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뜻 깊고 희망찬 기쁨이 있어야 할 계절이다. 그러나 계절이 눈속임 하는 듯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쌀쌀한 겨울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탐욕으로 엉클어진 금융 가의 붕괴와 혹독한 경제 불황으로 이번 겨울은 진정 차디찬 엄동설한이 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보육원과 양로원을 비롯한 소외된 이웃 돕기로 매년 기적을 이루던 자원 봉사자들의 발걸음도 줄고 기부금도 많이 줄었다는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12월 24일 워싱턴 포스트는 이 지역에서만 위기에 당면한 약 40%의 자선기관들이 문을 닫은 것을 보도했다. 이러한 어려움 중에도 성탄의 메시지는 크고 뚜렷했다. 헐벗고 굶주린 소외된 이웃에게 더더욱 정성어린 나눔과 배려를 베풀자는 외침인 것이다. 내가 가진 것 중 조금이라도 떼어 나눔의 손길을 베풀면 그 작은 선물이 어느 때 보다 더 귀하게 쓰여질 것이라는 호소인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난에 시달리고 생계가 막막한 가정들과 병상에서 회생의 길을 잃고 크나큰 시련을 겪으며 살고있는 헐벗고 소외된 이웃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아픔을 극복하고 그들에게 작은 기쁨을 베푸는 일에 이름도 얼굴도 없이 섬기며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세우고 이 세상을 밝게 비추는 사람들이다.
선진사회에서 진행되는 자선 박애주의 (Philanthropy)는 희랍의 고전시대부터 시작된 정신이라고 한다. 그 당시 기독교의 자애정신과 복음전도의 차원에서 자선 활동은 활발히 전개됐던 것이다. 그 후 산업혁명의 결실로 영국에서는 이미 많은 자원봉사 단체들이 설립되었고 그 정신이 청교도들을 따라 미국대륙으로도 이전되었다. 미국의 문명이 발전됨에 따라 사회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자선단체들이 미 대륙에서도 급격히 성장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는 4만이 넘는 크고 작은 시민자선단체들이 미국 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구세군이 하나의 좋은 예이며 현재 120여 나라에서 활발하게 기독교 구제사업과 섬기는 삶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활동은 전쟁 피해자 구제뿐 아니라 HIV/AIDS 예방 및 복지사업에까지 확장되고있다. 한국에서도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모금과 구제 복지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있다.
한국의 기부와 자선문화는 먼 길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조의 군주시대에서 국민은 모든 재산을 군주에게 헌납 하고 상류 양반계급은 자신들의 배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해방이 됐지만 곧 이어진 6.25 전쟁으로 배고픔과 헐벗은 국민은 생명을 존속하는 것 만도 힘들었으며 국토는 깨어지고 경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후 국토는 재건되기 시작했고 경제발전이 일어나 지금은 세계 13번째 경제강국으로 일어섰다.
기업인들은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고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으나 재벌들을 비롯한 부유한 기업인들의 마음은 아직도 열리지 않은 채였다. 기부와 이웃을 돌보는 자선 시민봉사개념이 낯설었던 것이다. 그러나 특수한 경우도 있다. 1926년 제약회사로 설립된 유한양행이 그 예다. 1960년대에 유한양행은 한국의 10대 기업으로 활약했다. 특이한 사실은 창업 주 유일한 박사가 전재산을 자식들에게 남기지않고 사회에 반환한 사실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자체의 이윤창출과 재산 축적에만 관심을 가졌을 때 유일한 박사는 사회적 책임과 복지사업에 충실했던 사람으로 한국에 기부와 봉사문화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섬기는 개념은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정착되면서 소개된 문화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기부와 봉사 문화는 뿌리를 내리고있고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 제2의 선교하는 나라가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선교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움도 있지만 세계 많은 곳에 한국교회 선교의 손길이 닿고있다. 동남아에서 쓰나미로 피해를 당했을 때도, 캄보디아의 빈민촌에 위생식수공급시설 설치를 위해서도, 석유선 파손으로 서해안이 전부 오염됐을 때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수많은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눔과 사랑을 전하는 일에도, 어렵고 힘든 이 일을 사심 없이 묵묵히 감당한 헌신자들이 많이 있다.
자신의 생색내기 선교나 봉사활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진지한 사명감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섬기며 사랑을 전하는 헌신자들이 있음으로 인간사회는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 이름도 얼굴도 내세우지않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며 섬기는 이 사람들로 인하여 우리들의 세상은 좀더 밝아지고 살만한 세상으로 변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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