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에서는 남북의 위정자들이 이념의 낡은 틀을 쓰고 한치의 양보 없이 대결하고 있다. 끝까지 대결로 치닫다가는 어느 한쪽이 무너지거나 공멸할 수밖에 없는 엄정한 역사적 현실 앞에서 민초의 권익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불행을 자초하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과거 군사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하게, 끼리 끼리에 속하지 않은 그룹은 아무 힘도 못 쓰게 하고 이전 정권이 해놓은 것은 좋을 성 싶은 것도 다르게 하는 것이 지고의 선처럼 소리를 높이는 분열에 흠뻑 빠져있다.
한반도 밖에서는 간악한 일본이 기회만 있으면 영토 찬탈을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중국은 날로 막강해지고 있다. 한국 인구의 27배, 영토의 97배인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2010년 2,000억 달러(2007년 1,450억달러)가 예상되고 그들의 실질 국내생산이 1% 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은 2.5% 포인트 줄어들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역량 증가에 걸맞은 군사, 정치 등 외교안보 분야 문제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남북은 이전에 합의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여 다 떨어져 나가고 그나마 남아있는 개성공단 사업도 예단할 수 없는 미로 속에 있다. ‘남북이 공동 번영을 위해 시작한 최초의 사업’인 개성공단 사업을 북한이 또 다시 대남 압박용으로 쓴다면 이는 한반도 역사를 바꾸고 ‘아골 골짜기’를 소 떼가 눕는 땅으로 일구기 위해 보내준 ‘옥동자’를 버리는 일이다.
200만평 사업규모에 겨우 10만평이 가동 중이지만 전 통일원 장관의 말을 빌리면 그것을 당장 접어도 2조5,000억원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남쪽도 살고 북쪽도 잘 살게 될 그 사업을 버린다면 후세에 민족의 큰 죄인이 될 것이다.
북한은 세계 경제규모 11위의 경제 대국이 된 남한이 이룩한 것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 철강, 반도체, 전자,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적 산업국가 반열에 오른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고 배울 것을 배울 때 북한도 그토록 원하는 강성대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 또한 미국 새 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여 외교 대표부 설치,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의 개연성이 제기되는 만큼 국제 환경의 가변성을 예의 주시하며 보다 능동적인 외교정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교류 확대 시 남한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국제사회와의 공조와 타협의 외교를 선호하고 있다. 그의 행동 전략을 살펴보고 새로 들어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향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는 이래저래 몹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아직도 LPG나 도시가스도 사용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 낡고 묵은 탄광채취 설비로 석탄 수요량 5,000만톤에 턱없이 부족한 2,000만톤을 생산하는 낙후된 북한. 유류사정도 비슷해서 소요량 300만톤의 1/3 수준인 100여만톤밖에 구입하지 못하는 저들은 또다시 혹독한 추운 겨울을 맞아 주민들에게 피폐한 생활을 강요하며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력갱생의 정책을 견지해온 북한은 그동안의 행적을 고려해볼 때 남한에 먼저 고개를 숙이고 손 내미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저들은 제로섬 게임식 핵무장도 서슴지 않고 중국·러시아와 친선을 잘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는 국교가 열릴 전망도 없지 않은 시점이니 외교 전장에서 남한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여길 지도 모를 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설이 또 다시 제기되고 대화 경색으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에 대비, 남한은 그 대처방안과 위기관리 능력을 배가하고 안보 정책 중심의 대북 정책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하루 속히 7월에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12월에 문 닫은 개성관광을 복원하고 미로 속에 있는 개성공단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친 남한 세력도 싹이 틀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북한에 현존하고 있는 친 중국 세력의 준동을 막고 중국을 평양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없도록 방비하는 길이다.
김병창
한미평화협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