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토요일엔 델라호야
셋째 토요일엔 홀리필드
---------------
델라호야, 파키아오에 8회 TKO패
홀리필드, 발루에프에 12R 판정패
---------------
오스카 델 라 호야(35)에 이어 이밴더 홀리필드(46)도 무너졌다. 프로복싱 황금기의 종말 또는 쇠퇴기의 시작을 함께한 전환기의 철권 델 라 호야와 홀리필드는 지난 6일과 20일 차례로 사각의 정글에 올랐으나 둘 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돌아온 골든보이 처참한 TKO패
10대 후반에 출전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미국에 금메달을 안긴 뒤 프로로 전향한 오스카 델 라 호야에게는 골든보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그는 주먹세계 호령은 골든보이 이상이었다.
그가 링에 자주 오르지는 않았다. 함부로 덤비는 선수도 드물었고 그 역시 헤프게 링에 오르지 않고 요모조모 철저하게 따져 드물게 글러브를 끼었다. 그러나 올랐다 하면 대개 세기의 파이트니 올해의 매치니 할 정도로 주목을 끄는 한판을 벌였다. 그런 식으로 매번 주목을 받아가며 라이트급 웰터급 미들급 등 6개 체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지난 6일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특설링에 오르기까지 델 라 호야의 장외생활은 길었다. 몇 년동안 개인사업 등으로 사실상 은퇴자나 다름없었다. 그가 몇년만에 링에 오르게 만든 주먹상대는 매니 파키아오.
델 라 호야보다 여섯 살 어린 필리핀의 영웅이었다. 그는 델 라 호야만큼은 아니어도 아시아인 최초로 4체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강자였다. 그래도 링 안팎의 예상은 델 라 호야 절대 우세였다. 12라운드짜리 웰터급 논타이틀전으로 벌어진 MGM 매치를 앞두고 ESPN이 소개한 복싱전문가 3인의 예상은 한술 더 떴다. 델 라 호야가 그냥 이기는 정도가 아니라 파키아오가 거의 잽이 안된다는 식이었다. 델 라 호야가 몇 년동안 링에 오르지 않았지만 꾸준히 자기관리를 해 전성기 못지 않은 몸을 유지하고 있고 키와 팔길이 등 신체조건이 월등한데다 파키아오는 자신의 적정체중보다 5kg 이상 올려 링에 오르지만 델 라 호야는 10kg정도 감량하고 오르기 때문에 절대 유리하다는 것이 주류였다.
결과는 정 반대였다. 키도 훨씬 크고 팔도 훨씬 긴 델 라 호야가 왼손잡이 파키아오의 잽에 속수무책 당했다. 특히 7 ,8회 코너에 몰려 집중타를 얻어맞고 다운 직전까지 간 델 라 호야는 전의를 상실, 9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기권했다. 8회 TKO. 15년 프로복서 커리어 중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한판승부에서 난생처음 기권패를 당한 델 라 호야는 퉁퉁 부은 얼굴로 파키아오의 우세를 시인하며 링을 떠났다.
델 라 호야의 전적은 39승(30KO) 6패. 파키아오는 48승(36KO) 3패다. 뒤바뀐 듯한 전적에서도 델 라 호야가 얼마나 신중하게 혹은 영악하게 링에 올랐는지 읽혀진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화끈한 파이팅을 좋아하는 멕시코계 복싱팬들은 같은 핏줄인 델 라 호야보다 파키아오를 더 응원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늙은 홀리필드, 뒷말있는 판정패
무하마드 알리 이후 침체기에 빠져든 프로복싱 헤비급 시장에 1980년대 후반 혜성 같은 스타가 탄생했다. 마이크 타이슨이었다. 세계복싱팬들의 열광은 그러나 잠시였다. 상대보다 자신 컨트롤에 실패한 그가 자멸의 길로 빠져든 때문이다. 타이슨 몰락의 결정타는 링에서의 귀 물어뜯기 해프닝이었다. 1997년 3월, 그 피해자는 이밴더 홀리필드였다.
세월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 링에서 쓸어보냈다. 가해자 타이슨은 이후에도 망가진 사생활로 간간이 세계언론의 한귀퉁이를 장식했다. 피해자 홀리필드는 몇년 더 링을 지배하다 글러브를 벗었다. 그랬던 홀리필드가 지난 20일 승부의 링에 올랐다. 만 46세. 복싱나이로 치면 환갑에 칠순에 다 지났을 나이에 그가 WBA 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한 것이다.
상대는 러시아의 니콜라이 발루에프(35). 그 역시 한창 때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홀리필드에 비하면 젊어도 너무 젊은 복서였다. 2주일 전 델 라 호야와 파키아오의 일전을 앞두고 복싱전문가들이 무더기로 헛다리 예상을 쏟았듯이 7척 장신(213cm)에다 기본기가 충실한 발루에프와 늙다리 홀리필드의 대결을 앞두고는 발루에프 낙승예상이 압도했다.
이번에도 낙제점 예상이었다. 발루에프가 이기기는 했지만 내용상 홀리필드가 억울할 만큼 선전했다는 보도다. 현지발 외신에 따르면, 홀리필드는 46세 나이를 몰라볼 정도로 민첩하고 영리한 움직임으로 치고 빠지며 발루에프를 몰아붙였다고 한다. 적어도 스피드에서는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발루에프는 의외로 빠른 홀리필드의 공세에 확실한 본때를 보여주지 못한 채 지루한 탐색전만 거듭하다 판정까지 갔다.
결과는 발루에프의 2대0 판정승. 3인 심판 중 1명은 114대114 동점을 줬고 나머지 2명은 발루에프의 우세(116대112, 115대114)로 봤다. 몇몇 복싱전문가들은 관전평 등 언론기고를 통해 홀리필드가 석연찮은 판정 때문에 세계타이틀을 강탈당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홀리필드도 (판정에) 나도 실망했다며 나는 충분히 이길 만한 경기를 펼쳤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를 펼쳤다며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심지어 간신히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발루에프마저도 그(홀리필드)의 스피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판정은 판정이다. 홀리필드는 이번 스위스 원정 주먹다툼을 포함해 통산전적 54전 42승(27 KO승) 2무10패가 됐다. 발루에프는 50승1패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