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날 새 대통령은 거의 신(神)에 가까운 존재로 떠받들어진다. 사람들마다 품고 있는 다양한 열망의 구체적 현신으로 비쳐지면서. 세월이 가면서 희망은 실망으로 바뀐다. 그러면 사람들은 새로운 오벌 오피스의 입주자를 염원한다. 전직의 실패를 극복하고 영구적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그런 새 대통령을.”
4년, 혹은 8년마다 되풀이되는 미국 정치의 사이클이다. 한 때는 수많은 미국인의 우상이었다. 높은 지지율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영광은 잠깐. 결국 실정의 모든 책임을 지고 쓸쓸히 무대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는 새 대통령에게 쏠린다.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나. 경제적 번영에, 전쟁에서의 승리를 원한다. 범죄와 마약을 소탕하고 인권의 수호자가 되기 원한다. 환경보존의 챔피언이 되기 원하고, 테러리즘 박멸을 원한다. 거기다가….
한 대통령 학자는 그래서 대통령은 도덕적 리더야 하고, 군사적 천재이어야 하고, 경제전문가에, 외교의 달인이어야 하고, 또 평범한 사람들에게 형제애를 보여주는 인도주의자여야 하고,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치어리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그 대통령직을 워렌 하딩은 일찍이 지옥으로 표현했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것을 사람들은 원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대통령에게는 거기다가 역사의 평가라는 심판이 따라 다닌다. 인기 있는 대통령이었다. 그렇다고 역사의 평가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조소와 멸시 속에 백악관을 떠났다. 역사의 평가는 그러나 상당히 후할 수도 있다.
“그는 백악관에 옥내 배관을 설치한 것 외에는 사실상 아무런 치적이 없다.” 밀라드 필모어 제 13대 대통령에 대한 역사의 평가다. 미국이 태평양세력으로 부상할 때 대통령을 지냈다. 그런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처럼 냉혹하다.
하여튼 사람들의 염원은 위대한 대통령의 탄생이다. 무엇이 그러면 위대한 대통령을 구분 짓고 있나. 중요 잣대의 하나는 창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온 리더인가 하는 것이다.
스테이터스 쿠오에 안주한다. 종전의 틀이라는 것에서 좀처럼 변형을 꾀하려 들지 않는다. 중도라는 편한 입장만을 취한다. 상식과의 타협 속에 과감한 드라이브가 없다. 이런 대통령은 재직 시 인기가 있었어도 역사에서는 곧 망각되는 대통령이다.
제임스 뷰캐넌, 율리시즈 그랜트, 마틴 밴 뷰런, 프랭클린 피어스 같은 대통령들이 그런 경우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비전과 목적의식, 아이디어와 확신감에 차 있고 대통령직에 대한 진지한 집착을 가지고 위기와 도전에 임한다.” 위대한 대통령을 구분 짓는 요소로 많은 대통령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는 항상 초대 조지 워싱턴,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꼽힌다.
워싱턴이 없었으면 미국의 독립이 과연 가능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워싱턴이야말로 새 시대를 연 인물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독립과 건국에 필수불가결적 인물이 워싱턴이란 이야기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어떤 결과가 왔을까. 미국의 남부는 물론이고 멕시코 이남의 광대한 지역이 노예제국가가 됐을 공산이 크다. 미합중국 유지라는 점에서, 또 미국 역사를 진보의 흐름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링컨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즈벨트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미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의 흐름에 큰 족적을 남긴 지도자로 역사가들은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 세 위대한 대통령은 각각 다른 세기의 인물이다. 그러나 시대가 맞은 절대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이들은 국가가 그들을 필요로 할 때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하루가 지나면 미국은 역사의 새 장을 연다.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시대가 열린다. 8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경제 불황을 맞고 있다. 중동에서, 아프리카에서,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의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분명히 위기다. 그 위기를 맞아 미국은 오바마를 선택했다. 이 47세의 지도자는 그러면 훗날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될까, 아니면, 4년 후 환멸 속에 무대를 떠나는 운명을 맞을까.
‘비상시(非常時)에는 비상한 인물이 있어 비상한 공을 이룬다’-. 버락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고대하면서.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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