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흑인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함으로써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해이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이 비백인 시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대단 하다. 한마디로 요약 한다면“하면 된다” 즉 ‘Can Do Spirit’의 극치이다. 앞으로는 흑인뿐 아니라 모든 비백인 지도자가 주저 않고 중앙 정치무대에 도전할 물꼬를 튼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역경을 딛고 정치 입문의 선봉에 선 소수계는 단연 일본계였다. 민주당 지도자 였던 새크라멘토 출신 로버트 마쓰이와 산호세의 노만 미네타를 아시아계 정치 개척자로 들 수있다. 몇 십년동안 경험된 정치 지도력 때문에 마쓰이는 차기 하원의장자리를 기다리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참 안타까운 일이였다.
공석인 그 자리에 그의 미망인 도리스 마쓰이가 당선되어 남편의 유지를 이어 나가고 있다. 산호세에서는 역시 민주당 지도자이고 부시행정부에서 교통부 장관을 지낸 미네타가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던 이 두 사람은 자기 커뮤니티를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감리교인인 그들은 아시아 감리교 전국조직에 관여하기도 했으며 미네타 의원은 출신 지역구에 돌아올 때마다 그가 자란 일본 감리교에서 주일학교 선생을 했다고 한다. 그들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주요 이유로 자기들의 정체성과 커뮤니티를 잊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이제 고인이 된 남가주 몬트레이팍 출신 전 가주상원이었던 알프레드 송은 우리 동포였다. 가주 상하원에 비백인으로 처음 당선된 그는 하와이가 고향으로 2차 대전 참전 후에 LA근처로 이주하였다.
그는 아시아인이기에 겪은 인종 차별을 이기는 방법은 정치에 입문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USC 법과대학 졸업 후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1960년에 몬트레이팍 시의원을 거쳐 다음 해 주하원의원, 5년 뒤에는 주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의 동료였고 후에 상원의장이었던 로버티 같은 이는 송 의원을 ‘율사중의 율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원 법사분과위원장으로서 그간 내린 법해석과 그가 기초한 법조항들이 여러 법과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기도 한다.
그는 1978년 재선 때 이혼한 백인 부인이 FBI에 허위 비리보고를 하는 바람에 신문에 보도되며 낙선했다. 이례적으로 FBI가 언론에 사실이 아님을 선거이후에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인으로 인생이 끝난 그는 주 행정부에서 주선한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듣기로는 우리 커뮤니티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한다. 북가주 한 언론인은 그가 한창 정치 활동을 할 때 그를 취재하려 했지만 응하지 않아 섭섭한 마음을 나에게 여러 번 전했다.
한국계 1세로는 다이아몬드 바 시의원과 시장을 거처 공화당계로 연방하원의원이 된 제이 김(김창준)이 있다. 그는 원래 민주당원으로 나와 같이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부지런히 민주당 일을 하던 인사였는데 당적을 공화당으로 바꾸며 민주당 정치동료들을 적지 않게 실망케 한 기억도 난다. 그후 그는 불법선거자금 수수혐의로 가택연금 된 일도 있었고 재선에 실패했다. 북가주에는 한인여성으로 지난 주하원 선거에 재선된 매리 정 하야시같은 정치인도 있다.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커뮤니티 일에 앞장서는 앞날이 촉망되는 사람이다. 그는 아시아 여성건강단체 회장을 지내며 아시아인들이 꼭 모델 시민만이 아니고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며 책도 출판했다.
아시아계로 한사람을 더 들라면 뉴올리언스에서 흑인 현직 연방의원을 물리치고 흑인 유권자가 2/3이 넘는 구역에서 당선된 안 조셉 카오 같은 이가 있다. 베트남 피난민가족으로 루이지애나에 정착한 사람이다. 항상 커뮤니티일과 그가 속한 천주교 일에 앞장을 섰다.
후에 변호사가 된 다음 지난해 선거에서 공화당계로 당선된 41세의 젊은 정치가이다. 아시아계로 실패한 김창준 전의원 다음으로 공화당에 의하여 천거된 사람이 아닌가 하고 어떤 이는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국 정치구도를 잘 알고 전 아시아 커뮤니티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 부각되어야한다. 자기를 길러준 커뮤니티가 주류사회처럼 세련되거나 쿨 하지 못하다 해도 그곳이 자기의 정치 기반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뜻을 갖고 정치에 입문한 매리 정 하야시나 안 조셉 카오 같은 이들을 우리는 격려하고 도우며 그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어야 한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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