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그녀는 직장을 떠나지 않겠단다. 내년에 부통령 부인이 될 바이든 여사의 이야기다. 그녀는 현재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이 일을 워싱턴 DC에서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퍼스트레이디가 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부인 미셸은 엘리트 변호사이다. 그녀가 백악관 뒷자리에 앉아있을 여주인으로만 만족할까. 미셸은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두번 째 직장여성으로서 대통령 부인이 된다. 그래서 여성과 직장 관계의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편의 직책에 따라 아내는 휴식을 취해야 하나.

세상의 발전상을 여러 국면으로 살필 수 있다. 이 중의 하나로 여성과 직장 관계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만 하여도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의 수효가 적었고, 그들이 종사하는 직업도 어느 정도 한정돼 있었다. 요즈음의 상태는 어떤가. 남녀의 직업 한계가 거의 없으며 서로 잘 어우러져서 사회 발달에 공헌하고 있지 않은가. 선진국일수록 이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변화가 왔을까. 자녀를 키우고 가정생활의 주된 역할을 하던 여성들이 아닌가. 지금도 여성이 하는 일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자녀 양육을 돕는 시설을 비롯하여 가정 용품의 기능이 주부들이나 직장 여성들의 일을 많이 돕게 된 것이다. 또한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가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녀들의 특성이 각종 사업 발전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즉 남녀의 잠재력이 힘을 합하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를 부러워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여자이면서도 아직 직장의 현역인 까닭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선친에게 감사한다. 필자가 교직에 종사하게 된 것은 선친의 뚜렷한 교육이념 때문이다. 그는 삼자매를 길렀지만 결코 불평하지 않았고, 여자도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직장생활을 해 봐야 사회와 남편을 이해하고, 또 여자도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택하게 된 교직이 다행히 필자의 적성에 맞았기 때문에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적성’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물에 알맞는 성질, 직업에 대한 각 개인의 적응 능력 등을 말한다. 여기에 반드시 첨가할 것은 ‘본인이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에 종사할 수 있는 기능이 우수하고 보수가 많더라도 본인이 즐길 수 없다면 문제이다. 그래서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찾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도록 습관이 길러지면 여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무엇을 할까? 무엇을 가지고 싶어? 어디에 가고 싶어? 무엇이 있으면 좋겠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떤 책을 읽고 싶어?… 등등의 물음에 대해 ‘엄마, 아빠 맘대로 하세요’ ‘아무 생각 없어요’ ‘몰라요’… 등등의 답을 듣고 만족할 수 있겠는가.

이 경우의 자녀들이 부모 마음을 잘 알고,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만 따라가는 학생은 학습을 돕지 않는 결과가 된다. 어떤 일을 토의할 때 각자의 의견이 모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무런 의견이 없다면 무임승차를 하는 격이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비판 없이 순종하는 자녀를 기르고자 하는가.가정이나 학교에서 남녀의 성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여학생은 무용을, 남학생은 태권도를 배우자. 남학생은 과학 교실로 가고, 여학생은 문학 교실로 가자. 만약 이런 말을 한다면 얼마나 무리인가. 어른들이 흔히 사용하는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 속에도 남존여비 사상이 배어있지는 않을까. 하여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인 줄 안다. 남녀의 성별은 똑같이 존귀한 생명체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생각 키우기’에 중점을 두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또는 생각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자기의 생각을 부끄럽거나 가치 없는 것으로 느낀다. …등등의 이유로 생각이 전연 없다.생각하는 일은 즐겁다. 생각할수록 좋은 생각이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생각이 있는 것처럼 내게는 독특한 내 생각이 있다. 어떤 생각에나 고유한 가치가 있다. 생각 없이 산다는 것은 알맹이가 없는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주위의 사람들이 도와주면 그들도 티켓을 내고 삶을 즐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