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는 1929년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미국경기 후퇴는 전 세계경제의 동반 후퇴를 몰고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경제의 문제점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 자유무역, 자본시장 개방 등 시장경제원리를 주창하고 때에 따라서는 강요까지 해왔던 미국의 영도력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이목이 신임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펼칠 경제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레이건 행정부로부터 시작되어 꽃이 핀 시장경제가 도에 지나치면 이렇게 심한 독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짐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시장경제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간섭이 최대한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경제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오바마 경제팀은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온 경제 원리와 우리가 이루어 놓은 경제체제에 과감한 수정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수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소를 제거하려다가 환자를 죽이는 잘못을 범할 수가 있다. 오바마가 과거의 경제정책에 관련되었던 전문가들을 대량 등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 미국의 위정자들은 응급실에서 바삐 뛰어다니는 의사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출혈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사는 우선 수혈(현금공급)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수혈을 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수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임시적인 수혈이 환자를 회복시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경제팀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응급실에 실려 온 일부 환자들을 정부가 외면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차별대우를 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일부 한인은행들도 애타게 정부의 수혈을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 팀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이 막대한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가가 문제이다. 정부가 빚(재정적자)을 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빚을 과다하게 지면 미국에 대한 신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국채의 값이 떨어지게 되고 금리가 올라가게 되며 물가도 올라간다. 달러 가치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미국을 위시해서 세계의 금융시장이 오바마 경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만일 오바마 경제팀이 펼치는 정책에 장래성이 보이지 않으면 세계금융시장은 오바마 정부를 불신임하게 될 것이고 미국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는 부실기업의 신세가 될 것이다.
현재 미국경제는 사면초가 상태이다. 주택가격은 폭락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자들의 자산이 평균 30% 이상 감소했다.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기업의 매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실업율도 사상 최고수준으로 다가가고 있다.
미국경제의 어느 곳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정부만이 손을 쓸 수 있는 입장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 역사적인 과업을 짊어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국민은 흑인 대통령에게 이러한 역사적인 경제개혁의 책임을 맡기게 된 셈이다.
미국경제는 위에 서술한 단기적인 문제점들 이외에도 많은 장기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오바마의 선거공약에 나온 문제들이다. 지구 온난화 대책, 에너지 자급 정책, 교육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 그동안 미뤄온 정책들이 하나같이 자금이 필요한 것들이다.
국가 재정을 파탄 시키지 않고 어떻게 이런 거대한 정책들을 추진할 것인가? 오바마팀이 가야할 길은 매우 험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미국정치를 영도해온 지도자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백인 중심의 백인 문화를 몸에 지닌 사람들이었다. 이들에게는 백인 특유의 우월감이 있었다. 그리고 빈곤층에 대한 이해는 있어도 공감은 없었다.
오바마는 성장과정을 통해서 미국의 빈곤층 내지는 중산층에 대한 공감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오바마의 이러한 배경과 인격이 미국경제의 장기적 변혁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대기업의 입김에 정책이 좌지우지되었던 과거 공화당의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벤자민 홍
전 새한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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