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4월 당시 닉슨 미 대통령은 미 달러가 금에 연계되어 있었던 ‘금 태환제도(gold exchange standard)’ 포기를 선언하였다. 즉 2차 대전 이후 유지되어 왔던 미 달러 중심의 고정환율제도가 공식적으로 종언을 고하였다. 대신 세계경제는 본격적으로 변동환율제도 시대에 진입하였다. 각국의 경제 상태를 반영하여 각국의 통화가치, 즉 환율이 결정되는 제도이다.
2차 대전 이후 국제간 자금흐름은 주로 국제무역을 반영하고,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에 따른 국제간 자본이동이었다. 그러나 변동환율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부터 이런 추세가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10년 동안 세계무역 규모는 4배정도 늘어났으나 국제간 자금흐름은 15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90년대 이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무역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국제간 자금이동 현상이다.
이 와중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증가일로에 있어왔다. 사실 닉슨의 금 태환 포기선언도 그 이유는 늘어나기 시작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1985년부터는 해외 부채국으로 전락하였고 지속되는 무역수지적자로 미국의 해외 순부채도 계속 증가하여 왔다.
미국의 달러화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였으므로 국제자금이 미국에 집중하였다. 이 결과 달러 가치가 상승되어 미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유입된 해외자본을 잘 활용할 수만 있으면 된다. 90년대 풍미하였던 ‘인터넷 버블’에 따른 실패도 이해할 수 있다. 얼마의 ‘썩은 사과’들은 있었지만 생산 활동을 하다 실패한 것이니까. 모두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문제는 인터넷 버블이 꺼진 후에도 미국의 무역수지 폭은 계속 증가하고 21세기에 진입해서는 그 폭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미국 경제생산부문이 유입되는 해외자금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데도. 이 점이 우려를 낳기 시작하였고, 본인도 본란(2007년 5월 22일)에 이 우려를 피력하였다.
금세기 초 미국의 ‘부동산 붐’, 그리고 그 후유증,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다. 결과적으로는 미국에 유입된 해외자금을 주범으로 볼 수 있다. 예 컨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금을 미국에 도로 유입시킨다. 상대적으로 미국 내에서 자금이 풍부해져, 자금의 비용 즉 이자율이 싸진다. 이 결과 미국의 소비자들은 싼 중국제품을, 더구나 낮은 이자율 때문에 별 부담감 없이 소비할 수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악화되지만 (20세기 말 세계경제 개관이다).
나아가 이러한 낮은 이자율을 ‘활용’하여 미국의 소비자들은 ‘주택/사무실 서비스’를 구입하였다 (21세기 초 미국 부동산 붐이다). 임기 말을 앞 둔 그린스펀 연방은행 의장은 이를 최소한 ‘묵인’하였다. 그러하다면 중국은? 끝없는 남 탓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2조 달러정도 예상되는 경기부양조치는 미국경제 규모로 볼 때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의 금융분야에서 거품은 더욱 제거되고, 내수부문도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수입도 줄고, 해외자본 유입도 줄어, 미국의 무역수지는 줄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 무역수지 개선이 아니라, 수출 증가만이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발 금융 위기’인데 초점은 미국보다 범세계에 더욱 맞춰지고 있는 인상이다. 일본 엔화를 제외하고 달러 가치가 범세계적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환율의 움직임이 단기적으로는 유동성과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진적으로는 하향성향을 보일 것이다.
외형적으로 공교롭게 1930년 세계 대공황과 유사하다. 세계 1차대전의 후유증이었지만, 미국은1933년 ‘금본위제도 (gold standard)’를 포기한다. 이제 세계는 다원화되어 미국, 중국, 유럽, 그리고 일본이 주축이다. 규모로는 중국이 곧 미국경제를 추월할 것이고, 이를 반영하여 달러화 이외의 기축통화를 지정하는 세계금융제도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하고, 1933년 그리고 1971년에 이어 세번째 포기(?) 선언이 나온다면, 재편되는 세계금융질서가 미국경제를 지배할 것이다.
정요진
USC BEN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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