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지난 11월말 연방은행이 5,000억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유동화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모기지 이자율이 크게 하락하였다. 이처럼 이자율이 하락하게 된 것은 모기지 이자율이 모기지 채권에 대한 수요(Demand)와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 채권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이자율은 하락하게 된다.
모기지 채권의 매입을 통한 연방 은행의 시장 개입은 매우 시의적절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여름 모기지 채권은 1조달러에 육박하는 등 피크를 이루었으나 모기지 채권의 주요 고객이던 외국 중앙은행들이 모기지 채권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이에 따라 불과 3개월 동안 모기지 채권 수요는 무려 17%나 격감했다. 이는 결국 모기지 채권의 과잉공급으로 발전하면서 지난 10월 모기지 이자율이 7%에 육박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모기지 시장의 유동성 문제로 인하여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는 추세로 발전되자 이로 인한 주택시장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모기지시장의 안정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연방은행은 직접적인 시장개입이라는 강수를 두고 나온 것이다. 연준의 5,000억달러 모기지 채권 매입조치는 해외투자자들의 수요 격감을 메꾸는 효과를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아예 모기지 채권 시장 상황을 바꾸어 버리도록 만들었다. 단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발표만으로도 모기지 채권에 대한 수요는 급등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작년 10월 중 7%에 육박하던 이자율은 11월에는 6%대로 하락하였고 12월에는 5%대, 이제는 4%대를 위협하고 있다.
프레디맥(Freddie Mac)의 금리 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30년고정모기지 이자율은 5.01%까지 하락한 상태인데 연방은행이 5,000억달러의 모기지 채권 매입을 6월 이전에 완료할 것이라고 하니 단시간 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4%대 이자율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이처럼 이자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면 이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높은 이자율의 모기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재융자를 통하여 적지 않은 금융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변동이자모기지를 갖고 있는 경우 이번 기회에 최저 이자율의 안정된 고정이자모기지로 전환할 수 있으며 또한 홈에퀴티 관련 융자나 높은 이자율의 신용 카드 부채를 모기지에 포함시키는 부채통합(Debt Consolidation)을 통하여 보다 안정된 가계재정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모기지 융자 조건이 크게 강화되어짐에 따라 융자비율(주택가격대비 모기지부채비율), 신용점수 그리고 소득검증이라는 3가지 주요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승인 요건 때문에 낮은 이자율로 모기지재융자를 할 수 있는 혜택이 부여되는 경우는 1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기지 융자에 관련한 저금리 혜택은 일부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국한되어 제공되는 무한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선량한 시민’이라는 단어에 어폐
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신용 상태가 양호하고 무리한 과다 대출을 얻지 않았고 적정수준의 소득을 유지하면서 세금도 실질소득에 가깝게 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나마 낮은 이자율의 주택모기지가 제공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발생하게 된다. 연방은행의 모기지 채권 매입조치를 통하여 모기지시장의 유동성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커다란 리스크 없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으며 경제관념이 뚜렷한 사람들을 위하여 보상 혜택을 제공해주는 것이니 일석삼조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는 세금감면(Tax Cut)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모기지를 연체하였거나 무리한 융자 등으로 인하여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제외되는, 차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모기지 이자율 4%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경우 일종의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낮은 이자율에 모기지 융자 또는 재융자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금융비용 절감이라는 직접적인 혜택은 물론 심정적으로 커다란 만족감을 누릴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인간의 심리상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받는데 정작 나는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상황자체가 불쾌하게 여겨지기조차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몇 년 전 주택거품을 야기시켰던 주택신드롬과 유사하다.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인 여건과는 상관없이 팔을 걷어부치고 주택 장만에 나서자 주택구매에 소극적이었던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삼등인생으로 전락하는듯한 자괴감으로 빠지게 되는 야릇한 주택신드롬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의 경우 그 때에 비하여 다른 것은 당시에는 ‘손쉬운 융자(Easy Money)‘ 때문에 군중심리가 먹힐 수 있었으나 이번의 경우에는 ‘자격요건’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원한다고 무조건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들 사이에 새로운 경제관념이 세워지기를 기대해본다. 앞으로는 미국 생활에 있어서 양호한 신용상태, 안정적인 수준의 대출 그리고 적정수준의 소득보고는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사는 경우 주택 장만은커녕 자동차론, 아이들 학자금융자, 신용카드마저도 얻을 수 없게 되는 이른바 서브프라임인생을 면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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