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운전을 아무리 잘 하여도 운전 면허증이 없으면 차를 운전할 수 없다.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있더라도 학생 자격증이 없이는 교실에서 강의를 들을 수 없다. 면허증은 국가 기관에서 면허의 내용이나 사실을 적어서 내주는 문서이다. 자격증은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이다. 어느 것이나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인정하는 사회의 규칙이다.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여기에 ‘교사 자격증’이 있다. 이것이 있어야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 이 사정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그래서 ‘한국학교 교사 자격증’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본다. 언뜻 그래야 할 것 같지만 한국학교 사정을 잘 알게 되면 속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한국학교는 각 지역사회에 자발적으로 생긴 봉사기관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원 봉사하는 일꾼들이다.그렇다면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것은 아니다. 현재는 각 학교의 사정에 따라서 채용되기 전에 적당한 자격 심사를 거치게 된다. 한국교육원에 학교 현황을 보고하는 서류에는 교사 자격증 유무를 묻는 경우가 있다.
어느 분이 필자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 학교 교사는 모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느냐고. 그래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하니 이번에
는 한국 것인가, 미국 것인가를 물어왔다. ‘제가 드렸어요’라고 대답하자 웃음판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난처한 일이다.한국학교 교사 자격증은 어느 쪽 것이라야 하나. 미국의 교사 자격증 발행시 ‘한국어 능력’
을 책정하였나. 한국에서 교사 자격증 발행시 ‘외국 태생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과 전공자’로 한정하였나. 한국학교 교사에게 필요한 자격증은 한국과 미국 두 쪽에서 발행하는 어느 자격증으로도 현재 이 시점에서는 자격이 부족하다고 본다.
한국학교는 한국문화의 중핵인 한국어를 주로 가르치고 있지만, 그밖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어 교사 자격증’에는 이런 현황을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가. 이것 역시 문제로 삼아야 한다면 ‘교사 자격증’은 더 복잡하게 된다. 하지만 쉽게 푸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현지의 문제는 현지에서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소위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재외국민을 국민으로 취급하거나, 한국내 방식으로 통제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미국에는 30년 가까이 되는 두 교육단체가 있어 한국학교 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길만이 한국학교가 가지고 있는 한국문화 전수의 이념을 달성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지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오류는 ‘안다’와 ‘가르친다’는 말들이 가지는 거리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교사 채용시 교직 경력을 물으면, 그런 경험은 없지만 ‘한국말을 잘 하고 있으며, 읽고 쓰기에 불편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는 ‘알고 있다’와 ‘가르친다’는 말
에는 거리가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가르치는 것은 하나의 특별한 기술이며 이를 위해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중요한 일을 성의껏 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앞에 언급한 두 교육단체들이다.
하나의 제안을 한다. 아직도 교사 희망자가 거의 없거나 한국학교 취학 희망자가 적어서 고민하는 지역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날을 위하여 ‘교사 자격증’에 대하여 생각할 때가 되었다. 어디서 주최하든지 10회 이상 교사 연수회에 참가한 사람에게 응시 자격을 주는 것이다. 시험은 교재를 주고 학습지도안을 작성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학습 목적·학습 활동·학습 자료·가정 학습용 숙제 등을 포함하게 한다. 가능하면 10분 쯤 학생 지도의 실지 모습을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여기에 보태서 창의적인 학습 자료 제작과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에세이를 쓰면 더욱 좋겠다. 이 방법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의 여러 기관이 한국어 교사 자격증 발급을 위하여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것보다는 지원금이나 참고 물품을 풍부하게 보내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는 자신의 일을 처리할 열의가 있으며, 그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부족한 것은 경비와 교육 자료와 시간이다. 상호 협조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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