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지도자의 처절한 옥중 단식투쟁
66일간 투쟁후 사망 실화 바탕
끔찍하고 처참하게 사실적 묘사
‘단식투쟁’ (Hunger) ★★★½(5개 만점)
영국의 통치에 저항하는 북아일랜드의 에이레공화군(IRA) 투사로 1981년 옥중에서 66일간의 단식투쟁 끝에 죽은 바비 샌즈의 실화다. 그는 수감된 IRA 요원들을 정치범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단식투쟁을 벌였다.
내용이 그러니만큼 영화가 끔찍하고 참혹한데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몸서리가 쳐진다. 대단히 강렬하고 굳세고 또 가차 없는 작품으로 대사가 별로 없는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롱샷과 롱테이크 그리고 화면 구성 등이 아름답고 귀기 서려 미적 시각미를 발산한다.
음악 대신 효과적인 음향 사용도 훌륭한데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샌즈 역의 마이클 파스빈더의 연기. 그는 ‘머시니스트’에서의 크리스천 베일처럼 단식을 하면서 온 몸이 말라 비틀어져가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도록 절실하게 해낸다.
영화 전반부는 샌즈 외의 다른 2명의 IRA 투사 데이비와 제리에게 초점을 맞춘다. 둘이 갇힌 삭막한 감방의 온 벽은 이들이 대변으로 문질러놓아 마치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은 죄수복 입기를 거부하는 스트라이크에 가담, 담요 하나만 걸치고 있다. 이밖에도 죄수들의 감방 밖으로 오줌 흘려보내기 및 식기로 감방 바닥을 두드리기 등 여러 가지 투쟁방식이 묘사된다. 이와 함께 영국 간수들이 이들에게 가하는 잔인무도한 육체적 학대가 극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이 두 사람과 함께 끊임없이 암살 공포에 시달리는 간수 레이몬드의 얘기가 병행 서술된다.
후반부는 샌즈의 단식투쟁기. 그는 단식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를 찾아온 신부와 장시간의 대화를 나누는데 여기서 정치, 도덕, 윤리적 제반 문제들이 논의된다(카메라가 부동으로 멀리서 둘의 모습을 잡고 늘어진다). 샌즈가 단식투쟁에 들어가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의 육체가 시들고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너무도 자세하게 묘사된다. 이를 보려면 강심장을 지녀야 한다. 대담무쌍하고 확신에 찬 연출 솜씨다. 스티브 매퀸 감독. 영국 영화. 11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자폐증 환자 둔 일가족 스토리
‘검은 풍선’(The Black Balloon) ★★★
새 동네로 이사 온 16세난 토마스와 그의 부모 그리고 토마스의 심한 자폐증 환자인 형 찰리 등 일가족 4명의 드라마로 호주 영화. 새 환경에의 적응과 가족애와 첫 사랑 등을 다뤘다.
토마스는 자상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부모를 두었지만 다루기 힘들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찰리 때문에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토마스가 형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애증이 섞인 것이다.
토마스는 새 학교에 적응 하느라 애쓰면서 동급생인 소녀 재키와 서서히 가까워진다. 재키와의 풋사랑으로 모처럼 살맛이 난 토마스는 자기 생일에 집으로 초청한 재키 앞에서 찰리가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 그동안 안으로 누르며 참아왔던 찰리에 대한 증오심이 폭발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토마스와 찰리의 형제애는 더욱 굳어진다. R. 크레스트(310-474-7866) 등.
반 유대주의에 관해 그린 드라마
‘언젠가 이해할 거야’ (One Day You’ll Understand) ★★★
프랑스 중류가정의 혼합된 종교를 지닌 한 가족을 통해 고찰한 반유대주의 유산에 관한 차분한 드라마. 프랑스 영화.
1987년. 리용에서 게슈타포 전범 클라우스 바비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을 때. 사업가인 빅터는 자기 일보다 가족의 과거 역사에 매달린다. 그는 사진과 편지와 여러 기념물들을 조사하면서 전쟁 중 자기 부모에게 덮쳤던 운명을 파고든다. 그리고 그는 자기 아버지가 나치에 동조한 자라고 결론을 짓는다.
한편 빅터 어머니 리브카(잔느 모로)는 가족의 과거에 대해 함구, 빅터를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빅터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자기 부모가 피난했던 한 작은 마을을 방문하면서 서서히 자기 자신과 화해를 한다.
그리고 리브카가 마침내 과거를 고백키로 결심한다.
성인용. 뮤직홀(310-274-6869).
북한의 참혹한 굶주리는 현실 고발
‘크로싱’ (Crossing) ★★★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현실과 굶주림을 고발한 드라마. 2008년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 출품작.
2007년. 함경도 탄광마을에서 아내 용화와 11세난 아들 진과 함께 사는 용수(차인표)는 힘들고 가난하나 행복하다. 그런데 임신한 용화가 폐결핵에 걸리면서 용수는 약을 구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간다.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나 불체자 단속에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고 그는 탈북자 지원 단체에 의해 베이징의 독일 대사관으로 뛰어 들어간다.
한편 용화가 숨지자 진은 단독으로 아버지를 찾아 중국으로 간다. 그러나 용수는 이미 한국에 갔다. 한국에서 수소문해 진의 소재를 파악한 용수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아들을 몽고로 불러들인다. M파크 4(LA 총영사관 건너편 건물).
노벨상 받은 후 콧대 높아진 화학자
‘노벨 아들’ (Nobel Son)
플롯이 구절양장 같은 납치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
나르시스트인 교수 일라이(앨란 리크밴)는 노벨 화학상을 받으면서 콧대가 높아져 안하무인식으로 아내와 아들과 동료 연구진 등 주위 사람들을 대한다. 일라이의 아들 바클리는 사회과학을 택해 아버지의 실망을 산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돈은 1주에 35달러. 바클리는 희한한 젊은 여류시인 시티와 데이트를 한 후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다. 모습을 드러낸 납치자 타데우스는 기계의 천재요 독습한 화학의 귀재.
타데우스는 바클리에게 자기가 바클리의 이복형제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타데우스는 바클리에게 일라이를 상대로 수백만달러짜리 납치 공갈협박 복수극을 벌이자고 위협하고 어른다. 대니 드 비토, 빌 풀맨 공연. R. 차이니즈, 브리지, 시티워크 등.
무시했던 남자배우를 남편으로 맞아
‘갑작스런 공포’ (Sudden Fear·1952)
스타일 좋고 흥미진진한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돈 많고 성공한 극작가(조운 크로포드)가 과거 자기가 주연배우로 쓰기를 거절했던 남자(잭 팰랜스)를 새 남편으로 맞게 된다. 그런데 결혼 후 극작가는 남편이 자기를 살해할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을 발견, 자신의 무기인 글을 이용해 남편이 헛발을 짚도록 역공작을 펼친다. 크로포드와 팰랜스의 연기가 뛰어나다.
‘비’(Rain·1932)
서머셋 모음의 소설이 원작. 남해의 한 섬에 도착한 창녀 새디 톰슨이 자기를 비판하는 선교사(월터 휴스턴)를 유혹, 그를 자살토록 만든다. 명작. 6일(하오 7시30분) 해머 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 극장 동시 상영(10899 윌셔·310-206-8013).
히틀러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명작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1940)
찰리 채플린의 첫 유성영화로 히틀러를 신랄하고 우습게 풍자한 코미디로 위대한 작품. 채플린이 유대인 이발사와 토메이니아의 독재자 아데노이드 힝켈의 1인2역을 한다.
힝켈은 그의 두 졸개 헤링과 가르비치와 함께 유대인을 핍박하고 이웃 오스털릭을 침공한다.
무솔리니를 풍자한 박테리아국의 벤지노 나팔로니로 잭 오키가 나와 채플린 못지않게 웃긴다. 슬랩스틱과 풍자와 사회비평을 혼합한 독특한 코미디로 강렬한 작품.
독일 측에서 이 영화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마지막에 채플린이 긴 연설을 통해 인류의 관용을 호소하는 장면이 감격적이다. 필견의 명작. 7일(하오 5시30분) 샌타모니카 Aero 극장(323-466-Film).
웅장한 스케일에 심리 묘사도 탁월
‘7인의 사무라이’ (The Seven Samurai·1954)
일본의 거장 아키라 쿠로시와의 가장 유명한 영화로 역대 영화사상 가장 훌륭한 영화 중의 하나로 꼽힌다. 거대하고 사방팔방으로 쭉쭉 뻗어나간 웅장한 액션영화로 규모가 크고 맹렬한 액션이 있지만 주인공들의 인물과 성격 묘사가 매우 자세한 작품이기도 하다.
1년에 몇 번씩 산적들에게 곡물을 바쳐야 하는 산골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마을로 나가 마을을 지켜줄 7인의 사무라이들을 고용한다. 7인의 지도자는 나이 먹은 검객(타카시 시무라). 그는 어릿광대 같은 사무라이(토시로 미후네) 등 6인을 이끌고 마을에 도착, 농부들에게 방어술을 가르치면서 산적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웨스턴 ‘황야의 7인’은 이 영화가 원전이다. 207분.
6일 (하오7시30분) 이집션 극장(6712 할리웃).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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