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2009년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우리 모두에게 연말에 어떻게 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가있을 정도로 어두운 해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있는 지금 이시간이 과연 경제가 최저점을 친 시간일까 우리는 궁금해 한다.
어두운 시작이지만 필자는 미국 경제의 회복 전망에 대해서 무척 낙관적이다. 버블까지 갈 정도로 호황이던 닷컴시절이나 미친 부동산 경기에 힘입은 시절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고 또 오는 것이 반갑지도 않지만, 이 어려운 경제가 어느 정도로의 회복은 곧 될 것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필자의 칼럼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셨겠지만 필자는 오바마 쪽이 아니었다. 공화당 후보를 선호했었다. 어려운 경제가 불 보듯 뻔하게 밀려오고 있는데 사회적 정의를 앞세우고 많은 납세자들의 세금을 인상하고 정부 사이즈를 키우는 비생산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좌 성향의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이거 큰일이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투표가 끝나고 이제 곧 대통령이 될 시간이 될 때까지 해온 오바마 당선자의 퍼포먼스(한글에는 여기에 맞는 단어가 없다)는 필자의 기우를 상당히 없애주는 멋있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이념과 좁은 생활 테두리의 제한에서 벗어나 상당한 범위에서 인재를 임명하고, 어려운 경제의 심각성을 재빨리 인식하고 증세 대신 감세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개인 개인 말씀 드리기는 어려우나 경제 쪽에서 그가 행한 요직 임명들은 거의가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에 가까운 훌륭한 것이었다. 정치적 색깔이나 지역이나 사회적 이념 같은데 구애된 면이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가진 이념과 종교와 세계관이 어떻든 좁은 스페이스에서 살아간다. 마음만 자유로울 수 있을 뿐이지 살아가는 생활반경이란 너무나 좁은데서 사는 게 우리 인간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이란 엄청난 자리로 옮겨가면서 어려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미국 경제의 앞으로의 전망이 낙관적인 첫 번째 요인으로 필자는 훌륭한 지도자의 그릇을 꼽는다.
그러니 우리의 관심은 또 다시 어려운 형편의 한국으로 옮아가서 그 곳의 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그릇을 보게 되고 한없이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오바마와 이명박은 닮은 것이 아주 드물 정도로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한 사람이 자기의 살아가는 좁은 세상을 벗어난 넓은 안목을 가졌다면, 다른 한 사람은 자기가 살아가는 세상 밖에는 모르는 너무나 편협한 사고에 묶인 약한 면을 가진 것 같다.
만약 대통령 후보가 너무나 훌륭한 배경에서 성장해서 그 주위가 훌륭하고 존경스런 인물들로 넘쳐나는 경우라면 그가 자기의 좁은 세상에서 사람을 구해도 별로 큰 문제가 없겠지만, 사업종류 중에서 깨끗하기로 소문난 업종이 아닌 건설회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거의 절대적인 통제를 하기로 유명하던 정주영 같은 재벌총수 밑에서 주어진 테두리 안의 일만하고 중요한 디시전 메이킹을 별로 해본 적 없는 제한된 경험을 가진 이가 대통령이란 중책을 맡을 준비가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국회의원 당선이 선거기간에 불법행위로 무효가 된 배경을 가진 그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준비를 할 때 그에게로 찾아간 대학 교수들이나 전직 관료들이 얼마나 고매한 인품을 가진 유능한 이들이었을까. 거기에다 같은 교회 안에서 활동한 이들, 같은 지역 출신, 같은 대학 출신, 이렇게 그 인재풀을 만들고 나면, 국민들은 진작 큰 기대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치적으로 보면, 경쟁을 하던 박근혜 후보가 당내에서의 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경선 룰과 결과에 승복하고 그를 대선에서 밀어주지 않았었다면 그가 당선되었을까. 그러나 그가 대통령 취임 후 해온 좁은 가슴으로 한 처신으로 같은 당내에서도 동조를 못 받는 사정이 지금 국회에서 그 많은 다수당의 숫자에도 불구하고 경제 안건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는 한심한 결과를 낳게 했다. 지금의 야당이 현안마다 어거지로 싸움을 걸어온다지만, 그걸 그럼 애초에 예상 못할 정도로 순진했단 말인가.
우리 지금은 어쩔 수 없다지만, 한국민들이 좀 더 똑똑해져서 옳은 지도자를 가려서 뽑을 줄 아는 날이 오도록 비는 수밖에 없겠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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