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에 출연했던 배우 오대규가 턱관절(악관절, TMJ) 고통에 자살까지 생각했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겪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안다고, 턱관절에 소리가 나거나 음식을 먹을 때나 하품할 때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거나, 턱이 빠진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 등은 턱관절에 이상이 생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식사할 때나 하품할 때 입 못벌릴 정도로 심한 고통
어느 한국 배우는 “너무 아파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딱딱한 음식이나 껌 등 턱에 무리 주지 않도록 해야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치아와 두개안면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Dental and Craniofacial Research, NIDCR)에 따르면 미국 내 약 5~15% 정도가 TMJ 장애와 관련한 통증을 경험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약 1,000만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TMJ 장애 환자가 더 많다.
한인들도 TMJ, TMJ 말들은 많이 하지만 잘못된 정보나 오해도 많고, 사실 턱관절 장애(Temporo-mandibular Joint and Muscle Disorders, TMJ)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미시간 치대를 나와 UCLA 구강안면 통증 클리닉(Orofacial pain clinic)에서 TMJ와 안면통증에 관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후 현재는 UCLA 치대 외래 교수이자 LA 한인타운 및 풀러튼의 ‘TMJ & 구강안면 통증센터’ 원장으로 있는 김형택 치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턱관절 장애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고 원인 모르는 안면통증에 대해 알아본다.
턱관절 통증 환자 중에는 고통이 너무 심해 자살을 생각한다는 경우도 있다. 턱관절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안면 통증, 치통이 생기면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턱관절의 대표증상과 원인
턱관절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밥을 먹을 때, 씹을 때나 혹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할 때 아프거나, 갑자기 아침에 일어났는데 딸깍 소리가 나면서 아프거나 입이 잘 안 벌어지는 경우 혹은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 입이 잘 안 벌어지는 경우, 턱이 빠지고 난 후 빠진 상태로 있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관절에 염증이 생겼거나, 턱 관절 문제가 생긴 것, 턱 주변 저작에 관여하는 근육, 혈관, 신경 문제 등이 생겨 턱관절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은 참 많다. 스트레스, 심리적 요인, 맞았거나 자동차 사고에 의한 외상 및 갑자기 쓰러져서 생긴 외상, 잘못된 식생활 습관 등이 뽑힌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좋지 않은 식생활 습관이다. 딱딱한 음식, 질긴 고기, 껌 등을 자주 먹게 되면 턱에 무리를 주고 염증이 생기게 하며 관절 문제로 이어진다. 김 전문의는 “가장 큰 요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라며 “껌을 자주자주 씹는다든지, 어금니를 꽉 무는 습관, 이를 갈거나 턱에 힘을 주는 습관 등은 꼭 피해야 하는 나쁜 습관들”이라고 지적했다.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하지 않을 때는 위와 아래 치아가 항상 약 2~3mm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습관적으로 이를 악무는 습관은 턱근육이나 턱관절에 무리한 힘을 가하고 치아의 마모를 유발할 수 있어 고쳐야 될 악습관이라는 것.
치료는 약물 및 주사 치료, 물리치료, 습관교정, 통증 관리를 담당하는 심리학자(pain psychologist)와의 연계치료, 스프린트 등을 이용한 장치 치료 등이 쓰인다. 만약 이런 치료들이 소용없다면 극히 드물지만 심한 경우 구강 외과 수술이나 교정을 하기도 한다. 김 치과전문의는 “구강 외과 수술이나 교정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되는 치료법으로 대개 권하지는 않는다. NIH에서도 턱관절 치료를 위해 교정치료나 수술치료는 절대 권장사항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에 따라 TMJ 장애 증상이 있어도 치료 없이 나아지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도저히 못 견딜 정도로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UCLA 치대 외래 교수이자 ‘TMJ & 구강 안면통증 센터’를 운영하는 김형택 치과 전문의가 턱관절 장애를 가진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은호 기자>
■원인 모르는 안면 통증
원인을 모르는 안면통증이 생기는 것은 왜 그럴까. 또한 임플란트, 사랑니 치료 등 치과 치료는 잘 끝났는데도 감각을 잃은 감각이상이 생기거나 치아가 아픈 듯한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환자도 종종 있다.
김 전문의는 “치과 치료도 잘 됐고, 치아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리퍼럴 페인(referral pain)으로 결국은 안면 근육통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다”며 “또는 신경 때문에 뇌에서 통증을 만들어내 이가 아픈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근육적인 문제 때문에 원인 모르는 안면통증, 치통이 생길 수 있는 것.
또한 뇌에 종양이 생겼거나 신경적인 문제 때문에 원인 모르는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왼쪽 아래턱이 심하게 아픈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심리적인 요인으로 생기기도 한다.
원인 모르는 안면 통증은 따라서 원인 찾기가 가장 중요하다. 역시 치료는 약물 및 주사 치료, 물리치료, 심리치료, 구강장치(TMJ와는 틀린 장치) 등이 적용된다.
김 전문의는 “감각이 없거나 너무 아픈 증상 등 원인 모르는 치통이나 안면통증이 생기면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병원 치료 없이도 낫는 경우 있지만
못견딜 통증 지속땐 반드시 검진 받아야
턱관절 환자 70%는 두통·편두통 호소
■두통이 생겼는데 치과에 왜 가라고 하지?
턱관절 때문에 두통이 생길 수는 있다. UCLA 구강안면 통증 클리닉 연구에 따르면 턱관절 장애 환자의 약 70%가 두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턱관절에 문제가 있으면 관절 주위 근육들이 무리를 하게 되고 결국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김 전문의는 “크게 보면 머리와 목과 관련된 안면통증 안에 두통, 턱관절장애, 편두통, 긴장성 두통 등이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두통과 함께 턱관절을 동시에 치료해야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입을 크게 벌릴 때 귀에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이 잘 모르고 이비인후과에 많이 간다”며 “하지만 턱관절과 귀는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서 귀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 턱관절 이상으로 진단을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턱관절 통증은 대개 약물, 물리치료나 스프린트 등을 이용한 장치 치료 등이 사용된다. 김형택 전문의가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턱에서 ‘딱딱’ ‘달그락’ 소리가 나는데 수술해야 할까?
“턱관절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딱딱 소리가 나는데 턱관절 이상일까?”
“수개월 전부터 턱에서 딱딱 또는 달그락 소리가 나는데 가끔 턱이 아픈 것도 같다”“지금 당장 턱에서 나는 소리를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악화돼 턱 디스크가 앞으로 돌출되고 뼈끼리 닿아 뼈가 닳는 관절염이 생기며 심지어 입이 안 벌어지고 관절 수술까지 해야 한다던데 정말인가?” 등은 한인들이 턱관절과 관련해 많이 질문하는 내용들.
김 전문의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도 20~30% 정도는 턱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을 갖고 있다”며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턱에서 소리가 나면서 아픈 경우는 관절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턱에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증상이 계속 진행돼 입이 안 벌어지고 수술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턱관절 질환이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아토피 피부염, 불임 등을 일으킨다는데?
그렇지는 않다. 김 전문의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의학적 지식으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며 아직까지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라며 “디스크나 허리통증 때문에 등자세가 변하고 목에 무리를 주어 턱관절 근육뿐 아니라 얼굴 근육에 무리가 가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치아의 부정교합은 매우 중요하지만 부정교합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턱질환, 관절에 무리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턱을 장시간 한쪽으로 괸다든지 같은 잘못된 자세 때문에 턱관절 장애가 생길 수는 있다.
턱관절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는 것이다. 김 전문의는 “턱관절 질환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치료 후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턱관절 장애는 예방이 치료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턱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규칙적인 관절 및 근육 운동을 하고 딱딱한 음식보다는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무리한 힘이 턱관절과 근육 주변에 가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이온 객원기자>
턱을 한 손으로 괴는 등 잘못된 자세는 턱관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턱관절과 근육에 도움이 되는 요법
1. 입을 너무 크게 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하품이나 너무 큰 음식 섭취, 노래 부르기, 소리 지르기, 갑자기 입 벌리기 등을 너무 자주 하지 않도록 한다.
2. 가능한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다. 오징어, 껌, 갈비, 스테이크 등 딱딱한 음식은 삼간다.
3. 턱을 괴거나 이를 악물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N’ 발음을 해서 윗니와 아랫니 사이가 2~3mm 정도 떨어지도록 유지한다.
4. 따뜻한 물수건을 이용해 온찜질을 약 10분, 하루 2~3회 한다. 하지만 찜질 후 심하게 붓거나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는 즉시 중단한다.
무리 없는 턱 근육 운동법
-먼저 혀를 위 앞니 안쪽에 닿도록 한다.
-혀를 세운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입을 벌리고 약 6초간 유지한다.
-위 운동을 하루 6차례에 걸쳐 6번씩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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