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눈높이 맞춰야 소통
주관적·강압적 교육 피해야
우리 집에도 드디어 디지털TV시대가 열렸다.
벌써 오래 전에 TV가 망가져서 애들 방에 있던 조그마한 TV를 내놓고 보고 있었지만, 내년 2월부터는 꼭 디지털이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왕 사야 한다...”면 하면서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때 집사람이 일을 저질렀다. 조카아이들을 동원해서 인터넷 시장에서 삼성TV를 아주 싼 가격에 샀는데 그것이 드디어 집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뒤가 불쑥 튀어 나왔던 아날로그 TV 대신 날씬한 HDTV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전에 쓰던 토끼 귀같이 생긴 안테나가 과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연결을 시켰다. 그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스위치를 넣었더니, 한마디로 너무나도 놀라왔다. 이것은 완전히 별개의 세상이 전개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섬세하고 선명하고 또 못 보던 방송국이 많은지! 처음에는 놀랍기만 하다가 곧 바보같이 여태껏 기다렸던 우리 자신에 대해 울분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오죽했으면 국가가 나서서 한 가정에 40달러짜리 상품권 2장을 주어가면서까지 디지털로 바꾸게 하고 있겠는가!
디지털 방송을 아직 못 보신 독자들에게 말씀 드리자면 HDTV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섬세한데 놀라실 것이다. 양복의 줄무늬와 실크 넥타이의 무늬가 바로 앞에서 보듯이 섬세하다. 그리고 뉴스 사회자가 얼굴의 기미와 주름살까지 섬세하게 보이고, 야경에 비친 고층건물의 불빛과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물의 빤짝빤짝하는 것은 실물보다도 오히려 더 화려하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방송국도 훨씬 많다.
공중파로만 봐도 이런데 케이블로 보면 수백 아니 수천 개의 방송국이 가능하다고 한다. 무엇을 보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역사, 종교, 스포츠 등 벌써 언제부터 많은 프로그램이 세상을 넓혀 주고 있었는데 전혀 이런 세상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 있었다는 사실에 울분을 느끼실 것이다.
며칠이 지나서 조금 머리에 삭인 후에 생각해보니, 하나의 획기적인 변화로 모든 관점이 변하는 것은 과학적인 일뿐만은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시골로 내려가 김해평야의 확 트인 넓은 들을 보았을 때 놀람도 기억난다. 또 처음으로 미국에 왔을 때도 그랬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믿을 수 있었을 때도 그랬다.
첫 영적세계로의 태어남이라고 할까. 그리고 처음으로 죄 용서받음을 가슴으로 느꼈을 때도 마치 큰 짐을 벗어 놓은 사람처럼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가뿐함을 느낀 것을 기억한다. 이틀 동안 계속 속죄 받음의 눈물도 자제 못할 정도로.
몇 주 전에 감옥에서 있었던 일인데 한 재소자가 상담하러 들어와서 한참 불평을 털어 놓았다. 마약 때문에 감옥 드나들기를 제집 드나들듯이 하는 사람인데, 몇 주 전에도 또 마약 소지로 노상에서 검거되었을 때 경찰에게 부당하게 취급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경찰을 상대로 고소하겠다고 노발대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날은 좀 장난기가 들어서 큰소리로 야단치며 다그쳤다. 당신이라는 사람한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느냐고. 이렇게 이런 나쁜 곳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무엇보다도 이 자유의 나라에서 이렇게 갇혀 있게 된 것이 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냐고. 마약 때문에 아니냐고. 지금 당신이 한가하게 경찰을 상대로 고소할 궁리나 하고 있을 형편이냐고, 혹 마약 과다복용으로 길거리에 죽어 떨어져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을 구해 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큰 소리로 다그쳤다. 물론 반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였지만 말이다.
보통 따뜻하게 대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 채플린의 역할이지만 갑자기 큰소리를 듣고 깜짝 놀랬는지 내 눈치를 보더니 장난기 섞인 표정을 보고 막 웃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참 웃더니 문뜩 무엇인가 깨달았나 보다. 그리고 바로 전까지 있던 분노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은 것이 보였다.
상담하다가 이런 순간을 종종 보는데 예수님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7:32)라고 하셨듯이 우리는 무엇인가에 속고 있기 때문에 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리를 깨달으면 마치 아날로그에서 HDTV로 변하듯 우리의 관점이 변하고, 곧 그런 속박 속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다분 갱생의 확률이 아주 높아졌을 것이다.
부부생활도 그렇다. 서로 원수같이 미워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게 무슨 어리석은 일인가 깨우치게만 되면, 일변해서 회복과 화해와 사랑의 관계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을 본다.
필자의 경우는 그 때 상담해 주던 목사가 무엇인가를 말해 주었는데 그것이 정곡을 찔렀고, 그때 나의 아픔이 전달된 것같이 느껴졌다. 동시에 마음에 있던 큰 짐을 벗어버리게 되었고, 그 후로는 그 아픔이 전혀 힘들지 않은 아픔으로 변한 것을 체험했다. 그리고 마치 아날로그 TV에서 HDTV로 바뀌듯이 집사람을 보는 나의 눈이 변하고, 마음의 자세도 변해 버린 것이다.
자녀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춘기에는 육체적 정신적 변화로 감수성이 높은 때인데, 이 때 무엇인가 잘못 오해하면 그 영향이 상당히 오래 갈 수 있다. 이럴 때는 무조건 부모의 관점에서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 우선 아이들의 마음에 올무가 되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풀어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부모 간에 HDTV적 연결이 이루어질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진리를 진리로 직시할 수 있는 안목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살아있는 물고기는 헤엄을 치라고 안 해도 헤엄을 치듯이 우리들의 자녀에게 주신 생명력이 그들의 인생의 험난한 길을 능히 헤엄쳐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213)210-3466, johnsgw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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