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좀 지나면 백악관의 주인이 바뀐다. 1800년 존 애담스 2대 대통령이 첫 주인이 된 이래 209년 만에 처음으로 인종 다른 주인이 입주한다는 사실, 그 의미와 파장,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경제상황이 맞물리면서 새해 벽두 백악관에 쏠리는 관심은 지대하다.
온갖 굵직굵직한 정치·경제·사회적 이해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관심들이 백악관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 먼 언저리에는 다소 한갓져 보이는 관심도 하나 끼어있다. 백악관 주변의 담배연기에 관한 관심이다.
‘담대한 희망’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실현해낸 의지의 주인공, 버락 오바마가 담배에 관한한 아직 똑 부러지게 금연의지를 관철해내지 못한 데서 생긴 관심이다.
오바마는 골초는 아니다. 과거 많이 피웠을 때는 하루 7-8 개피, 보통은 하루 3 개피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그 서너 개피가 그의 발목을 아직 잡고 있다. 대부분 흡연자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 여러 번 끊었지만 여전히 옛날 버릇으로 미끄러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그는 고백했다.
백악관 안에서는 물론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만들어 놓은 백악관의 금연규칙을 그는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이 금연이 될지, 뒷문으로 슬그머니 나가는 옥외 흡연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흡연반대 운동가들은 이참에 오바마가 담배를 딱 끊음으로써 새해 금연결심 캠페인의 불씨가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가 금연을 새해 결심으로 삼았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습관, 특히 나쁜 습관은 편안한 침대에 비유된다.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아침이면 학교에는 가야 하는 데 이부자리에서 나오기 싫어 마지막 순간까지 이불 속에서 맹기적거리던 기억이 있다. 그 편안함, 그 안락함, 그 만족감이 바로 습관의 위력이다.
그렇게 편안하고 안락하고 만족스러워서 도무지 빠져나오기가 힘든 것이 습관이고, 매년 한차례씩 그 힘든 ‘탈출’을 시도해보는 것이 새해결심이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새해결심을 하고 있다. 매년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절반 정도가 새해에 결심을 한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 보도를 토대로 결심의 내용을 보면 1위는 체중 줄이기, 2위는 금연으로 예년과 비슷하고, 지출을 줄이겠다는 결심이 3위에 올라 심각한 경제 여건을 반영했다.
체중 감량이건 금연이건 대부분은 같은 결심을 지난해에도 했고 그 전해에도 했을 것이다. 매년 새해면 같은 결심을 하고 한해에도 여러 번 같은 결심을 하지만 아직껏 해결이 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책 없이 도전했다가 습관의 위력 앞에서 무참하게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이 새해결심이라면 칼로리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식사량을 줄이며 “이번에는 …”하며 의지를 다진다.
하지만 1월 혹은 2월쯤 어느 몹시 피곤한 순간, 극도로 스트레스 심한 순간, 아니면 열 받아서 아무 생각도 안 나는 순간,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허겁지겁 뭔가를 다 먹어치우면서 의지의 괘도이탈이 발생한다.
습관은 무의식 차원의 행동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나는 것 같은 나날 속에서도 우리는 꾸준히 하는 것이 있다. 습관적 행동들이다. 성인이 되고 나면 우리 행동의 절반 이상은 습관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반복되는 동안 신경조직에 깊이 각인되어서 머리 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게 하는 것이 습관이다. 셀폰으로 치면 스피드 다이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새로운 결심이라는 익숙지 않은 번호들을 누르는 사이 오랜 습관은 스피드 다이얼로 몸을 움직여 버린다.
습관은 처음 우리가 만들지만 나중에는 우리의 주인이 되고 만다. “인간은 첫 반평생 동안 얻은 습관으로 나머지 반평생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사람은 대개 거기서 거기인데 습관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습관을 돌아보자. 뭔가 바꿔야할 습관이 있지 않을까. 습관과의 싸움이 남은 인생의 질을 바꿀수 있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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