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나의 학교 후배입니다. 그의 지성인으로서, 또 양식을 갖춘 양심에 의한 사려 깊은 통찰에 매력을 느껴, 선배, 후배라는 벽이 없이 종종 점심식사를 하면서 아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지난 주 점심시간에 가졌던 대화를 대충 정리해보았습니다.
“B씨, 금년을 보내면서 내년에는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 중 무엇이 첫째로 꼽힙니까?”
“그것이야 물론 경제가 더 이상 무너지지 말고 빨리 회복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교포사회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지난 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어바인 시장에 강 모라는 분이 당선되었을 때 어떤 어처구니없는 교포가 태극기를 흔들면서 환영하는 장면이 TV 뉴스에 보이더라구요. 정신이 나가도 유분수지 아니 한국이 캘리포니아를 쳐들어가서 식민지 하나를 세웠다는 말인지 도저히 이해를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요. 선거가 무엇인지, 투표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는지 참 한심하더라구요. 옛날 LA의 4.29 폭동 같은 것, 그 불행을 다시 되새겨야할 것인지. 그건 그렇고 이 선배님은 무엇이 제일 생각나십니까?”
“이제 연말연시가 됐으니 각 단체장이나 영향력 있는 분들의 새해 인사말이 많이 있을 것인 바, 이제는 ‘주류사회 진출’ ‘1.5세대 2세대 적극적 진출 지원’이란 단어 좀 안 썼으면 해요. 오히려 주류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 그리고 1.5세대, 2세대들이 교포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겠소 하는 말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 선배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더 나아가서 1.5세대, 2세대들은 자기가 살고있는 이 미국의 땅, 미국의 시민으로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많은 1세대 교포들은 아직도 이곳 미국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지 아직도 한국만 쳐다보는 멘탈리티를 가지면서 말로만 주류사회진출 운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1.5세대, 2세대는 “나는 미국인이요”(I AM AMERICAN)이라는데 1세대는 나는 코리언이라고 해요. 최소한 코리언 아메리칸 이라고는 해야 할 터인데 말입니다.
이러한 시각차와 세대 간 교육의 차이에 대한 좋은 예를 하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을 위대한 선각자로서 1세대들은 받들어 모시지만 이곳에서 초등학교부터 학교를 다닌 1.5, 2세대는 그분이 그저 성실한 시민으로, 성실한 이웃으로 살자고 하는 지극히 당연한 정도의 공중도덕의 수준을 주위 동족에게 일깨워준 분으로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여길 뿐이 아니겠느냐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선각자로서, 또 독립의 눈을 뜨게 하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뜻을 모은 흥사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흥사단원들이 계속 만나서 동양철학과 같은 과제를 공부하고 교양과 산 지식 함양하는 노력에 점수를 주는 것이지, 거의 백 년 전에 그분의 행적만이라면 나 또한 그들 세대처럼 그저 그랬을 것입니다.
다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 세대는 뇌물을 안 받는 공직자가 존경의 대상이지만 다음의 세대 사람들에게는 뇌물을 안 받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받는 공직자가 무엇인가 잘못된 사람으로 배워왔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사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지극히 높이 모시는 분들, 그들의 눈높이에서 우리 생각만큼 그리 큰 공감을 얻는 것 같지 않아요.”
“또 한 가지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못마땅한 것 중에 하나가 우리 1세대에서 행하는 어떤 포럼이다, 강연회다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미국 땅, 아니 더 나아가 워싱턴 고장에 관한 주제 보다는 마치 한국에서 있어야 할 행사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교회 부흥회에 초빙되는 목사, 전도사님들 현재 미국 어느 곳에서 시무하시는 분이 아니면 최소한 미국 신학대학에서 공부를 한 분들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다시 말해서 현 교포들의 실상을 더 아는 분 말이에요. 이런 것 사소한 것 같지만 자꾸 주류사회 진출이라지만 우리 다음 세대와 거리만 넓히고 대화의 주제를 그렇게 달리 하는 결과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더 나아가서 경제적으로 현재의 어려움, 또 우리 다음 세대들의 교육열기와 정서교육, 어려운 독거노인 같은 분들, 공황에 가까운 부동산 사태, 아니면 이번에 아마도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교포 정계 진출 등등 현실적이고 지금 직면하고, 의견을 나눌 것들이 아주 많지 않습니까? 아이고, 음식이 나오네요, 우리 우선 식기 전에 먹고 또 이야기 합시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