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줄 아는 사회 재발견 기회
자녀들에게 체험 기회 제공해야
새해가 시작했나 했더니 벌써 추수감사절도 지났다. 그것은 크리스마스철의 시작이라는 말이고, 또 한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예전과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다. 작년에도 애들이 집에 오지 않고 시카고에 있는 둘째 아들네에서 모였었지만, 올해는 애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고, 또 큰 누이가 원래 본거지였던 뉴욕에 있는 아들과 딸네로 추수감사절을 보내러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수감사절의 참 의미를 알게 된 올해에는 친척친지끼리만 모여서 즐기는 것에 일종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극히 기독교적인 것으로 다른 나라의 추수감사절과 달리 풍요로운 수확보다는 곤경 속에서도 오히려 감사한 것이고, 친지들보다는 이해상관이 어긋나고 역사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다툼의 흔적이 흥건한 원주민들과 함께 지낸 것이 특이하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추수감사절의 본 의도를 살려서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개인의 형편이 어렵다고 해도 좀 더 불우한 이웃과도 무엇인가 나누고 싶어서 궁리해 보았다.
집사람이 일주일 내내 학교가 쉬어서 어딘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상례이지만, 아내가 건강상태도 안 좋고 또 여러 가지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것도 흐지부지 되었다. 그래서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그 김에 감옥에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들러서 예배도 드리고 상담도 할 수 있었다. 또 하루는 시간을 내서 K타운에 있는 한인 운영 재활원에도 들러 서로 힘을 합쳐 무엇인가 더 효과적으로 해볼 수 있나도 궁리해 보았다. 내년부터는 무엇인가 더 적극적으로 이웃과도 나누면서 더 추수감사절의 원래의 의미를 살려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마음 가짐으로 있을 때 마침 마음을 아주 훈훈하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던 11세의 브랜든 포스터라는 소년의 이야기인데, 8세부터 백혈병으로 고생하다가 얼마 전 짧은 인생을 마쳤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이것저것 다 해보느라고 애썼지만 점점 몸이 부자유스러워지고 앞으로 2주라는 의사의 선고를 받은 후에는 좀 더 숙연해지고 또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그 소년은 “병원에서 나오다가 다운타운에 노숙자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보았다며,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이 시애틀 코모뉴스(KOMO News)에 방송이 되었고 마침 추수감사절이라 곧 전국으로 퍼져갔다.
그래서 플로리다의 펜사콜라시에서는 제니퍼 모리슨 외 15명의 주부가 모여 노숙자들에게 추수감사절 저녁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브랜든군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한 트럭분의 음식을 모아 노숙자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비록 브랜든은 11세의 나이로 엄마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지만 그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훈훈한 얘기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는 아직 이런 불경기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고, 미국이 세계를 지배했던 원동력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 서해안에 유조선이 충돌해 대량의 기름을 유출해서 생태계가 파괴될 위기가 왔을 때 너나나나 할 것 없이 팔 걷고 나서서 세계가 놀랄 만한 속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일과 함께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얘기였다.
언젠가 라디오방송을 통해 들은 얘기인데, 한국부모들은 개인적으로는 자녀들에게 피아노다, 바이얼린이다 여러 악기를 가르치는 것을 보는데, 거기에 비해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는 참여율이 너무나도 저조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당국은 문화의 차이라고 간주, 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
문화의 차이인지 너무나 이기적인 자세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이웃을 유념하고 우리가 사는 커뮤니티에 이바지하는 자세가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 치러진 선거에 한인이 많이 참여했지만, 그 결과는 명암이 엇갈린 것을 본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이웃과 삶을 같이한 후보가 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으리라.
야구나 축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올해에 미국에서 8년째 매년 200개 이상의 안타를 친 기록을 이룬 이치로가 같은 팀 선수들에게 몰매맞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소속 팀은 하위를 맴돌아서 너무 개인적인 기록에만 신경 쓰고 대기록 달성의 기쁨을 팀메이트와 공유하지 못한 탓이리라. 그 반면에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개인기록으로는 그리 탁월하지 않지만 그가 뛰는 날과 안 뛰는 날은 팀의 승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한국 팀의 숙적 사우디 팀과의 중요한 시합에서도 상대방 팀의 네트웍을 가른 것은 이근호 선수와 박주영 선수이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박지성 선수를 칭찬하는 것은 그가 언제나 개인기록보다는 팀의 승리에 중점을 두고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 때문일 것이다.
어느 직장이나 하다 못해 대학 입학까지도 이런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진퇴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본다. 무엇을 아는 것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는 말도 있듯이 한번 베푼 친절함이 잊혀지지 않고 쌓일 때 그것이 앞길을 보다 넓게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 줄 수 있다. 판에 박힌 추천서가 아니라 심금을 울리는 추천서는 감동받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만 쓰여지기 때문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213)210-3466, johnsgwhang@gmail.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