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171명 중 17일 현재 박찬호 등 33명 새 계약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 약칭 FA). 우리말로는 통상 자유계약선수로 불린다. 자신이 소속된 팀과의 계약에서 풀려나 자유로이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선수를 말한다. 새 계약을 꼭 새 팀과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 소속팀과도 신규계약을 맺을 수 있다.
FA가 되면 그동안의 성적과 앞으로의 가능성 등에 따라 해당선수의 신규계약 조건이 좌우된다. 벌어놓은 성적도 좋고 발전 가능성도 높아 연봉이 몇배 몇십배 치솟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성적은 형편없고 나이가 차 향후 가용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돼 연봉이 왕창 깎이는 선수도 있다. 그것이 프로세계다.
메이저리그야구의 FA시장, 즉 자유계약선수들의 트레이드시장은 대개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11월 중순에 개장된다. 올해도 그랬다. 이번 마켓에 나온 FA는 총 171명이다. 그중에 코리안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포함돼 있다. 한때 선수생명이 거의 끝났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절치부심 노력끝에 재기에 성공해 올해 LA 다저스의 핵심 불펜투수 중 한명으로 거듭났다. 선발투수 복귀를 강력 희망해온 그는 최근 2008 월드시리즈 챔피언군단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입단계약을 맺었다. 조건은 1년에 250만달러다. 그의 선발투수 복귀조건이 보장됐는지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필리스는 올해 46세 노장임에도 16승을 거둔 좌완투수 제이미 모이어와 2년 1,3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안그래도 젊은 선발요원들이 짱짱한 필리스에 정신적 지주인 모이어까지 눌러앉게 돼 박찬호의 선발진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FA 171명 중 박찬호처럼 새 정처가 정해진 선수는 17일 현재 33명이다. 가장 관심을 끈 계약자는 역시 수퍼스타 왼손투수 C.C. 사바티아다. 고개숙인 전통명가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6,100만달러짜리 공룡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연봉이 2,300만달러로 백수십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로는 최고액이다. 타자까지 포함해도 4위다. 북가주 출신으로 각 리그에서 한시즌 최고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두차례나 받은 사바티아는 지난 7월 올스타브레익을 코앞에 두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로 옮겨 괴력의 피칭을 거듭 선보이며 브루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소원 풀어주고 FA가 됐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계약고 기준으로 현재까지 관심계약 랭킹2위는 A.J. 버넷이다. 토론로 블루제이스의 에이스였던 버넷이 새 행선지 역시 양키스다. 계약조건은 5년 8,250만달러다. 20승 투수 마이크 뮤시나의 은퇴로 마운드 운용에 문제가 생길 듯 보였던 양키스는 경기불황 때문에 대부분의 다른 구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서도 거액을 들여 월척급 두 투수를 붙잡았다.
◇ 라미레스, 줄다리기 계속
불황이 덮친데다 사바티아(투수)나 매니 라미레스(타자) 같은 초특급 대어들이 유별나게 풍성한 것도 아니어서 거액계약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균연봉 1,000만달러 이상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들이 몇명 더 있다. 올해 정규시즌에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한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수립한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는 3년 3,700만달러에 뉴욕 메츠로 둥지를 옮겼다. 메이저리그 좌익수 전문 라울 이바네즈는 3년 3,150만달러에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시카고 컵스의 선발투수 라이언 뎀스터는 4년 5,200만달러 계약서에 사인하고 컵스에 남게 됐고, 같은 팀 마무리투수 케리 우드는 2년 2,050만달러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동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신시내티 레즈에 있다 FA로 풀려난 불펜투수 제레미 에이펠트를 2년 800만달러에 영입했다. 자이언츠가 올해 허약한 불펜 때문에 숱한 역전패를 당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자이언츠는 또 우완투수 밥 하우리(전 시카고 컵스)와 1년 275만달러 동거계약을 맺었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주전유격수였던 에드가 렌테리아를 2년 1,850만달러 계약으로 낚았다. 렌테리아는 노장 오마 비스켈의 대를 이어 자이언츠 유격수 자리를 지키게 된다. 유격수 출장 ML 최고기록 보유자인 비스켈은 올해 FA 자격을 획득했으나 사실상 은퇴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만 FA지 검증미필 신인급 아니면 유통기한 초과 노장급 취급을 받으며 새 계약을 맺은 선수도 적지 않다. 올해 돌풍의 주역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백업요원 우완투수로 활약한 트레버 밀러는 투수로는 한창때나 마찬가지인 35세인데도 고작 50만달러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옮겼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말을 갈아탄 우익수 백업요원 제이슨 마이클스의 계약조건도 1년 75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도 영영 새 둥지를 찾지 못해 현역유니폼을 벗어야 할 FA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다. 올해 시즌 초반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오클랜드 A’s로 왔다가 몇게임 뛰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드러누운 프랭크 토마스, 아버지 펠리페 알루에 이어 강타자로 군림하다 이제는 흔적조차 희미한 모이세스 알루(뉴욕 메츠) 등은 한물간 선수 취급을 받아 핫스토브리그에 ‘열기’는 고사하고 ‘매기’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메가톤급 계약이 기대되는 대어들도 더러 남아있다. 매니 라미레스가 대표적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에 있다 후반기에 LA 다저스로 이적해 다저스 숙원풀이(포스트시즌 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한 그는 아무리 못해도 평균연봉 2,000만달러 이상 잭팟을 터뜨릴 게 거의 확실하다. 양키스와 다저스 등이 그를 붙잡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에이스로 활약한 제이크 피비 등도 잭팟계약을 재어놓은 월척급 FA로 꼽힌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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