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행기- 마운트 휘트니 <하·끝>
1만4,500피트 정상의 파노라마 장엄
정상이 보이는데 이때부터 고산증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머리가 아프고 졸음이 오는 것이다.
이제 단념하고 내려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무리를 해 볼까 망설이게 된다. 물론 교과서에는 이런 경우 하산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고산증이 아직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고 견딜만 하니 앞으로 1.5마일 남은 정상까지 버텨보자 하는 심산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속도는 더욱 느려져서 길을 비켜주면 뒤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수없이 앞질러 나간다. 가끔 내가 바위에 기대서 숨을 돌리고 있으면 자기들 보기에도 노인이 안됐다고 생각했는지 괜찮으냐고 몇 번씩 묻고 지나가곤 한다.
이렇게 고생하기를 3시간만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고도 1만4,500피트에서 내려다보는 360도의 장엄한 파노라마가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참으로 이 광경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우며 감동 그 자체인 것이었다. 정상에 비치된 방문자 명부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놓고 사진도 몇장 찍었다.
그러나 감동의 순간도 잠시, 너무도 엄숙한 자연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에 잠기면서 나는 왠 일인지 내 초라한 과거가 주마등처럼 회한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인생 칠십이라면 짧은 세월도 아닌데 나는 무엇을 해놓았단 말인가 하는 자책감, 부모에 대한 불효, 아내에 대한 잘못 그리고 자식에 대한 섭섭함도 만감이 교차한다.
휘트니 정상에 가까이 오면 식물은 보이지 않고 민둥민둥한 바위들만 눈에 들어온다.
이제 곧 하산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잘 생긴 산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이런 광경을 한국의 화가들이 화폭에 담아 전시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텐데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 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먼저 길을 비키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격려의 말을 해준다. 그러면서 마치 깊은 산골 절에 사는 노승이 지팡이를 짚고 내려 오듯이 나도 두개의 등산 스틱에 몸을 의지하고 천천히 내려와 밤 아홉시에 겨우 차를 세워 둔 주차장에 당도 했다.
그리고 비로소 이제 무사히 해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노희준
<풀러튼 거주>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인 휘트니 마운틴.
‘혹성탈출’등 서부영화 촬영
‘레드록 캐년’볼거리 풍성
LA에서 휘트니 마운틴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는 각종 볼거리들이 풍부하다. 지난주에 이어 휘트니 인근의 관광지들을 추가로 소개한다.
LA에서 사막 도시인 모하비를 지나서 395번 하이웨이로 약 40마일 정도 북상하면 유명한 서부 영화들의 배경이었던 레드록 캐년(Red Rock Canyon) 주립공원을 만난다. 화산암과 퇴적암이 수백만년 동안의 풍화작용으로 붉은 색으로 바뀌면서 장관을 이루는 환상 속의 별천지로 영화 ‘혹성 탈출’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레드록 캐년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오팔 캐년(Opal Canyon)에 가면 소액의 입장료를 내고 희귀한 돌들을 채석할 수 있다. 레드록 캐년에서 약 50마일 정도 북상하며 검정색의 바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파슬 폴스(Fossil Falls)를 만난다.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의 바위들이 사방을 메우고 있는 곳으로 중간에 꼭 한번 들러 볼만하다.
파슬 폴스를 지나서 약 40마일 정도 북상하면 마운틴 휘트니의 초입 도시인 론 파인(Lone Pine)에 도착한다. 이 곳에 있는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는 ‘워곤 트레일’ 등 유명한 서부 영화의 촬영지로 거대한 바위언덕이 곧 쓰러질 것같이 들어서 있다.
론 파인에서 약 40마일 북쪽에 있는 인디펜덴스시에서 시작되는 ‘어니언 밸리’(Onion Valley)는 이스턴 시에라의 산길 중 가장 아름다운 산길로 이름나 있다. 꼬불꼬불 하늘 높이 약 8,000피트까지 도로가 올라가는데 오웬스 밸리의 장관이 펼쳐진다.
이밖에 송어 낚시의 도시 비숍과 비숍에서 남쪽으로 50마일 지점에 있는 지구상 가장 오래된 생물 서식지인 브리스틀콘 파인 포레스트(Bristlecone Pine Forest)도 빼놓을 수 없는 휘트니 인근의 관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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