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지난해의 모든 어려움을 털어버리고 새 희망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올해는 새해를 맞으면서 걱정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경제 위기가 새해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정부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새해의 첫 번째 4분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하고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최악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도 대통령이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좀 나아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경제 위기가 회복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역술가들이 새해 운세를 말하는데 이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어떤 역술가는 내년이 지나면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대공황과 맞먹는, 또는 그 이상의 고통스런 시기가 될 것이고 기간도 3~4년간이나 힘든 기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역술가가 경제학자의 말을 따라서 하는지, 경제학자가 역술가의 말을 따라서 하는지,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에 한 술 더 떠서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외국의 어느 유명 예언가는 2010년에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어떤 교수는 2010년 미국 멸망론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러시아 언론이 이 주장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러시아 KGB 출신으로 외무부 산하 외교관학교의 교수라는 그는 미국에서 올가을에 내전이 발생하여 내년에 6개 지역으로 분열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캘리포니아 등 7개 주는 중국 식민지, 텍사스 등 9개 주는 멕시코 영토, 중북부 15개 주는 캐나다 영토, 뉴욕과 워싱턴 등 동부지역은 유럽연합 영토가 되며, 알래스카는 러시아 영토, 하와이는 중국이나 일본의 보호령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가 약화되니 이런 황당무계한 괴담으로 조롱하고 있다.
새해에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경제가 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려웠던 대공황이 극복되었던 사실을 알고 있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대공황의 한 가운데서 세계 최고의 빌딩으로 세워졌다.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노후 혜택과 빈민혜택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도 대공황의 한 가운데서 확립되었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에 어려움은 항상 따르지만 모두 극복되기 마련이다. 결코 절망할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은 공포심이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가 거친 폭풍우를 만났을 때 선장을 비롯한 모든 선원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겁을 먹고 혼비백산하여 허둥대다가는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이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공포심에 사로잡히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대공황의 피해가 절정에 달했던 1933년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우리의 유일한 공포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임진왜란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한 이순신 장군은 정유재란의 발발과 함께 삼도수군통제사를 다시 맡았을 때 도저히 재기가 불가능한 절망 상태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파직과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신병이 심했고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조선 수군이 궤멸상태였기 때문에 수많은 왜군을 대적할 처지가 아니었다. 조선 수군은 병력에서도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그보다도 공포에 질려 싸울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런데 명랑해전의 결전을 하루 앞두고 이순신은 소수의 수군을 모아놓고 그 유명한 말로 사생결단을 촉구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즉 “반드시 죽으려고 한다면 살 것이고, 반드시 살려고 한다면 죽을 것이다”고. 그리하여 이순신의 대장함을 선두로 12척의 배가 왜선 330여척과 맞붙어 대승을 거두었으니 이것이 명랑대첩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승 신화는 바로 이 정신의 산물인 것이다.
해마다 새해에는 덕담을 나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부자 되십시오”라는 말도 유행했다. 그런데 경제가 유난히도 어려워지고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번 새해에는 이 덕담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내자는 ‘필사즉생, 필생즉사’ 한 마디를 새해 덕담에 덧붙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기영
뉴욕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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