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눈에 띄게 빨리 지는가 싶더니만 어느 사이 12월하고도 둘째 주로 접어들었다. 연방정부에서는 7,000억달러다 8,000억달러다 경기를 부흥시키는 정책들이 매 일주일마다 하나씩 나오는 실정인데 실제로 우리 피부로 와닿는 정책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고 마냥 은행을 살린다 기업자금을 대준다 부실채권을 사들인다 하면서 일반 우리 서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말들만 무성하다.
7,000억달러면 동그라미가 몇개를 붙여야 되는지도 알기 힘들 정도고, 그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들어가서 언제 우리들에게 그 혜택이 오는지 경제전문가들도 판단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우리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해서 향후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연방정부기관이 된 패니매, 프레디맥 회사에서 향후 90일까지는 주택차압을 잠정적으로 중지하고 내년 봄까지 그 시행을 연기함에 따라 11월에는 주택차압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소식 하나만 오직 반가울 따름이다. 아침 출근길에 매일 반갑게 쳐다보는, 뚝뚝 떨어져 내리는 주유소 개스비와 함께.
엊그제 새벽녘에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보니 서울에서 안부를 묻는 가족전화이다.
어찌되느냐 먹고는 사느냐 경기가 말이 아니라는데 살기는 어떠냐는 내용이 전부다. 실상 한국도 이전 IMF 시절로 되돌아 갔단다. 그 때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무비자 시대가 열린다고 참 많이 좋아했다. 로스엔젤레스 현지 관광여행사들이 무비자 시대가 도래하면 엄청난 한국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무척 많은 준비를 했었는데, 실망스럽게도 전화문의가 그리 많지는 않단다.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어렵고 힘든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 비록 힘들었지만 웃으면서 살아온 것이 스스로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주위를 보면 지난 주택경기의 하락의 큰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의 고집으로 쉴새 없이 올라갔던 연방기준금리(2004년부터 3여년 동안 1%에서 5.25%까지 매 40일마다 한번도 쉬지 않고 17번을 연속하여 금리를 올렸었다)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미국 경제를 뒤흔들어 혼란스럽게 만든 경제정책들을 목청 돋구어 비난하는 사람들도 별로 본 적이 없다.
다만, 이러한 혼란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러한 미국경제 혼란상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한국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차분한 위기대처 능력을 새삼스럽게 느낄 따름이다.
다소 반가운 소식도 하나둘 들린다. 차기 미대통령 당선자인 오바마가 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내년 2월부터 들어간단다.
내년 취임 후에는 주택세금중에 일부를 매 가정마다 500달러 정도 돌려주어서 일반 서민경제의 숨통을 트이게도 한다고. 그리고 은행으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서, 내년부터는 은행에서 집을 살 때 지금의 까다로운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고 하니, 그로 인해 내년의 부동산 경기가 조금이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작은 기대도 잊지 않고 기억해 보기도 한다. 지금 주저앉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을 새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주위의 여러 전문가들에게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 놓아보자. 그러면 또 길이 열리고 우리가 몰랐던 여러 효과 좋은 해결책이 스스로 나타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한 해를 마감지으면서 다시 한번더 기운을 내야 되겠다.
며칠전 오랜만에 친한 후배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LA 지역 큰 백화점 몰에서 프랜차이즈 가게를 하는 후배로 워낙 바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하였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매상이 상당히 줄어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바쁠 시기에는 부부가 함께 나가 여러 종업원과 같이 일을 해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잘 되었는데, 이제는 매상의 감소로 종업원도 최소 인원으로 줄이고 근무시간도 줄여, 최소한의 고정경비로 빠듯하게 운영을 해나가고 있었다.
후배의 처는 현재의 가게에 두사람이 같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따로 미국회사에 취직을 해서 별도로 수입을 만들고 있었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6시반 출근, 오후 4시에 퇴근 후 저녁준비, 아이숙제 등등,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날 만난 자리에서 늘 그렇듯 가볍게 웃음지으며 “뭐 우리만 힘드나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다 힘들다던데, 그리고 내년이면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생길 거예요. 매일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그냥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더 맘 편해요!” 그러면서 웃음이 많이 사라진 남편의 등을 치면서 은근히 격려까지 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한참 어린 그녀가 얼마나 대견스럽고 어른스러워 보이는지 그날따라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661)373-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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