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3일간 이곳 신문들의 3개의 기사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사였습니다.
첫째가 워싱턴에서 두 단체가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독도수호’ 결의대회에 관한 기사였고, 또 하나는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정상들이 특별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과 함께 6자회담에 공동보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마지막의 것은 한국일보 서울판(11월24일자) 오피니언 난에 과학기술원 수학과 한상근 교수의 ‘이런 대명천지에서’라는 글 내용이었습니다.
나 자신도 ‘이런 대명천지에서’라면 보통 대낮 백주에 무슨 큰 사건이나 터지면 쓰는 말쯤으로 알았는데 놀랍게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명나라의 소속이라는 뜻이고 이글도 커다란 유학자라는 뜻의 거유이자 노론의 정신적 지주인 우암 송시열이 썼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교수의 글은 공주에 있는 백제 무열왕릉에서 보듯이 묘비에 백제왕이란 표기 이전에 중국에서 내린 영동대장군이란 이름으로 시작했고 놀랍게도 신라의 최치원으로부터 시작하여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그저 중국의 속국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줄곧 기록되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교수 글의 결론은 미국의 한국계 학자인 빅터 차(CHA)의 말을 인용으로 끝을 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중국에서 받았던 간섭이 좀 뜸해졌다고 중국을 까먹고 있는데 이제 다시 초강국이 된 중국이 다시 한 번 옛 종주국으로서의 행사를 할 때 무슨 대책을 생각하고 있느냐 하면서 하는 짓이 한심스럽다는 내용과 함께 언젠가는 태평양 건너 미국을 다시 찾을 것이다 예견했습니다.
이글을 읽으면서 나는 지난 북경올림픽대회 직전에 서울 시청 앞에서 있었던 티베트 민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정말 대명천지(?), 그것도 서울이라는 남의 나라에서 수천 명이 몰려와 호텔 안으로 도망치는 시위대를 쫓아 들어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새삼 과연 한국이 거대한 중국의 파고를 헤쳐 나갈 지혜를 갖고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감히 생각해야 할 것은 그 커다란 파고 뒤에 일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좀 더 냉철히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독도 수호’ 대회처럼 일본을 매도하는 눈초리를 가져야 하나 미국의 부시 대통령, 일본의 아소다로 총리와 정답게 손잡고 찍은 사진처럼 한 미 일을 묶어서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좀 신중히 평가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말입니다.
물론 중심이 없이 갈팡질팡하는 현 정부가 참 한심스럽다고 느껴지기는 합니다. 독도 이야기가 나오자 여론에 밀려 버르장머리를 고쳐야겠다고 한일 정상 간에 소위 셔틀외교는 물론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거절했습니다. 그러기를 4개월도 못되어 이제는 소위 외교의 지극히 상식적인 사전 통보, 사전 조율도 없이 무엇에 쫓기듯 한중일 통화스와프를 하자 하면서 사실인즉 달러 좀 빌리자고 일본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로 인해 외국투자가, 대기업들이 아이쿠 한국이 큰일났나보다 하면서 주식팔고 달러 챙기는 바람에 한국이 지금 외환고갈, 환율폭등의 큰 곤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현실을 냉철히 보아야 한다 라지만 사실인즉 나 스스로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허지만 중국이란 파고 앞에 뒤에 있는 일본과의 ‘가슴’이라는 감정보다 ‘머리’라는 이성으로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는지요.
우리는 흔히 한국이 4개의 대국에 싸여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땅덩어리나 인구에서나 대국은 못되고 대국의 반, 즉 2분의 1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3과 2분의 1 속에 갇혀 있습니다. 나는 한국이 3과 2분의 1속에서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에 함몰하기보다는 빨리 한국도 건실한 2분의 1이 되어서 일본과 힘을 합해서 또 하나의 대국이 되어서 미·중·러 그리고 한국·일본의 한 묶음의 한 대국이 되어야 당당히 4개 대국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지 않겠는지요.
바른 역사인식의 공유가 아직까지 안 되어서 가슴속에 갖고 있는 미움을 지니고 있는 것 나 또한 남보다도 못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문의 사진이 보여주듯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와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지 아니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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