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틱 전문 부틱 샵- 테라 디자인 스튜디오
한인타운 6가와 알렉산드리아,‘테라 디자인 스튜디오’(대표 김은주)에 가면 ‘오래된 이야기가 있는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19세기 여인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던 손가락만한 향수병을 은줄에 달아맨 목걸이, 중년 신사숙녀들이 목에 걸거나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메뉴나 신문 볼 때 꺼내쓰던 반으로 접은 나비모양 돋보기, 1920년대 어떤 멋쟁이 여인이 파티 갈 때 들었음직한 플래퍼 스타일의 실버 클러치, 아일랜드 산 펜던트, 독일 산 라켓, 빅토리안 시대의 핸드나이프, 100년 전 드레스를 장식했던 클립과 단추…
수백년 전 귀족이 썼을 수공 목걸이·시계…
세계 각국 수집 액세서리를 현대감각 복원
인테리어 디자이너이며, 가구 디자이너이고, 앤틱 액세서리 수집가인 김은주씨는 아주 오래된 물건들을 모던한 장식으로 탈바꿈시키는 아티스트다.
인테리어와 가구뿐 아니라 앤틱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남다른 예술적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디자이너 김은주씨.
단추, 버클, 클립, 시계, 천연석, 은십자가 같은 것이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대단히 세련된, 세상에서 단 한 개밖에 없는 특별한 액세서리가 되어 나온다. 앤틱 피아노 건반을 손으로 커트해 만든 상아 목걸이는 요즘 나오는 웬만한 체인 목걸이보다 훨씬 모던한 감각을 보여주고, 사슴가죽 줄과 은도금 체인의 조합은 그 자체로 완벽한 패션 아이템이다.
대개 귀족이나 부유층에서 사용했을, 그러기에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는 고급 재료와 섬세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들은 조금 낡고 닳아있는 모습이 더 친근하고 아름답다.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 그 센티멘탈 밸류 때문에 사람들은 앤틱에 매료되는 것일까.
“앤틱 상인들에게 물건을 살 때면 ‘이거 갖고 가서 뭐 할 거냐’고 꼭 물어봐요. 망가뜨릴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지요. 비록 팔기는 하지만 사가는 사람이 돈 주고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알아주기 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답니다”
김씨는 이 골동품들을 세계 각국에서 모아들였다. 십몇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하면서 안 가본 데가 없을 만큼 돌아다녔는데, 수많은 여행의 기념품이 모두 수십년 전 혹은 수백년 전 누군가가 사용하던 물건들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다보면 건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잘 지어진 건축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앤틱 장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 일본이나 베트남 같은 유서 깊은 나라에 가면 작은 피스라도 꼭 사들고 왔지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뉴욕에서 보내주시던 목걸이 시계들, 프랑스에서 날아온 인형들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곤 했던 그녀는 가는 곳마다 ‘스토리 있는 오브제’를 만나면 소녀처럼 매혹됐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관찰하고 연구하게 되더란다. 어떤 시대에 어떤 물건이 유행하고, 어떤 디자인이 나왔는지, 그 역사를 알게 되면서 점점 더 매혹되고 점점 더 눈에 보이고 점점 더 갖고 싶고… 눈에 띄기만 하면 어떤 값을 지불하고라도 사들고 왔는데 나중에는 박스 박스마다 잔뜩 쌓이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져, 앤틱 오브제를 모던 액세서리로 복원시킨 작품들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한 것이 부틱 샵으로 발전했다.
3년 전부터 지인들에게만 알음알음으로 판매하다가 최근에야 ‘수틴’(Sutine)이라는 이름의 라인으로 런칭했으며 지난 8월 테라 디자인 스튜디오를 한인타운으로 옮긴 후부터는 1층에 상설 전시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못 팔겠더라구요. 모두 정든 물건이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나이 마흔이 넘으면서 물건을 많이 갖고 있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남들한테 사랑받으면 더 좋기도 하구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2층에 작업실 만들고 좀 더 전문적으로 작업해볼까 하는 계획도 있습니다”
서울예고를 나와 한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조각, 서양화, 그래픽 디자인, 환경 디자인, 그리고 패션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거의 모든 분야를 공부한 김은주씨는 라카냐다, 행콕팍, 베벌리힐스, 샌디에고의 저택들과 커머셜 공간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본보 부동산면에 인테리어 칼럼을 기고하는 그녀는 한국에서 동아일보 일미미술관과 미술관장의 집을 디자인하여 인테리어 잡지 ‘매종’에 소개되기도 했다.
테라 디자인 스튜디오에는 액세서리 외에도 김씨가 디자인한 가구들, 실내장식품들,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작품, 장식초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Terra Design Studio 주소와 전화번호는 3517 W. 6th St. LA, CA 90020, (213)484-2200
<글·사진 정숙희 기자>
1930년대 디자이너 크레이머가 만들었다는 팔찌와 귀고리 세트.
오래 전 누군가가 걸고 다녔을 목걸이 시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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