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세계 한식요리대회 조직위원장)
어렸을 적 학교에 갔다 오거나 외갓집에 갔다 불시에 집에 와도 어머니는 항상 따뜻한 밥을 밥상에 차려 내 오신다.자식이 금방 돌아오지 않는 줄 알면서도 ‘자식 밥그릇이 비어있으면 객지에서 밥 굶는다’고 믿어온 어머니는 밥을 이불 밑에 묻어두거나 식지 않은 가마솥에 밥을 넣어 두었다가 자식이 돌아오면 언제라도 밥상을 차려 내 오신다.
만약에 밥이 식었으면 찬밥을 놔두고 밥을 다시 하신다. 이런 어머니의 사랑과 따뜻한 밥을 즐기는 식습관이 만들어낸 온정주의, 여기에 한 솥밥을 나눠 먹는다는 식구(食口) 개념의 공동체 의식이 한국인의 정서(情緖)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문제는 지나친 온정주의와 식구 개념의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 시앗 솥과 같은 편 가르기다.옛날에 한 솥에 밥을 이웃과 나눠 먹어도 첩하고는 나눠 먹지 않았다. 그래서 첩을 얻으면 우선 첩이 사는 별채에 시앗 솥을 건다. 한 집에 살면서도 솥 두 개를 걸고 편 가르기를 한다. 이
는 본처가 첩에 대한 응징이라고 치자. 온정주의와 한 솥밥 개념은 네 편, 내 편과 같은 향우회, 동창회 등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런 끼리끼리 문화가 결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경쟁력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사실 필자가 1993년 2월 모 시사월간지에 ‘문민정부가 뭐냐?’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 후 연세대 김 모 교수가 같은 내용으로 일간지에 기고를 해 논쟁거리가 된 적이 있다. 이 때 “대통령이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문민정부가 뭐냐? 문민만 정치를 하겠다는거냐, 아니면 문민만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거냐? 다음 정부는 뭐냐? 국민의 정부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 정부’라고 이름을 붙였다.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서 그랬는지 아니면 더 이상 붙일 이름이 없었는지 그냥 ‘이명박 정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용 면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5공, 6공, 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 하면서 시대 감정을 조장하지 말고 경륜 있고 능력 있는 인재를 시대감정을 앞세워 버리지 말라는 요지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가을 논 갈아엎어 버리듯 전 정권과 단절하고 정책의 중요성, 인재의 능력 여하는 관계 없이 자신의 인맥으로 모두 바꿔버리는 누를 범한다. 그러다 보니 일어나서는 안될 인사 파행이라는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행은 등용한 사람이나 상처를 받고 떠나는 사람, 더 나아가 이런 일들을 어이없이 바라만 봐야 하는 국민 모두 처참하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계속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등용할 인재는 더 이상 없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인재 등용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는 정권이 국민의 시각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시각에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능력있는 인재라면 어느 정권에 있었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은 그저 경제가 활성화 되고 마음 편한 세상만 만들어주면 된다. 그래서 국민은 높은 지지율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 묻지는 않겠다. 지금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어렵다. 누구를 탓할 시기도 지난 것 같다. 대한민국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재가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결집시켜 이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런 저력을 보여줄 때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인정할 것이다.오바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운동 본부에서 재정담당을 맡았으며 93년부터 98년까지 백악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램 이매뉴얼(Rahm Emanuel) 하원의원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오바마 인력 풀을 선보인 뒤, 경쟁그룹과 정적들까지 포용했던 링컨 전 대통령 정부처럼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하고 매케인 후보와 회동, 부시정부의 핵심 인사라도 미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사라면 계속 갈 것을 천명했다. 이게 아마 오바마의 파워이고 미국의 저력인 것 같다.
이런 지도자가 있는 미국은 현재의 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해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늦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해낼 인재가 있다면 시대감정에 얽매이거나 정적 여부를 따지지 말고 등용해야 한다. 네 편, 내 편 가리며 끼리끼리 정치하다 또 불행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는다.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정파의 수장이 아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에 당선된 마당에 정적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로만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모두를 포용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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