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의 광풍이 불고 있다. 기존의 국제경제 질서와 패권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역사적 전환기의 조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미국 자본주의의 몰락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위기가 절호의 기회가 되어 새로운 변화, 혁신, 창조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자본주의를 두고 톰 피터슨은 ‘미래를 경영하라’는 책에서 미국은 “파괴와 역동과 재창조에 미친 나라”로 아메리카니즘의 역동성과 다이내믹은 얕볼 수 없을 것으로 보았다. 자본주의는 계속 진화하며 변화하는 모델로 이해되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공급중시 경제, 탈규제, 감세, 작은 정부 정책으로 경제성장의 진화가 일어났다. ‘창조적 파괴’로 이끌었다는 비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최고라고 아우성치던 1990년대에도 닷컴 버블이 붕괴되었고, ‘뉴 이코노미’라는 명목으로 정통이론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높기도 했다.
도덕적 몰락도 심각하다. 워싱턴 뮤추얼 은행은 새 주인 손에 넘어가면서도 CEO는 18일 동안의 근무로 천문학적 액수를 챙겼다. 연방 정부의 구제금으로 850억 달러를 받은 AIG는 수치스런 상황에서도 회사 간부들이 플로리다로 놀러가 몇 백 만 달러를 쓰고 연말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한편 회사를 고가 매각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를 해고하여 매출액을 올리고 주가가 오르면 기업을 팔아버리는 짓을 일삼고 있다.
본래 미국은 마케팅 국가로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조직적 시장경영을 중요시한다. 소비를 권하고 부채를 높이는 생활방식이다.
소비와 부채를 강권하는 사회가 ‘아메리칸 스탠더드’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소비자의 신용과다로 신용카드로 ‘남의 돈’을 먼저 쓰고 갚아나가는 불안한 방식은 공정거래로 볼 수 없다.
미국사회의 탐욕은 당면과제다. 비전도 없이 ‘약속의 땅’으로 몰아가는 동반자살식의 방만한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장님이 장님을 이끄는 무책임은 모두가 개천에서 허우적거리는 추태를 가져왔으며, 한계점도 보이지 않는 개인의 이기적 탐욕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과도한 향락은 국가경제를 부패로 몰아 벼랑 앞에 세웠다.
무분별한 이윤 추구는 인간성마저 상실하게 했다. 투자자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커미션을 먼저 챙겼다. 금융체제는 이렇게 붕괴된 것이다.
국경선은 무색해지고 ‘투자를 통한 세계화’ 관심이 고조되면서 인수합병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경선은 이미 인터넷 통신과 무역현장에서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으로 만들어진 ‘세계경찰국’의 위상도 다자 안보기구나 군사연합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납세자들의 반발과 외국의 배타주의는 완강해졌다. 주변국가의 위기에 대한 무관심이 고조된 현실이다. 경찰력은 인정을 못 받고 있다.
미국은 최대강국으로 인정받기보다 국제질서의 다극화(multipolar)를 ‘평화정책’으로 주장한다. 주변국과 힘을 합하는 형태의 국제체제로 변모하려고 한다. 가능한 체제는 G7 +러시아 +인도 등일 수도 있고, 최근의 G20과 같은 캠프 데이비드 회동 등의 틀이 대안이 되고 있다.
경제에 도래한 ‘신뢰의 실패’나 시장 실패의 고배는 ‘구조적인 힘’(Structural Power)의 저력으로 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리적 힘과 문화적 힘이 양 기둥으로 버티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군사력과 코카콜라와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서 건재한 것을 자부하고 있지 않는가.
미합중국의 경제적 붕괴는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위기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극복해왔다. 미국식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리도록 정부가 견제와 규율을 역할분담 하는 열정이 엿보인다.
경제위기는 도약을 충동하고 있다. 새 역사 창조를 향해 총체적 단합을 보이고 있다. 망하기보다는 굳센 강국으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오바마 정권은 새로운 ‘변혁’으로 ‘부국강병’을 약속하고 있다. 젊은 나라의 새 희망은 놀라운 돌풍을 공언하고 있다.
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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