된 나의 친척이 영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리 이 대학의 학과장을 만나 친척의 딱한 사정을 알리고 인사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중국인 ‘첸 교수’와 약속을 하고 만났다. 이 중국인 교수는 내가 찾아 온 경위를 다 듣기도 전에 “영어야 영어권이 아닌데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요”라면서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그는 중국인 업소는 문을 다시 열었는데 왜 한인의 업소는 문을 닫았느냐며 열을 낸다.
한인회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대답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따지려 든다. ‘첸 교수’는 “그것은 노력의 대가이자 국위(National Prestige)의 문제가 아니겠는가”라면서 입에 거품을 품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는 문제의 중국인 캐리아웃이 영업을 재개하게 된 사연을 들어보라며 열변을 토한다. 중국 교수는 자청해서 중국인 업소 영업 재개 대책위원장을 맡아 로비활동과 모금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세계 도처 화교들의 성금이 답지되고, 중국인의 자존심과 위신을 위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그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 교수는 “작은 업체 하나가 문을 닫는 게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 할 수 있으나, 동양인의 소규모 사업체는 소수민족의 정체성(Identity)”이라 표현한다. 그는 “생활의 터전인 이 업소의 폐쇄는 우리의 정체성이 무참하게 무시당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파괴되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첸 교수’의 정열에 놀라기도 했지만, 세계 도처에서 조그마한 중국인 캐리아웃을 살리고자 물심양면의 지원이 쇄도했다니 더욱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임씨의 업소를 살리기 위해 우리 동포들은 그렇게 할 수 없을까? 미국에만도 200만 동포들이 살고 한인회와 교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도 한없이 많은데, 과연 그들이 임씨의 딱한 사연을 알기나 할까.
생계는 고사하고 당장 임씨가 연방법원에 항소하는 경비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임씨가 꼭 싸워서 이겨야하는 이유는 단지 임씨 자신을 위해서 뿐이 아니다. 앞으로 다른 우리 동포 업소들이 억울하고 부당하게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도 향후 법적 투쟁은 참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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