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에바다 정신건강 클리닉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잘 설명하는 속담 중 하나인 것 같다.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가지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그 일을 경험할 당시 겪었던 두려움, 공포 그리고 무력감 때문에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들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 폭행. 강간, 9/11 사건, 전쟁, 천재 지변, 심한 모욕, 수치감, 자존심 손상 등이 해당된다. 이런 것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것들은 적절하게 치료를 받으면 훨씬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낸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남성이 여성에 비하여 더 많은 정신적 충격(외상)을 받지만 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남성보다(8.2%) 여성들에게(20.4%) 더 많이 발생하고 일평생 이런 질병에 걸릴 확률은 여성이 10명 중에 1명, 남성 20명 중에 1명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증상들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 첫째 그 끔찍한 일들을 다시 경험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과거 충격으로 인한 두려움, 공포감, 불안감 등은 과거에 한번 겪은 것으로 충분하고 더 이상 생각하기조차도 싫은데 시도 때도 없이 생각으로나 영상으로나 꿈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의 충격으로 인한 고통이 현재 계속 반복된다.
특히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되살리는 여러 가지 것들에 노출될 때 강한 심리적인 고통을 다시 체험하거나 심한 생리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가령 교통사고가 난 지점을 통과하거나 생각할 때마다 혹은 사고 낸 차량과 같은 차종을 볼 때마다 나에게 심한 모욕감이나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 비
슷한 외모나 말투를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그 일이 일어난 비슷한 상황이나 여건에 노출 되었을 때 사람들은 심한 불쾌감 불안감 공포감 또는 분노감을 나타낸다.
둘째 이런 외상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다시 경험할 때마다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이런 외상과 연관된 자극들을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데에서 오는 증상들이다. 외상을 생각나게 하는 대화, 인간관계, 장소 등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특수학교 선생님이 그 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으로부터 신체적인 폭행을 당했는데 그 일
이후로 그 선생님은 그 학교에서 일 년 동안 일을 할 수가 없었으며 다시 일을 시작한 이 후에도 과거에 받았던 상처로 인하여 예전처럼 일할 수 없었다. 이런 외상을 당한 사람들은 과거 외상을 상기시키는 것들을 회피하려는 경향 때문에 대인 관계나 사회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살아간다.
세번째로는 사람들이 과도한 각성 상태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언제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이 다시 되살아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은 한 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전에 참전 했다는 한 백인 할아버지는 지금도 외딴집에 혼자 사시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총알이 장전된 일곱자루의 총을 집안 곳곳에 숨겨두고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낮에는 긴장하여 일하고 밤에는 긴장을 풀고 자는 것에 비하여 이런 사람들은 밤에 잠을 푹 잘 수가 없다. 누가 조금 큰 소리로 말하거나 문소리만 좀 크게 나도 깜짝깜짝 잘 놀래고 참을성이 약해져서 신경질적이 되고 쉽게 짜증이나 화를 잘 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아주 많이 나빠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있는 가정들에는 대부분 부부 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그리고 형제간에 많은 갈등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흔한 병임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와 외상을 인정하고 나아가지 않으면 추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병은 만성 질환이므로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한 치료가 개입돼야 한다.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유전적 요소가 많다. 특히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더 높게 겪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특별 검사를 해보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많은 변화가 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다.
따라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있어서 적절한 약물 치료는 매우 중요하고 증상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심리적 치료 개입과 더불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로 인하여 가족 관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상담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가족들이 서로 이 병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문제들을 겪고 크고 작은 충격들로 인하여 많은 증상에 시달리며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스트레스 장애를 이해하고 잘 대처하며 적절하게 치료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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