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로 접어들면서 주식과 주택 값이 계속 하락, 소비자들의 마음이 불안할 때 또 다른 메가톤급 금융사기사건이 터졌다. 월스트릿을 떠도는 보통 사기꾼이 아니고 한때 나스닥 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난 버나드 메이도프가 저지른 사건이어서 더욱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70세의 유대계 미국인인 그의 사기 금액은 5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아마 작은 나라의 일년 예산과 맞먹는 액수일 것이다.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지난 16년간 증권거래소(SEC) 감사반에 의하여 8번이나 감사를 받았는데도 비리가 발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 엄청난 비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의 회사에서 일하던 두 아들에게 한 이야기가 근거가 됐다. 지난해 11월 메이도프가 아들들에게 지금까지 그의 증권시업은 폰지게임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동안 그의 손실이 50억달러나 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들들이 고민하다가 사직 당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현재 1,000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메이도프를 당장 재수감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는 민사와 형사혐의로 고발된 상태이다. 연방의회에 의하여 증권거래소장과 감사원장에게까지 불똥이 떨어지고 관계자들은 서로 혐의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로운 투자가들이 낸 원금으로 기존 투자가들에게 높은 배당금을 지불하는 폰지사기극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1920년대 찰스 폰지라는 사기꾼이 시작했고, 이런 사기수법을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배당금을 투자에서 얻은 이익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 입금된 원금에서 지불하는 방식을 이용하면서 본인은 투자 관리비로 엄청난 액수를 보상금으로 받았다. 증권 값이 상승할 때는 괜찮았는데 주가가 폭락하고 새로운 투자가 마르기 시작하면서 배당금을 지불할 돈이 고갈돼 그의 수법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스튜워드 월스트릿 저널 칼럼니스트는 투자가들이 이번 일에 꼭 짚고 넘어 갔어야 할 몇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그 엄청난 자금의 감사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 유대계 CPA가 담당한 것, 투자의 큰 비중을 메이도프가 혼자서 직접 한 것이다. 투자가들에게 높은 수익과 동시에 낮은 부담을 보장하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지면서 메이도프는 전혀 의심을 받지 않았다. 4투자가들이 브로커를 의심하지 않고 너무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무나 투자가로 받아들이지 않아 한때는 그가 관리하는 펀드에 투자하려고 줄을 서기도 했다고 한다.
스튜어트는 이번 사기극으로 전체 증권투자 전문가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일은 투자가들의 지나친 욕심이 빚어낸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투자가나 투자 하려는 사람들이 여러 번 그의 투자 전략에 대하여 질의했지만 늘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의 인맥과 높은 수익만 바라본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비극이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메이도프 사건 같은 일이 몇 번 있었다. 평생 저금한 돈이나 집을 저당잡고 대출한 돈을 헤지펀드에 투자하여 손해 본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적지 않다. 창피해서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포자기한 사람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한인사회에서 잘 알려진 사람들이 브로커로 등장한 케이스들이다.
이런 사기극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계’와 다른 점이 없을 것이다. 높은 수익을 바라보는 욕심에 계에 관여하게 되고, 곗돈을 찾아 쓰고 난 후 계 불입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새로운 계를 시작하는 것은 폰지게임과 다른 점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불입금이 고갈되면 계가 깨지고 계파동이 뒤따른다.
하지만 증권시장의 투자가들이 모두 메이도프 같은 것은 아니다. 건실한 계가 적은 돈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원동력이 된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 우리도 이런 일을 거울삼아 주위를 다시 살펴보며 전문가를 통하여 자신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그래도 이민사회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기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보다 동포사회에서 올바르게 밝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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