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역사적인 대통령 취임을 지켜보기 위해 추운 날씨 속에 연방의사당 앞 내셔널 몰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운 수많은 군중들의 표정과 환호 속에서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소임을 위해 첫발을 내딛는 당신을 향한 국민들의 뜨거운 기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링컨이 역사적인 흑인노예 해방을 선언했던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옛 주의사당 건물에서 2년 전인 2007년 2월 대선출마 선언을 했을 때 당신이 오늘 그 자리에 서게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꿈이 현실이 된 것은 아마도 당신이 그처럼 좋아하고, 갔던 길을 따르고 싶어 하는 링컨의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순간 링컨은 높은 곳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입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갖는 역사적·사회적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신은 취임을 앞두고 어린 두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대통령에 출마했던 것은 너희들과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취임 하루 전인 19일 한 인터뷰에서는 당신의 피부색이 미국을 하나로 만들고 변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했습니다.
당신의 편지와 인터뷰를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역시 당신처럼 흑백부모에게서 태어나 독특한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학자 말콤 글래드웰이었습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인종의 이미지에 관한 심리테스트를 할 때 마틴 루터 킹이나 만델라, 혹은 콜린 파월 같은 인물들의 기사나 사진을 먼저 훑어보게 하면 흑인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올림픽에서 흑인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까지도 이런 효과가 있다는 군요. 그러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당신이 앉아 있다는 사실이 어린 세대들의 인종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당신 취임으로 온 나라가, 온 세계가 한껏 들떠 있습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풀의 꽃과 같아 머지않아 시들 것입니다, 축제 분위기가 지나간 자리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엄한 현실입니다. 유례없이 높은 국민들의 기대는 당신에게 격려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짐이 되고 있을 겁니다.
양날의 칼처럼 조심해야 할 것이 이런 높은 지지도입니다. 기대를 충족시키려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다스리는 것은 곧 선택하는 것”이라는 정치 격언을 잊지 마십시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을 먼저 선택할 줄 아는 분별력과 지혜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올라간 것은 언젠가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당신이 이끌어 갈 앞으로 4년 동안 정치 상황과 현실은 엄청나게 요동칠 것입니다. 변화와 요동이 엄습하는 가운데서도 지도자가 결코 놓아서는 안 될 것은 신뢰입니다. 물론 신뢰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뢰를 잃는 순간 지도자는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신뢰 상실이 초래한 심각한 결과를 목도해 왔습니다. ‘매스디스트럭션’(대량살상)의 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미스디렉션’(오도)의 무기입니다. “정치에는 공포의 정치냐, 신뢰의 정치냐 라는 두 가지 밖에 없다”는 당신의 민주당 대선배 에드 머스키 연방상원 의원의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통의 의지를 엿보게 되니 말입니다. 소통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기꺼이 얼굴을 맞대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런 가치관은 내각 인선 때도 드러났지만 무엇보다도 당대 최고의 보수논객인 조지 윌의 집을 찾아가 당신에게 비판적인 논객 4명과 만찬을 한데서 그대로 나타나더군요.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는 것도 지도자의 용기입니다. 그리고 보수논객들과의 만찬은 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현명한 발걸음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취임식에 특별히 초대 받은 인사들 가운데 지난 주 엔진이 꺼진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기적적으로 착륙시킨 슐렌버거 기장의 모습이 눈에 뜨이더군요. 그의 초청은 아주 상징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미국호는 극심한 난기류 속에 위태한 비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장으로서 당신의 역할 또한 불안해 하는 국민들을 달래면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는 일일 것입니다.
아무쪼록 당신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백악관을 나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것은 당신이 어린 두 딸과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에게 안겨주고 싶어 했던 그 꿈의 실현이 성큼 더 가까이 다가왔음을 의미할 테니 말입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조윤성 논설위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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