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뉴욕 부동산 시장도 큰 타격을 입으면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렌트로 전환하고 있다.
뉴욕 일원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미분양 아파트 수가 크게 늘면서 자금난을 덜기 위해 팔리지 않은 아파트들을 ‘임대 후 구입 옵션(rent-to-own option)’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업자들에게는 자금난을 쉽게 해결하고 다운페이먼트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바이어들에게는 저축 기간을 제공하는 ‘미분양 아파트 임대 후 구입 옵션’은 셀러와 바이어들에게 모두 유리한 윈-윈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임대 후 구입 옵션은 금융위기로 최근 갑자기 떠오른 새로운 부동산 구입 방식이 아니라 미경제가 불황을 겪은 지난 80년대 말~90년 대 초 뉴욕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주택차압률이 높은 네바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주에서는 2년 전부터 인기가 높았다.
뉴욕 지역의 경우 신축 개발 콘도에서 볼 수 있는 임대 후 구입 옵션은 세입자가 렌트를 내고 계약 기간 동안 살다가 마음에 들면 렌트비의 대부분을 제외한 가격에 구입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도 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부동산 감정 업체 밀러 사뮤엘(Miller Samuel)의 조나단 J. 밀러 회장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지난 6년 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임대 후 구입 옵션이 불경기로 인해 개발업체나 바이어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면서 점차 성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 후 구입 옵션을 선택한 세입자들은 미분양 신축 아파트를 렌트하고 1, 2년 후 계약이 만
료되면 재계약 또는 이사하거나 구입을 결정하면 매달 지불한 렌트비에서 관리비를 제외한 일부 비용이 아파트 구입가격에 포함된다. 즉 일단 렌트로 1~2년간 살아본 후 아파트 구입을 결정해도 렌트비 일부가 구입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큰 손해 볼 걱정이 없는 것이다.
또 계약시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임대 후 구입 옵션을 선택한 세입자들은 렌트비의 일부가 구입가격에 포함되는 방식 이외에 일정 기간 동안 지불한 렌트비가 클로징 비용으로 사용되는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90만 달러의 신축 아파트에 매달 4,000달러(관리비 800달러)의 렌트비를 내며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가 2년 후 아파트 구입을 결정하면 2년간 지불한 렌트비에서 관리비를 제외한 금액(약 7만6,800달러)이 아파트 구입가격에서 제외된다.
미분양 콘도 임대 후 구입 옵션은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구입 시기를 늦추고 있는 바이어 및 다운페이먼트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거나 신용점수가 나빠 모기지를 얻지 못하는 바이어, 미국에서 신용을 쌓은지 얼마 안된 외국인 바이어들에게 이상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콘도 건축 붐이 불었던 브루클린 윌리암스버그(Williamsburg) 지역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이곳에 들어선 다수 신축 콘도들이 ‘임대 후 구입 콘도’로 전환되고 있다.
이스트 리버뷰와 최신식 위락시설을 갖춘 럭셔리 신축 콘도 ‘노스사이드 피어스(Northside Piers)’ 타워의 경우 경기가 좋았던 2년 전만해도 완공되자마자 180 유닛 가운데 20%가 판매됐으나 불황으로 판매율이 낮아지자 미분양 아파트 30%를 임대 후 구입 콘도로 전환했다.
노스사이드 피어스 개발업체 ‘톨 브라더스(Toll Brothers)’는 전체 180가구 가운데 아직 팔리지 않은 54가구를 지난해 가을부터 임대 후 구입 유닛으로 전환하고 세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데이빗 본 스프레켈슨 톨 하우스 부사장은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다 인근에 비슷한 콘도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자금난을 해결하고 공사를 지속하기 위해 렌트비라도 받아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스사이드 피어스 이외에 맨하탄 53가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서튼 매너(Sutton Manor), 월가 인근에 위치한 99 존 스트릿(99 John Street), 미드타운 54가와 매디슨 애비뉴 교차지점의 리비어(Revere), 브루클린 보로의 브리지뷰(BridgeView), 데코라(Decora), 헤리티지 앳 팍 슬롭(Heritage at Park Slope) 등의 미분양 아파트가 최근 임대 후 구입 옵션으로 전환했다.
신축 콘도 임대 후 구입 옵션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 렌트 투 오운 닷컴(iRentToOwn.com)’ 설립자 존 콥스는 금융위기 이후 지난 5개월간 뉴욕 지역에서 임대 후 구입 옵션으로 전환하는 개발업체 및 정보를 찾는 바이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브루클린 윌리암스버그 지역의 신축 콘도 대부분이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 후 구입 옵션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맨하탄 신축 콘도도 이 추세를 따르고 있다. 웹사이트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주택 구입을 원하는 지역의 우편번호와 아파트의 침실/욕실 수, 가격대를 입력하면 희망 지역의 ‘임대 후 구입 옵션’ 콘도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뉴욕 지역의 임대 후 구입 옵션 주택은 신축 콘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플러싱이나 베이사이드 지역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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