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과일나무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나뭇잎을 내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었는데, 열매마저 다 내어주고 나서야 밀려오는 찬바람에 이리저리 잎사귀들을 가지에서 떼어놓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무상한듯하나 나무들은 시간을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자기의 소임을 시간에 맞추어 잘 해낸 것입니다. 때맞추어 꽃피고, 잎사귀를 내고 열매를 매달고 때가 무르익음에 따라 익은 열매를 사람과 약간의 새들과 벌레등 눈에 보이는 세상에 내어주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눈에는 겨울을 그저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 생각에는 겨울동안은 땅속에 묻힌 뿌리에 집중하며 외부를 향하던 시선을 멈추고 자기의 내면을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마치 동안거하며 내면을 집중하여 바라보는 스님들처럼.
겨울에 들어선 연말이면 온 세상이 소란스러움의 극치를 향하게 됩니다. 두레마을의 빈 땅속에 있는 두더지들도 덩달아 땅 밖으로 흙을 쌓으며 소란을 떱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보이지 않던 요란한 불빛들과 각종 소음에 온천지가 화려합니다. 자연의 겨울을 닮은 모습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먹고 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건 알겠지만 외부에 눈을 뜨고 살아가는 만큼 내면을 보는 눈 또한 균형을 이루며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됩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내면의 눈을 뜨고 내 자신이 시간을 무상하게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내 속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있는지, 아니면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지, 우리가족은 어떤지, 나의 삶의 터전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분량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눈 속의 티는 잘 보면서 자신의 눈 속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은 예수께서 산상수훈중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은 그만큼 자신의 허물을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지요. 본래 육신의 눈은 밖을 향해 보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향하다보니 어느덧 마음마저도 밖을 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밖을 향해 시비를 일삼다보면 마음은 점점 더 부실해지고 망가지고 상처받기 쉽습니다. 비록 육신의 눈은 밖을 향해 있더라도 마음의 눈은 내면을 성찰해야 살림살이가 건실해지고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남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자신의 살림살이가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의 살림살이가 부실한 까닭에 공허감을 느끼고, 그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자꾸만 바깥경계에 시비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결국 남들도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마음의 눈을 뜬다는 것은 우리의 눈이 밖의 살림살이를 보는 것처럼 안을 들여다보는 눈을 떠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의 상태와 마음에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우리의 살림살이도 필요한 것들과 불필요한 것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있을 것은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해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채 그저 헤메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눈을 떠서 보는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세상이 아름답게 변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눈을 떠서 보는 세상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세상이 아름답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아름답지 못해서입니다./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는 세상이/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못한지/ 우리의 느낌이 죽어버려/ 마음의 움직임이 없어서./ 감동이 살아 있다는 건/ 내 영혼이 살아 있다는 것이고/ 감동 없는 삶은/ 내 영혼이 어둠가운데 있다는 것입니다./ 눈이 어두워 사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불행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눈이 어두워 세상을 아름답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 불행한 사람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의 눈을 뜨게 하지 못하는 것이 욕심입니까?/ 눈이 맑아야 사물을 깨끗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의 눈은 마음이 깨끗하게 비어야 볼 수 있습니다./ 눈을 떠서/ 님께서 만든 세상 바라보면 아름답습니다./ 님께서 만든 세상을 감동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는 수련 ‘몸비우기’(1월 12~17일)를 원하시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gyubaik@hanmail.net
조규백
<목사>
(661)834-2104, 319-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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