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공황은 후버 대통령 때 왔고,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대공황에서 벗어나게 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경제사를 기억하고 있다. 역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단순 간단하게 기억되어 지고, 보통사람들은 단순한 대답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러니 선거 때마다 입후보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쉬운 한마디 메시지로 자기나 상대방 후보를 정의하려고 애쓰고, 그렇게 잘 되면 대강은 성공하게 된다.
위의 대공황에 대한 얘기는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경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유도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어느 정도의 선에서 비교적 믿을 만한 예상은 할 수가 있는데 우선 가까운 장래의 경제에서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금융 쪽에서 워낙 지금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고 (그것이 일반의 대출로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미친 듯이 돈을 찍어내고, 오바마 정부에서도 무슨 일이 있건 경기부양은 하겠다니까, 경기는 아마도 2010년이 가까워 오면서 회복의 기미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증권시장은 6개월에서 9개월 일반 경기를 앞서 가니까 빠르면 이번 여름쯤 주식시세의 반등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경기회복은 건강한 장기적 경제성장의 시작은 아닐 것이다. 이다음 오는 경기회복은 단기적이고 또 그 회복의 수준도 별로 신통하지가 않을 것이다. 경기는 그 이후 그 회복된 수준에서 한참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장기적 호경기가 올 유일한 희망은 에너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고 미국이 필요한 에너지의 80% 이상을 국내에서 해결하는 사정이 되기 전에는 기대할 처지가 못 된다.
가장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엄청난 국가 채무에서 오는 위험성이다.
지금의 채무와 오바마 정부에서 빌리는 채무를 합치면 그 액수는 너무나 엄청나서 지금 40대 중반이 넘는 나이의 세대에서는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는 마치 혈관이 팽창해서 뚱뚱한 몸을 지탱하는 환자가 쉽사리 몸을 날씬하게 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으로의 세대는 지금의 세대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식들은 우리만큼 잘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벌써 미국인 여러 사람들이 막연히 느끼는 두려움이다. 피우 글로벌 여론조사에서 일반 미국인들을 상대로 물어본 결과가 그런 두려움을 보여준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60%가 앞으로의 세대는 지금만큼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대답하고 31%만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결과는 우리들 사이에 막연히 퍼져 있는 두려움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경제가 지금보다는 미래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유일한 이유는 근세의 미국 경제사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참가한 글로벌 경제에서는 미국의 경제가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실제 미국 가계 수입으로 봐서, 1억이 넘는 미국인들이 부모들이 같은 나이었을 때의 실질소득보다 적은 소득을 버는 가계에 지금 살고 있고, 미국의 직장 3개 중 하나는 외국의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과 경쟁해야하는 형편이고 이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8,000억에서 이제는 1조까지 숫자가 올라간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지금의 경기침체에 두려움을 갖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정부에서 주도하는 경기정책은 민간주도의 경기회복보다 훨씬 그 효과와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 엄청난 빚을 갚으려면 정부는 민간 비즈니스와 일반 가계에서 앞으로 상당한 세금을 걷어야하고, 이는 곧 장기적으로 경기를 해치는 직접적이고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정부 주도의 헬스케어 프로그램도 만약 성사가 된다면 이는 곧 전국 규모의 HMO가 되어버린다. 지금의 민간 HMO의 불편과 비능률을 아는 이들은 그보다 더 신통치 않은 관료적 HMO를 미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공무원 숫자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이는 다시 장기적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저성장과 높은 세금과 어두운 장래를 현실로 인정하는 세월을 오래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젊은 세대들은 나이든 세대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