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오는 20일 출범한다. 미증유의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제를 살리고 그밖에 해결을 기다리는 나라 안팎의 어려운 과제들이 새 정부 앞길에 가로놓여 있다. 변화와 개혁을 외치며 정치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47세의 패기의 정치인 오바마는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병든 미국을 치료하고 이미 로마제국처럼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을 잠재워 다시 한 번 국운 융성하고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국가의 위상을 되찾아줄 것인가?
그는 21세기형 새로운 뉴딜정책을 펴겠다고 말함으로써 레이건 정권 이래 정착되어온 글로벌리즘과 신자유주의가 배설하여 놓은 미국 경제의 병폐를 뜯어 고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미국의 새 정부가 채택하고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뉴딜정책이란 무엇이며, 그 사상 이론적 배경을 간단하게 짚어 본다.
뉴딜정책이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정부가 생산과 유통에 경제 주체로서 적극 개입하고 보건, 교육, 의료, 문화 등 각 부문에도 행정 지도를 펴 공공부문의 고용을 늘린다. 조세정책에서도 ‘부의 재분배’ 기능을 살린다.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여 재정을 조달하고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준다. 이로써 광범한 밑바닥 층에 가처분 소득을 늘려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소비를 확산토록 하여 수요의 측면에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국민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그동안 방치했던 새 시대가 요구하는 환경 친화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진영의 두뇌집단인 미국 진보센터(CAP)는 재작년 9월, 매사추세츠 대학 정치경제연구소와 함께 ‘그린 뉴딜정책’ 보고서를 냈는데 여기에 그 구체적 모습의 일부가 보인다. 그는 기후 변화 경고의 전도사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회동, 그의 견해가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산업은 농업에서 시작해 제조업, 금융, 정보통신사업으로까지 이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의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하는 등 전체 전력 수요의 10%를 재생 에너지로 메운다고 한다. 태양열, 풍력발전소 등을 증설,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얻는다.
10년 동안 전체 노동자의 3.6%가 넘는 50만명의 노동자가 새롭게 녹색 일자리에 취업하게 된다. 매년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100만 가구씩 신축하며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빌딩, 공립학교를 건설하는 등 미국을 저탄소 경제 패턴으로 바꿔 나간다.
그는 또한 고속전철을 깔아 대중교통수단의 전기화, 고속화로 석유 소비를 줄이겠다고 약속한다. 1930년대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은 산업자본주의 시절, 시장에 대한 정부의 자유방임이 부른 참사였다. 한쪽에선 과잉생산으로 식량과 상품이 팔리지 않아 썩어나고 다른 한편에선 노동자, 대중들이 쓰레기통을 뒤져 연명하느라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는가 하면 주가 폭락으로 하룻밤 사이 전 재산을 날린 투자가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 때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이런 비극이 고전적 자유주의 정책 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고용을 늘림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경제사상은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이 지배적 이론. 즉 ‘만들어만 놓으면 팔리기 마련’이라는 생각이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정부는 케인즈의 이론을 채택하고 부유층의 집요한 반대와 방해를 물리치며 뉴딜정책을 집행함으로써 공황 탈출에 성공, 미국 자본주의를 구하고 수십년간 세계는 번영을 누렸고 케인즈 이론은 완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제 1차 에너지 위기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또한번 세차게 뒤흔들어 놓았다. 사사건건 케인즈를 반대, 비판하던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학자 하이에크 등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의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방임론이 또다시 득세한다. 레이건, 대처 등 보수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채택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성장에는 일정한 기여를 하였지만 부의 양극화,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 그리고 무엇보다 비대해진 금융자본의 투기화가 부른 오늘의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파탄 난 것을 웅변하고 있다.
이제 다시 세계는 케인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광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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